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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파이어족 Jun 17. 2023

획기적인 인생업무보고서를 위하여

공무원 현직에서 배웠던 업무역량을 앞으로 나의 인생에 적용할 계획이다.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업무는 결국 몇 장의 문서로 결과가 나온다. 세상의 모든 혁신적인 일들도 따지고 보면 실무자의 한장짜리 업무보고서에서 기획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특히 그중 모든 업무의 계획과 실적을 요약해 보고하는 일간, 주간, 월간, 연간업무 보고가 공무원 업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보고서는 부서별로 실무자들이 취합해서 부서장에게 보고하여 수정작업을 거치고, 과내 업무보고 등 몇 단계를 거쳐 최종 기관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보고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무역량을 간접 평가 받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보니, 매일 판에 박힌 시시한 업무보다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혁신적인 업무보고 꺼리를 실무자들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실무자들이 요구받는 이런 일들도 결국 참신한 업무보고를 위한 것이라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나는 현직에 있었을때 천성이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했고, 업무를 꼼꼼하지 않고 대충대충 처리하는 편이었다.

어찌보면 정확한 일을 요구받는 공직에는 전혀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어떤 업무분야에 있어서는  상급자가 꼭 시키지 않아도 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꽤나 참신한 일들을 제법 기획하고, 나름대로의 결과를 내기도 했다. 나의 직속 상관들은 이런 나를 보고 아이디어가 좋고, 문서작업을 잘한다고 피드백을 해주었다. 게으르긴 해도 색다르고 참신한 업무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그 하나의 일에만 오로지 집중해서 하루종일 머리속에서 구상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과감하게 추진해나가는 스타일이다. 일 벌이는걸 무서워하지 않고, 전임자가 한번도 해보지 못하는 일을 내가 최초로 하는 것에 큰 만족을 느끼는 스타일이었다.


공무원으로 20년간 근무하면서 총 3번의 진급을 했다. 그 중 마지막 2번은 당해 계급에서 일정 근무연수만 채우면 자동으로 진급하는 소위 "자빵" 으로 진급했다. 현직에서 꽤나 실적도 있었고, 일 잘한다는 평가도 받았으나 진급하고는 너무나 인연이 없었다. 진급을 하는데 일을 잘하는 부분은 여러가지 평가요소중 하나일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조직 뿐만아니라 사기업 등 우리나라 모든 조직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인것 같다. 물론 진급을 못한 것은 내가 게으르고 진급에 큰 욕심을 두지 않은 면이 제일 크긴하다.


비록 진급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참신하고,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이런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추진하는 능력을 현직에서 많이 배워서 그 실력을 갈고 닦아 놓았다. 그것이 진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서글프거나 후회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 때 배운 능력들을 이제 더 큰 판에 적용할 때가 온것이다. 파이어족이 된 지금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그런 혁신과 참신을 적용해 결과를 창출하는게 더 큰 이득이다.


조기 퇴직을 준비했던 3년간 나의 큰 인생계획은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한 수십개의 버킷리스트로 작성되었고, 연도별로 타임테이블 등도 전부 구상해 놓았다. 그리고 자산과 현금흐름표 역시 공무원때 배운 엑셀로 가독성 있게 구상해 놓았고, 지금도 수시로 조정해 나가고 있다.


파이어족이 된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간 이뤄온 인생 실적들이 매일, 매월 업무보고와 형식은 다를지언정 나의 은퇴노트나 개인 블로그에 기록하고 관리해나가고 있다.


물론 이런 실적이란게 뭐 특별하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까짓게 실적이냐며 비웃을 수도 있다. 나에에 인생실적이라는 것은 현직에 있었으면 감히 해보지 못했을 다양한 인생경험들이 대부분이며, 그간 버킷리스트로 생각해온것들이다. 예를 들면 햄버거 가게와 당구장 등 두번의 창업경험, 머니투데이 유투브 방송 출연과 다음뉴스 메인에 링크된일, 최근 브런치 스토리 작가 등단한일, 그리고 노가다부터 최근 영화촬영 보조출연까지 10여가지 이상의 알바 등 이런 경험들이다.


이렇게 과감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색다른 인생살이 실적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이렇게 쌓인 실적들이 인생 막바지쯤에 이르러 "아! 풍미있는 인생을 살았구나" 하고 향기롭게 추억할수 있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행복이라는게 사실 거창하거나 대단한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내가 주도해서 계획하고, 그것이 하나하나 실현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만족감이 결국 내면의 행복으로 이어지면서 가장 수준높은 행복으로 선순환 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복관을 가지고 있다보니,직장이라는 굴레에 갇혀서는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하다 판단하여 결국 나올 결심을 하게 된것이다.  공직이라는 안정적인 길을 마다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서 꽃길을 찾아 보기로 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내 동료들과 상관들이 가르쳐 주신 업무스킬들과 나의 참신하고 획기적인 업무구상 능력을 이제 나의 인생에 적용해 볼 것이다.


고로 내 인생 업무보고서는 화려하진 않겠지만, 꽤나 색다르고 참신할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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