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좋아
- 2004.06.29 23:17
난 , 그림이 너무 좋아 너무 너무 좋아
크레파스 하나하나 모두를 가슴 터질 듯이 안아주고 싶어.
그림이 미술의 틀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사람을 만나자.
나랑 같이 만나자
2004년, 방바닥에 앉아 크레파스를 쥐고 종이 위에 그리고 쓰던 나에게, 오늘의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쓴다.
안녕, 그 때의 나.
작은 방 안에서, 종이 위에 하나하나 색을 칠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몰입했던 순간들. 그때의 나는, 크레파스가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친구들이었고, 그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도, 두려움도 없었던 것 같아. 그 마음을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너는 그림이 정말 좋았지. 그 그림이 '미술'이라는 틀을 벗어나 사람들과 소통하고, 세상과 만나기를 꿈꿨지. 그 꿈은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꿈이야.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세상에 나의 색을 덧칠하는 것. 그때의 그 순수한 열망, 그 어떤 것에도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퍼져 나가길 바랐던 그 마음.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이끌고 있어.
지금 나는 그림보다는 글을 더 가까이 하고 있어. 그때 너는 그림을 통해 내면을 표현했고, 지금의 나는 글을 통해 그 감정을 풀어내고 있어. 하지만, 그 본질은 같아. 나의 생각, 나의 마음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그 순수한 열망은 변하지 않았어. 나 역시 여전히,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종이 위에 내 마음을 풀어내는 것처럼, 글을 쓰는 내내 내 마음을 담아내고 싶거든.
그 때의 너는 아마도 지금 내가 이렇게 너와 다시 만나는 글을 쓰게 될지 상상도 못했겠지. 그때의 너는 그저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너무 좋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면, 오늘의 나는 그런 너의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해. 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겠지?
너는 아직 이리쿵 저리쿵 좌충우돌 하는 것 같고, 같은 곳을 맴도나 싶겠지만, 그 마음 속에 담긴 열정은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때의 너는 세상과 맞서 싸우기엔 너무 작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 작은 그림 한 장이, 그 작은 마음의 표현이, 나중에 너를 세상과 연결시킬 거야. 그 모든 과정은 중요하고, 그 모든 순간들이 다 쌓여서 오늘의 내가 되었다는 걸 잊지 말아줘.
그래서 나는 오늘, 네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너의 과정을 믿어, 네가 좋아하는 그 그림을 계속 그려봐. 그림이든 글이든, 무엇이든 간에 네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나아가. 세상이 무엇이라 하든, 그 마음을 놓지 않고 계속 나아가면, 언젠가는 그 그림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세상과 만날 거야.
그때의 너는 그저 마음껏 그려보고 싶었을 뿐일 거야. 지금 나는 그 그림이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20년이 지나, 그때의 나는 오늘의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때의 너가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을지 상상도 못했겠지만, 그때의 꿈은 결국 이렇게 실현될 거야. 그리고 그 꿈은 계속해서 펼쳐져 갈 거야.
그래서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너는 정말 잘 하고 있어. 계속해서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 그 길이 바로 너만의 길이니까.
2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