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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Nov 09. 2018

돼지고기 삼겹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2부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부터 돼지 샤브샤브 식당의 출현까지



5)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요 몇 년 새 가끔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되고, 방송 작가들이나 잡지사 기자들의 문의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돼지고기를 바싹 구워 먹지 않아도 되나요? 또 하나는 돼지고기도 숙성이 가능한가요? 어쩌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미디엄과 숙성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이가 필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우선 돼지고기 미디엄 시대 이야기를 하자. 1920년부터 최근까지 신문을 검색해 보면 여름철에 썩은 돼지고기를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기사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열악한 유통환경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건 돼지고기 기생충 때문이다.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이 사람 몸속에 있다가 대변을 통해 알이 유출되고 그걸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장속에서 기생충이 성장을 하기 때문에 이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서는 섭씨 77도 이상 바싹 익혀야 한다고 널리 인식되어 왔다. 이는 똥돼지를 키우던 옛날이야기다.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고 사람과 전문 돼지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거의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돼지가 인분을 먹을 기회가 완전히 박탈당하고 나서는 돼지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단국대학교 의학과 서민 교수는 “ 유구낭미충은 박멸됐어요. 우리나라 돼지에서 선모충이 그러니까 야생이 아니라 사육하는 돼지가 실제로 선모충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라고 인터뷰하였다.



경리단길 식당 푸에고의 이베리코 등심. 미디움 웰던으로 구워져 매우 부드럽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 피가 보일 정도의 상태로 내놓는 메뉴들이 많은데, 사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화제가 되긴 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부루니는 자신이 “미디엄 레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꺼린다. 내일 아침에 멀쩡히 일어날 테니 먹어보라고 권한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고 영국 가디언지도 “음식평론가들이 핑크빛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많은 레스토랑이 이런 고기를 내놓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2011년 미국 농무부에선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 기준을 내놨는데 섭씨 71도로 가열해야 한다던 당초 기준을 62도로 낮췄다. 이렇게 해야 더 육즙이 풍부한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상적인 사육환경과 도축 그리고 등급판정을 받은 고기는 안전하다. 이런 미디엄 레어의 가능은 많은 걸 말해 주는데 우리나라처럼 돼지고기를 햄, 소시지보다는 직접 구이용으로 많이 먹고 있는 경우 지방이 다소 적은 앞다리나 등심 부위를 미디엄 레어로 먹으면 아주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을 수 있다.



