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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Mar 18. 2022

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 Jessi : 발레리나의 3인분

먹는 재미없이 어떻게 살아요? 먹는 재미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죠? 혼자 얼마나 먹냐구요? 3인 분이요. 그런데 고깃집의 3인분은 3명이 먹을 양이라는 뜻이 아니잖아요. 1인분은 원래 600g 아닌가요?


저는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쉬자는 마인드로 살아요. 제 단짝은 여동생인데 저랑 완전 반대 성향이에요. 되게 조용하고 내향적이고 집순이인데 저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에너지를 얻고 주말 이틀 중에 하루는 꼭 밖에 나가요. 일주일만에 산책 다니는 강아지 본 적 있으세요? 토요일의 저를 보면 바로 그 느낌이 뭔 지 알 수 있으실텐데 아쉬워요.

▲ 제시와 그의 단짝인 제시 동생의 따스한 어느날의 기록

아무튼 저는 제 단짝과 매주 주말마다 만나요. 단짝이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사는데 보고 싶어서 가요. 가기 전에 잠시 운동도 하고요. 제가 하는 운동이요? 조금 반전일 수 있겠지만, 발레를 해요. 한 2년 넘은 거 같아요. 뭐 하나에 끈질기게 집중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되게 열심히 집중하고 있어요. 행복해요. 발레는 복장부터 특별한 느낌? 그리고 오롯이 내 몸과 대화하는 그 느낌이 참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 발레, 그 끝없는 매력

그리고 씻고 제 단짝을 만나러 가요. 단짝이랑 당연히 술 한잔해야죠. 밥도 되면서 술안주도 되는 거. 당연히 고기죠! 저는 직화 삼겹보다는 돌판에 구워지는 삼겹살을 좋아해요. 한데 기름이 모이고 그 기름에 콩나물, 김치, 고사리 튀기듯 구워서 삼겹살과 쌈 싸 먹는 거 그만한 호사가 어디 있을까요?


삼겹살은 바삭파예요.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서 그 위에 쌈장 조금 묻히고 그 위에 튀긴 김치, 그 위에 콩나물 줄기 얹고 생고추냉이 조금 올려 쌈무로 한 번에 감싸서 입에 넣는 거죠. 그럼 그 새콤달콤한 쌈무의 맛, 고기의 바삭한 식감, 김치와 콩나물의 짭조름하고 칼칼한 기름맛, 꼬숩고 달콤한 쌈장의 맛, 그리고 이 모든 맛을 한데 어우러지게 만드는 생고추냉이의 깔끔한 매운맛. 


그리고 테슬라 8:2 비율의 소맥 한 잔 목으로 넘기면, 하… 배가 고파져요. 이번 주에는 꼭 삼겹살을 먹어야겠어요. 이렇게 먹으면 3인분? 다들 적당하다 느끼실 거예요. 


그렇게 삼겹살 다 먹었으면 우리가 무슨 중독자들입니까? 탄수화물 중독자들 아니겠습니까? 밥을 볶아줘야죠. 제가 가는 집에 있는 볶음밥은 고기도 조금 씹히고 깍두기도 조금 씹혀요, 쫄깃한 식감과 아삭한 식감 그리고 짭조롬 달콤한 맛, 그 와중 입으로 흘러들어오는 삼겹살 먹은 뒤 볶음밥 특유의 기름 맛. 정말 완벽하지 않을 수 없죠?

▲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데 냉삼과 고사리볶음이라니

너무 맛있어서 후다닥 숟가락질 하고 싶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요. 왜? 밥알들이 눌어붙을 시간은 줘야 하잖아요! 노릇노릇 ‘타락타락’, ‘치이익’ 소리 다들 아시잖아요.  그 소리가 적당히 들리다 살짝 누룽지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마지막으로 숟가락으로 꼭꼭 눌러준 다음 바닥 깊은 곳부터 살살 달래듯 긁어 올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 입으로 후후 불어 먹어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음식을 누구랑 먹는 것도 참 중요한데, 음식을 얼마나 즐길 줄 아느냐도 참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물론,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 다르다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그 누구의 취향도 존중해요. 그저 이렇게 먹는 데서 행복을 느끼고 미친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육그램은 그런 곳이에요. 모두 다른 사람들의 취향대로 고기를 선보이는, 고기계의 미술관이라고 하면 조금 이해가 될까요? 


방금 제 삼겹살 묘사를 듣고 삼겹살이 떠올랐다면 삼겹살 먹으러 가기 링크를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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