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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글자부부 Apr 25. 2021

서울에서 2평 정원을 가졌다. (3)

서울시장 고르기보다 어려운 나무 고르기


사실 2평짜리 공간에서 할 수 있는건 별로 없었다. 중심이 될 나무와 그 주변을 심심하지 않게 꾸며주는 작은 식물들 정도. 대표님 또한 공간이 작기 때문에 중심이 될 나무가 다 하는 조경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Pinterest 에서 찾았던 우리가 생각한 정원의 느낌


주인공이 될 나무를 고르는 일이 시작되었다. 처음 대표님이 우리에게 선호하는 꽃의 색이나 특징이 있는지 물어보셨을 때 말씀드렸던 꽃은 노랑색의 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랑색의 꽃은 대부분 너무 크게 자라 우리집에 맞는 나무를 찾기 힘들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노랑색의 꽃은 포기.


처음 미팅을 하며 추천해주셨던 나무는 라일락 나무였다. 이름은 들어본거 같은데 생김새가 기억이 안나 검색해보았다. 자잘하게 흐드러진 옅은 보랏빛의 꽃을 가진 나무였다.

나무를 알아봤던 약 일주일의 기간동안 우리는 산책을 할 때 마다 길가의 나무들을 집중해서 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길가나 담벼락에 생각보다 라일락 나무가 정말 많았다.


계약 후 며칠 뒤 건네받은 제안서에서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나무들은 이러했다. 목련 '앤' 이라고 불리우는 자색의 목련, 앵두나무, 그리고 나중에 추가해주셨던 산철쭉. 나무를 추천해주신 기준 첫 번째는 현재 우리집 마당의 벽이 흰색이라 흰색 꽃을 하면 묻혀보일 수 있어 컬러가 들어간 꽃 위주로의 추천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채광을 가리면 안되니 너무 크고 높게 자라는 나무는 제외한다 였다. 우리도 그 의견에 동감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생각이 바뀌었지만 어찌저찌 최종적으로 우리가 호감을 느낀 나무는 이러했다.


남편 - 목련 (이유 : 수형이 예쁘다. 꽃잎이 크고 덩어리져 있어서 떨어지더라도 바닥의 꽃잎을 처리하기 수월할 것 같다.)


아내 - 라일락 (이유 : 꽃말이 너무 좋다. '젊은 날의 추억'. 어디서든 잘 자란다고 해서 우리같은 똥손에게 적합할 듯 하다.)


목련은 수형이 우아하고 동양적인 미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에서 우리가 가장 호감을 느꼈던 꽃이었다. 남편과 같은 이유에서 목련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걸리는 부분은 '색' 이었다. 모든게 마음에 드는 목련이었지만 자줏빛 색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최종선택이 너무 고민이 되었다.


라일락도 모든 면에서 무난하고 예뻐서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대표님이 제일 처음 추천해주셨던 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꽃말을 찾아보고 확신을 가졌다. 라일락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 이라고 한다. 이건 너무 우리의 상황에 잘 맞는 것 아닌가. 나중에 우리가 나이들어 '그런 집에도 살았었지' 라고 과거를 회상할 때 라일락이 함께 기억된다면. 모든게 딱딱 들어맞는 시나리오였다.


이러한 고민들을 대표님께도 실시간으로 전달하였고 대표님도 나무가 들어오는 전 날까지 함께 고민해주셨다. 우리는 결국 라일락으로 최종 의견을 모았지만 선택되지 못했다. 라일락은 잎이 너무 풍성하다는 대표님의 조언 때문이었다. 맞다. 공간이 좁은데 너무 풍성한 나무가 들어와버리면 2층 채광을 책임지는 마당의 햇빛을 다 가릴 수 있다.


정말 어떡하지 고민이 끝이없던 공사 이틀 전, 대표님이 추천해주셨다며 새로운 나무의 정보가 도착했다.

미국 산딸나무

흰색의 미국 산딸나무. 처음 들어보는 나무였다. 미국에서는 한 집 건너 발견될 정도로 '국민나무' 라고 한다는 미국 산딸나무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흔하지 않은 나무 같았다. 흰색의 넓은 잎 끝 중앙부분엔 붉은 점 같은게 물들어 있는데 이것 때문인지 기독교인들 사이에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였던 나무라 부른다고 한다. 꽃이 먼저 난 뒤 꽃이 떨어질때쯤 잎이 푸르러지고 가을쯤 열매가 맺히는 그런 나무였다. 검색해본 결과 높이도 그간 추천해주신 나무에 비교해 높이 자라는 것 같았지만 수형이 예뻤다.


역시 전문가의 안목은 대단했다.

그렇게 정원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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