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 아거시(Argosy)
내가 이 서점을 알게 된 건, 정말 공시성(synchronicity)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그 서점이 거기 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 즈음, 뉴욕에 있는 서점이나 고서점을 방문해보고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몇몇 서점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이 서점의 이름은 내 눈에 띄지 않았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그래서 매일 몇 번씩 이용했던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이제까지 몰랐다가, 바로 그 순간, 그 지하철역에서 몇 블록 걸어가야하는 거리에 있는 다른 고서점에 가려고-그것도 시간이 빠듯한 와중에-, 지하철역을 나와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왼쪽에 보이는 지하실 세일 광고와 쌓여있는 책들을 발견하고는,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고서점이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까지 몰랐던 거지?
오래되고 진귀한 책들(Old and rare books)란 문구는 다른 서점에서도 볼 수 있는데, “프린트와 그림, 지도”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입구 앞에 아예 지도를 전시까지 하고.
아래는 서점 문을 열면 바로 나오는 안내 데스크와 문 뒤에 있는 책장. 정말 고서점답다.
그리고나서, 안쪽을 돌아보니, 이건 별천지다.
거의 도서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서점에 있는 책들의 카탈로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때문인지 직원들이 책상앞에 앉아서 조용히 데이타 베이스 작업같은 걸 하고 있었다. 서점 직원이라기보다 도서관 사서같은 느낌이랄까.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1925년에 세워진 이 서점은 3대째 가족경영으로 이어오고 있고, 그 가족들이 공동 소유자들이다. 미국고서점협회의 창립 맴버중의 하나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니, 그냥 고서적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서적/고서점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가족들인 것 같다. 6층짜리 건물이 모두 서점 소유라고 하는데, 나중에 다른 층도 가봐야겠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같은 유명인사들이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나중에 집에 와서, 서점 웹사이트에 있는 검색기능을 이용해서, 내가 좋아하는 에드문드 둘락의 책을 찾아보았다. 오마이갓!! 정말 여기에 있구나!! 그것도 여러 권!! 가격이 천 불이 넘어가는 걸 보고, 바로 살 생각은 포기했지만, 한 번 구경이라도 할 수 있냐고 물어봐야하나?! 검색 카테고리가 10세기 책부터 시작된다. 정말 엄청나다.
서점 천장에 달려있는 대형 범선의 모형. 이 서점의 이름 Argosy가 큰 배-특히, 큰 상선-를 가리키는 말이라, 마스코트로 쓰는 것 같다. 지도를 이용해서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을 위한 서점이란 뜻일까, 나 혼자 생각해 봤다. 저 상선안에는 책들이 가득하겠지.
아래는 서점 안쪽의 모습들이다. 개인적으로 서점을 좋아하는데, 더구나 이런 서점이면 하루종일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같다.
단골손님중에 전대통령 루즈벨트가 있었다는데, 그의 흉상이 서점 안쪽에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로 된 상자(chest trunk)까지. 저 상자 안에는 얼마나 신나고, 멋진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