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면 정말 잘 통할까?!

결핍은 성장 원동력일까?

by 산골피디

궁하면 정말 통할까

그동안 시청자위원회에서 숱하게 질타를 받고도 전임자가 방치한 해묵은 ‘TV토론’ 간판을 ‘이슈 토크’로 리뉴얼하고 세트 비주얼도 새 단장하기로 했다.

토론 거리도 안 되는 아이템으로 TV토론 타이틀은 왜 걸고 제작하냐는 뼈 아프지만 당연한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임자를 원망할 필요도 그런다고 해결되지도 않으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이 싸질러 논 똥을 내 손으로 치운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지만... 내가 싼 똥도 누군가가 치웠을 테니까...


전임자가 방치한 공개홀 세트 잔해



미션은 가을 개편 새단장은 하되..
예산은 가능한 한 쓰지 말고 하라는 것!!

애매하게 예산 범위를 정해주지 않을 때는 해법은 간단하다. 예산은 가능한 한 안 쓰면 그만이다!

이럴 땐 이상하게 내 몸속에선 좌절보단 사이코처럼 꿈틀대는 묘한 도전의식 같은 희열이 먼저 감지된다. 먼저 처한 상황에 대입할 만한 생활공식부터 떠올린다. 수학 문제 풀 때 근의 공식 같은 만능 치트키 말이다...

MBC강원영동 공개홀 세트작업



“궁하면 더 잘 통하는 법이다”



여기서 내가 꽂히는 건 ‘통한다’라는 단어보다 ‘법이다’라는 표현이다. 법의 어원은 룰(Rule)에서 나왔고 지배를 뜻한다. 이제부터 속담 아전인수격 자기 합리화 프로세스는 본격적으로 자동화된다!

“아... 궁하면 통한다는 게 인간세상을 지배하는 룰이구나.. 궁한 상황은 이미 주변에서 만들어줬으니 궁하지 않을 때 보다 이 법칙은 마치 조건반사처럼 더 잘 통하겠는데..?! ”

이런 억측스런 결론에 다다를 쯤이면 나름 합리적인 추론도 뒤따른다.

지혜로운 격언이 아직도 폐기당하지 않고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걸 보면 몇 천년 동안 쌓여온 빅데이터 경험치가 녹아서 현재의 실생활에도 구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알고리즘 같은 거랄까..? 빅데이터 자체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냥 경험의 축적물일 뿐이다. 그 빅데이터의 추출물이 알고리즘으로 구현되어 실생활에 적용되는 순간 성공과 실패로 가늠된다. 그러니 빅데이터 축적 과정에서 섣부른 성공과 실패로 재단하지 말자. 
이제부터 문제는 솔루션이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영상편집 처음 배울 때 선배가 해준 말이 있다.


“편집이 안 풀릴 때는 뭘 붙여야 할지보다 뭘 먼저 빼야 할지를 고민해봐~”




EBS #김유열PD 선배 책 #딜리트 도 같은 얘기다. 예술도 빼는 것부터 시작했고...
초기 조각도 큰 돌을 깎아내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피디들은 다 안다...”
영상편집에서 뭘 보태려 하지 말고.. 뭘 먼저 뺄 건지부터 먼저 고민하면 편집 콘티가 풀리기 시작한다. 뭘 덧붙이고 보태다간 더 지저분해지기 십상이다. 마치 변명처럼...

예산만 낭비했던 불필요했던 세트 장치는 뭐였을까? 우선 헛 돈 쓴 타이틀 백드롭 현수막부터 빼기로 했다. 세트에서 달랑 남은 현수막을 걷어 내고 나니... 온통 블랙(Black)만 남았다. 단출하다.
블랙과는 정말 질긴 인연이다. 재작년 #정관조 감독이랑 함께한 Tokyo Docs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베스트 피치 작품도 #블랙하모니 였다. 

2018 Tokyo Docs 다큐 피칭대상 수상

때론 빠른 포기가 퀵 스타트에
훨씬 도움된다.



배경이 단출하면 시청자는 인물 샷에 집중되니까.. 출연 패널 섭외에 승부를 걸자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했다. 핵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환경설정이 자연스레 세팅된 셈이다.

CG 디자이너 양 부장에게 우선 예산 결핍 상황부터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시청자위원회 지적을 받았지만 예산은 없다고ㅠㅠ 심플하게 모든 인물 샷 배경은 All Black으로 가는 콘셉트이니 여백을 이용한 자막 디자인 배치와 후반 작업이 힘들 거라고...

MBC강원영동 <이슈토크> 뜨거운감자 세트완성



세트실에서 잠자던 소품을 재활용해서 총 리뉴얼 비용 20만 원으로 첫 녹화를 끝내고 한 숨 돌리고 나니... 돈 안 들이는 딜리트 전략으로 예상 퀄리티 90% 정도는 구현한 것 같아.. 맘이 놓인다. 어렵게 디자인해준 양민호 CG 디자이너. 김영철 세트 담당 선배가 고맙다. 세트 예산도 확보 못한 못난 피디 덕에 정말 고생 많았다.ㅠㅠ

정말...
궁해서 통했던 성장이었다.

출처:궁하면 정말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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