6)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70,8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삼겹살과 9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 높아졌던 마블링 좋은 한우 등심은 지방 맛으로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 최고의 부위였다. 지방은 맛의 원천으로 음식 맛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 즉 시각·촉각·후각·청각·미각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각적으로 식품의 광택을 좋게 해 주고, 촉각적으로는 혀에 닿았을 때 식품을 부드럽게 해 주고, 후각적으로는 지방이 살짝 타면서 내는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식욕을 증진시켜 주며, 청각적으로는 튀김요리를 할 때 바삭바삭 맛있는 소리를 내는 것도 지방이 하는 일이다. 기록에 의하면 1970년도에 전국에 약 750여 개의 도축장이 있었는데 그중 지육 냉장시설을 갖춘 도축장이 시립마장도축장 한 곳뿐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도축 후 의무적으로 지육을 예냉하고 다음날 등급 판정을 받고 출하하는 것이 아니라 도축 후 온도체의 지육을 바로 반출하였다고 한다. 이동수단도 지금처럼 냉장탑차가 아니라 리어카나 자전거 아니면 정육점 업자의 자가용 정도였다고 한다. 도축을 한 후 냉장을 하지 않은 도체를 온도체 지육이라고 하는데 과거 70,80년대는 정육점에서 이 온도체를 받아다가 직접 골발 하여 정육 상품화 작업을 하였고 지금처럼 육가공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정육점에서는 온도체 지육을 받아 정육점 내의 상온에 보관하다가 영업이 한산한 시간에 골발을 하고 다시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정육점 냉장고들은 거의 모두 직냉식이었고, 직냉식 냉장고는 냉장고 벽면에 냉매가 들어간 가스관을 설치하여 냉장을 하는 방식으로 냉장고 안의 수분이 성에가 되어 고기가 마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의 간냉식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지만 고기의 수분 손실이 일어나 고기가 건조 숙성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냉장 시설을 갖춘 정육점도 있었지만 남대문 시장 등 시장 좌판에서 상온에 노출된 고기를 판매하는 영세노점상도 많이 있었다. 이런 유통 환경을 보면 과거에는 상온 건조 숙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름 서울시내의 큰 고깃집에는 자체의 냉장·냉동고를 보유해 고기 관리를 하고 나름의 숙성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당시의 도축 공정은 소의 경우 거의 바닥치기라 세균 오염이 쉽게 되고 물 먹인 쇠고기의 유통이 다반사였으며 소비형태가 마리네이드 방식의 불고기와 얇게 슬라이스 한 로스구이의 소비가 많았기 때문에 고기의 숙성이나 품질에 대한 개념이 매우 희박했던 시대였다. 지금도 정육점에 걸려있는 '오늘 소 잡는 날'이라는 현수막이 아마 고기의 숙성보다 고기의 신선도가 더 중요하던 이 시대의 잔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건조숙성육 즉 드라이에이징이 도입된 시기는 ‘라망’이라는 잡지에 의하면 2009년 말이다. “서울에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9년 말이다. 미국에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즐기던 세프와 몇몇 외식기업이 선구적으로 건조 숙성 방식을 들여왔다. 미국 유명 스테이크하우스의 드라이에이징 방법에 대한 벤치마킹을 기반으로 연구한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건식숙성육은 뉴욕식 스테이크의 모습으로 소비자들과 만났다. 잘 숙성되어 풍미가 응축된 T-BONE STEAK와 채끝등심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2011년경에는 대중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건식숙성육은 거의 대부분이 스테이크로 소비된다. 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에서 탄생했다. 육류를 메인 요리로 즐기던 유럽인들이 미국 대륙으로 이주하며 스테이크를 메인 요리로 선보이는 스테이크하우스가 생겼다. 최초의 스테이크하우스는 1827년 뉴욕에 설립된 델 모니코스다. 이곳은 정중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식기로 무장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가까웠다. 지금처럼 뜨거운 접시에 스테이크와 몇 가지 심플한 사이드 디시를 서빙하는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의 원형은 1887년 피터 루거에서 시작된다. 이곳엔 건식숙성육 창고가 갖취졌고 미국 프라임 쇠고기를 선반에 가득 올려 숙성시키며 손님이 오면 큼직한 두께로 정형해 뜨겁게 구워내면서 명성을 얻었다.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의 원조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피터루거 홈페이지


 이런 뉴욕의 전통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옛날식을 고집하고 있는 드라이에이징은 상업적으로 1960년대 후반 습식 숙성 방식인 진공포장 기술이 개발 보급되자 진공관 앰프가 사라지듯, 아니 삐삐와 워크맨이 사라지듯 거의 사리진 상태였고 정말 몇몇 스테이크하우스의 비법으로 남아 있었다. 습식 숙성 방식, 즉 진공 포장의 효과에 대하여는 1936년 프랑스에서 처음 냉동육을 고무라텍스백을 이용하여 탈기포장하면 저장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후 1942년 Oscar Meyer사가 진공포장 기법을 발명하여 1947년 미국의 Grace사가 최초로 냉장 쇠고기 포장육을 생산하였고, 1960년대 후반부터 부분육을 숙성시켜 유통시킬 목적으로 진동 포장육이 생산되었으며 1980년대에 상자육(boxed meat)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에 들어와서 생육의 유통은 상당 부분 지육 방식에서 centralized packaging(중앙공급식 선포장)에 의한 부분육 유통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초에 부분육 유통비율이 88%이었고, 그중 진공 포장육이 90%를 차지하였다. 진공포장은 공기 중에 노출이 하지 않아 미생물로부터 보호되고 수분 감량이 없고 고기가 부드럽게 숙성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습식 숙성을 할 수 있는 진공 포장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1995년 미국산 냉장 진공 쇠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일본에 돼지고기 냉장 수출을 위해 진공포장기술이 도입되었다. 실질적인 습식 숙성은 부분육 유통이 발달한 돼지고기가 먼저 보편화되었는데 이는 대형마트의 요청과 일부 브랜드 돈육의 차별화 전략 때문이었다. 실제 유통기한이 10일 이내인 국내 유통 돼지고기의 경우는 랩 포장만으로도 충분한 보존성을 유지할 수 있으나 돼지고기의 진공포장이 보편화되면서 돼지고기의 습식 숙성에 대한 개념도 식육시장 전반에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뉴욕스타일의 건조숙성 스테이크와 거의 같은 시기에 부여 서동한우에서는 한국식 건조숙성육이 개발되고 있었다.



