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뮤어 트레일을 시작한 계기, 동료를 구했던 일, 앞으로 쓸 글에 대해
존 뮤어 트레일(이하 JMT)을 처음 알게 된 건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였다. 'Harmen Heok'라는 채널에서 업로드 한 약 한 시간가량의 영상에서는 대사는 하나도 없이 그저 JMT를 따라 걷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024년 여름쯤이었던가, 시원한 에어컨이 불어오는 거실에 앉아 영상을 보며 이 길을 꼭 걸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영상 링크: https://youtu.be/TLZOWDF8lqQ?si=H9lVsa5LScqZAne3)
그렇다고 바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JMT에 다녀왔다는 몇 안 되는 글을 찾아보니 최소한 몇 백만 원부터 시작해서 여행사를 통하는 경우 천만 원까지 필요하단다. 그래서 반쯤은 포기한 채로 몇 개월이 흘렀고 추석이 되었다. 그간 알아본 결과, 개인적으로 일정을 짜서 준비한다면 200-300만 원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지금 몇백만 원을 쓰는 것보다 직장인이 되어 한 달 휴가를 받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진지하게 JMT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내 초중고 동창 중에 산 타거나 캠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다. 그 외에는 딱히 같이 미국에 가달라고 할 만큼 친한 친구도 없어서 동창들을 모아놓고 되는 대로 JMT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미팅 앱에서 6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중 3명이 관심을 보였다. 그 셋은 이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한 명이 무릎을 다쳤기 때문인데, 그 친구는 이번에도 무릎 때문에 참가하기 힘들다고 했다. 후보가 두 명으로 줄었다.
이 두 명은 추후 나랑 같이 JMT에 떠나게 되는데 각각 D 씨와 L 씨라고 하겠다. D 씨는 곰 때문에 참가하는 것이 불안하다고 하였고, L 씨의 이유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뭐가 남을지도 모르는 여행에 몇백만 원을 선뜻 지출하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미팅 후에 몇 주가 지났지만 연락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전화를 돌렸다. 둘 다 서로 가면 가겠다고 미루기에 서로 가기로 했다는 거짓말을 해서 두 사람 꾀어내었다. 이렇게, 어딘가 애매모호하게 우리 JMT 팀이 결성되었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소요시간, 식량, 비용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를 전부 뒤져봐도 실질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별로 찾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JMT를 떠나더라도 대형 팀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작은 그룹들도 후기를 많이 남기지 않는다. 이것도 한참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아낸 것인데, reddit이라는 해외 커뮤니티에서 r/JMT라는 채널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백지부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다른 어른들에 비해 예산이 적었기에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남은 글에서는 우리가 계획을 세웠던 방법, 실제 우리의 계획, JMT의 날짜별 여행기를 기억나는 대로 상세하게 작성할 것이다. 우리처럼 적은 돈으로 JMT에 떠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우리는 2025년 6월 23일 한국에서 출국하여 2025년 7월 26일에 한국에 돌아왔다. 6월 25일 트레일을 시작하여 7월 12일까지 북쪽(NOBO)으로 18일 만에 JMT를 완주하였고, 만 23세 남성 3명이 한 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