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 뒹굴 데구르르르
- 2009.01.03
노랑이 나와라! 나와서 움직여라
주황이 나와라 나와서 노랑이 붙잡아라.
연두는 뭐 어떠냐고 웃어라.
작은 연보라, 너 나와라. 나와서 산책해라.
파랑이들, 너무 잘하려 하지 마라!
초록이 나와라! 나와서 괜찮다 해라.
빨강이 나와라, 심심해 말고 나와라.
2009년 1월 3일, 방바닥에 누워 데구르르 구르며 크레파스 동그라미 그리며 색깔들과 이야기했다.
안녕, 작은 나.
이 그림을 보니 그때의 너와 다시 만난 것 같아.
동그란 원들 속에 담긴 색깔과 말들이 너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구나.
작은 시작이 나중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되었는지.. 그때는 몰랐지?
너는 이렇게 색과 말을 통해 너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어. 정말 잘했어.
노랑이, 주황이, 초록이, 파랑이, 빨강이…
너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었던 걸까.
그 목소리들이 충돌하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하면서, 너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걸 이제는 알아.
힘들었던 날도 있었겠지만, 그 속에서도 한 걸음씩 걸어왔구나.
그리고 알아? 네가 그렸던 이 동그라미들이 지금까지도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걸 말야.
그때의 너 덕분에 나는 지금도 내 안의 다양한 색깔들을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
방바닥에 누워 뒹굴면서 끄적이던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꼬마 때 인형도 없어 자동차도 없어 소꿉놀이 병정놀이 다 생략한 너에게
크레파스 색깔들은 너에게 친구가 되어줬어.
혹시 너는 혼자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네 안의 목소리들,
자연에서 스며 나온 형형색색의 빛들이,
그리고 10 20년 후의 내가 항상 너와 함께할 거야.
네가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였던 그 따뜻한 마음이 결국 나를 이렇게 성장하게 만들어줬어.
종이 위에 꺼낸 너의 감정들이 다정하게 위로받고 나비의 날개가 되었음을 삼 깨닫게 돼.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네가 그랬듯이 계속 나아가자.
사랑해, 그리고 응원해.
미래의 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