 숯불 직화구이 즉 방자구이식의 건조숙성육은 부여 서동한우 유인신 대표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돼지고기의 숙성 특히 건조숙성은 2014년까지는 통념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다. 쇠고기는 겉에서 썩어 들어가고 돼지고기는 안에서부터 썩어 나온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온도체 지육 유통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도축 직후 지육 뒷다리 중심온도가 40도가 넘어가고 여름철 상온에 방치되어 있는 지육의 뒷다리 부위가 먼저 부패하기 시작하여 돼지고기는 안에서 썩어 나온다는 통념이 상식적이었으나 1990년 중후반부터 도축장이 현대화되고 돼지 등급판정이 시작되면서 지육의 예냉이 도축된 돼지의 거의 100% 이루어지는 현재는 돼지고기 역시 건조숙성이 가능하다. 2014년 유명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스테이크하우스로의 리브랜딩 작업을 위해서 서동한우 유인신 대표와 처음 돼지고기 건조숙성을 진행해 보았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건조숙성이 이루어졌다. 돼지고기 건조숙성과 쇠고기 건조숙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돼지고기 건조 숙성은 돼지고기 고유의 이취 제거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돼지고기를 건조 숙성하면 돼지고기 이취가 사라져 돼지고기의 품격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숙성이 유행하기 시작한 건 2010~2011년의 구제역 여파로 돼지의 품질이 나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식당 사장님들은 품질이 떨어진 돼지고기의 품질을 향상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차별화 전략으로 돼지고기 숙성을 선택했다. 특히 돼지고기의 건조 숙성은 2014년 숙성한돈, 진저피그, 바람맛돼지가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면 제주돼지로 교차숙성한 만덕식당 그리고 제주 노형동에 있는 숙성도가 교차 숙성의 대표 삼겹살 식당이라고 하겠다.


*교차숙성이란 습식숙성을 한 다음 다시 건조숙성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습식숙성과 건조숙성의 장단점은 개선 보완하여 고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만덕식당의 고기 숙성고. 돼지고기 뼈 등심을 교차숙성 중 건조숙성 하고 있는 사진이다.



7) 돼지 샤브샤브 식당의 출현



 돼지고기는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이 매우 강해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샤브샤브는 제주지역 이외에는 거의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과감하게 인천 송도에서 문사부라는 제주돼지고기 샤브샤브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등심을 슬라이스 해서 샤브샤브로 판매하는데 반응이 좋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상 돼지고기가 냄새가 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는데 30대 중후반 아니 40대까지도 그런 선입견 없이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는다. 우리는 어쩌면 코끼리의 말뚝처럼 과거의 선입견에 아직도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돼지고기가 냄새가 안나는 맛있는 고기가 된 것이 불과 1970년대 후반부터니 이제 겨우 40년쯤 되었다. 그래서인지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세대가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건 크게 4가지 이유라고 한다. 첫째는 잔반 사료를 먹이면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이미 요즘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돼지 전용 배합 사료를 먹여 키운다. 둘째, 웅취 수퇘지가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거세하지 않고 도축된 돼지고기 또는 돈육 제품을 조리하거나 먹는 동안에 흔히 나타나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데 우리나라의 수퇘지는 거의 다 거세를 해서 웅취를 예방하고 있다. 세 번째,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돼지 탕박 도축과정에서 탕침조의 오염으로 인해서 나는 냄새인데 요즘 도축장은 최신 스팀 터널 방식을 많이 도입하고 지육 세척을 잘해서 냄새 제거의 만전을 귀하고 있다. 네 번째는 돈사의 위생상태가 불량해서 냄새가 난다고 하는 주장인데 이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한다. 이제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없어지니 지방 많은 삼겹살은 담백하게 등심은 부드럽게 목심은 격이 다르게 먹을 수 있는 돼지 샤부샤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문사부의 돼지고기 샤브샤브.



 앞에서 우리는 2018년 현재 트렌드화 되어 있는 일곱 가지 현상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다양한 돼지고기 소비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보면 삼겹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소비 확대는 삼겹살 가격의 인하 효과와 품질 안정이 되어 더욱더 삼겹살 매니아들의 인기를 누릴 것이라 전망한다.



by 고기박사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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