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기가 될 수 있을까?
인공고기가 고기가 되다니, 아마 제목을 보고 무슨 말인지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제목은 최근에 미국에서 벌어진 논쟁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인공고기의 표기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세포를 증식해 만든 육류에 대해 기존의 축산으로 얻어지는 고기와 다르게 분류되어야 한다고 축산단체들이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가축을 길러 도축을 통해 생산되는 고기 이외의 것들이 Beef나 Meat라고 표기하는 것에 대해 이들은 우려를 표했다. 이미 인공'고기'라고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쟁이 생긴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이제는 인공고기 회사들의 거센 도전을 축산업계에서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또한 표기에 따라 인공고기가 어느 법에 속할지도 정해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표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인공고기는 과연 고기로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 글에서 말하는 인공고기 회사란 최근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는 푸드테크 기업들을 말하는 것이다.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 멤피스 미트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투자계의 큰 손들(ex.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축산업계의 거대 기업들인 카길과 타이슨 푸드에게서도 큰 투자를 받았다. 인공고기를 만드는 기업들은 식물유래 물질들로 고기를 만들기도 하고, 실험실에서 동물세포를 가지고 배양해서 고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 기업들은 현재의 공장식 축산이 갖는 문제점들(지속가능성, 윤리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동물을 기르지 않고도 고기를 생산해 내고자 한다.
영화 <옥자> 속의 탐욕스러운 축산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인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는 현재 축산업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새로운 품종인 슈퍼돼지를 내세우며 이렇게 말한다.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배출할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이 존나 끝내줘야지!"라고. 관람객들은 '맛'에 대한 이 대사를 루시 미란도가 더 탐욕스러운 인물로 비치게 하기 위한 대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사실 루시 미란도는 나름 가장 중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의 육류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그 방식이 지속 가능하고, 도덕적인 방법이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맛'이 있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매우 자연스럽게 쌓아온 맛에 대한 선호를 짧은 시간 안에 바꾸기란 매우 어렵다. 지속가능성과 윤리 문제를 해결한 대체육류가 개발되었다 한들 맛이 없는데 사람들에게 소비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대체육류가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없다. 임파서블 푸드가 자신들이 만드는 식물성 원료로 만든 고기를 두고 채식주의자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육식 고객들이 고기 대신 먹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속가능성과 윤리문제라는 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맛을 충족시켜 대다수라 할 수 있는 '고기 먹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 일종의 소목표인 것이다. 아직까지는 채식주의자들도 동물을 해치지 않는 고기의 등장을 반기는 듯하다. 육식주의자는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육식을 위해,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을 더 이상 해치지 않기 위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인공고기들이 맛있기를 바래야 한다.
그렇다면 인공고기가 맛있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기의 맛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고기의 풍미는 혀에서 맛을 감지하는 감각인 미각, 코에서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인 후각, 그리고 매운맛이나 톡 쏘는 맛과 같은 화학적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식된다. 고기에서 이러한 감각들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매우 다양하다. 당, 무기염, 젖산, 핵산 등의 물질 구성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축종별로 다른 지방 구성 때문에 특유의 풍미가 난다. 풍미 외에도 연도, 조직감이 고기의 구성성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숙성이나 가공에 따라 고기가 연해지기도 하고, 풍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김치를 만들 때, 배추, 젓갈, 양념 등의 재료를 주고 발효시켜 만드는 방법과 완성된 김치의 구성요소들을 정확히 분석한 뒤, 그 구성요소들을 재현해 한 번에 완성된 김치를 만드는 방법 중 무엇이 더 쉬운 방법일까? 후자의 방법으로 맛있는 김치를 만들기란 매우 험난해 보인다. 하지만 만약 가능만 하다면 누구든 김치명인의 김치를 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우선 동물을 기르고 도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사료나 기르는 방식에 따라 어느 정도는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만 조절의 한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김치와는 다르게 생산과정에서 환경문제, 윤리문제라는 걸림돌도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푸드테크 기업들은 후자의 방법으로 고기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매우 많이 남았지만 (가축의 성장과정에서 매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형성되는 근육에 의해 결정되는 고기 특유의 텍스쳐를 어떻게 재현할지를 생각해보면 막막하다.) 이들은 재현하기 위해 핵심적인 성분들을 하나씩 추가해 가면서 노력 중이다. 어떠한 핵심성분을 찾아내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가 결국 관건이다.
만약 이들이 성공만 한다면 미래의 식량문제 해결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품질을 정교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고기를 생산해낼 수도 있다. 현재는 패티나 피자 토핑에 올릴 수 있는 수준으로 재현되고 있으며 여러 후기글들과 영상들을 봤을 때 꽤나 고기 같다는 평이 대다수이다. 아직 멀었다는 의견과 실제 고기로 만든 패티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 편차가 크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러하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본 인공고기의 모습은 매우 먹음직스럽고, 육안으로는 인공고기라고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맛있는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내는데 까지는 성공한 것이다.
멤피스 미트에서 만든 배양육의 경우 생산비용이 초기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긴 했지만 아직 미국에서도 유통이 되고 있지 않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전략적으로 식당에게 미국과 홍콩의 유통업체를 통해서만 유통하고 있고, 비욘드 미트는 회사의 제품을 마트에도 판매 중이다. 세 회사의 제품 모두 아직은 한국에서 맛볼 수 없어 매우 아쉽다. 임파서블 푸드에 문의 겸 질문으로 혹시 한국에서 맛 볼 방법이 있는지와 한국에는 언제 진출할지를 물어보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장이 왔다. 하지만 한국을 큰 시장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진출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맛있는 고기가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는 육그램에서도 인공고기를 팔게 될 날이 올까? 어쩌면 인간이 고기를 자유자재로, 지속 가능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또 다른 도전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저비용으로 원하는 품종, 부위의 고기를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생산된 고기를 또 숙성해서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숙성된 고기의 성분을 분석해 처음부터 숙성된 고기를 만들던가! 이들의 도전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다시 슈퍼돼지를 찾으러 헤맬지도 모른다.
글_이진영
*배경 사진 출처: Fortune. http://fortune.com/2017/12/19/silicon-valley-meatless-meat/
*사진 출처: https://www.instagram.com/impossible_foods/ 캡처.
*참고문헌: 미국 인조고기 논란 계속…축산농가 “고기 표현 쓰지 말라”,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WLD/300914/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