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마라톤

스포츠

by 구포국수

역전 마라톤


일본어로 “에키덴(駅伝)”이라고 부르는 장거리 도로 릴레이 경기. 마라톤처럼 길지만, 한 사람이 끝까지 뛰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구간을 나눠 뛰고 어깨띠를 이어주는 팀 경기라는 게 핵심. 駅(에키): 역, 중간 거점. 伝(덴): 전하다, 이어주다. → 원래는 옛날 역참·파발 시스템(역에서 역으로 사람·말을 갈아타며 문서를 전달)을 가리키던 말.


한 팀은 보통 5~10명이 각자 정해진 구간(5~20km 정도)을 달려. 바통 대신 어깨에 두르는 띠 “타스키(襷)”를 사용. 앞 주자가 결승선 대신 다음 주자에게 타스키를 손으로 넘겨야 하고, 던지거나 떨어뜨리면 실격. 에키덴에서는 기록 + 팀워크 + 타스키에 담긴 상징성이 함께 강조. 세계처럼 42.195km 고정이 아니라, 대회마다 총 거리와 구간 수가 다르며, 일본 국내 메이저 에키덴들은 보통 마라톤보다 훨씬 긴 100~200km 이상도 흔해.


최초의 에키덴 대회는 1917년, 도쿄 수도 이전 5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교토–도쿄 3일간 23구간, 약 507km 릴레이가 “첫 에키덴”으로 알려져. 이 코스는 옛 도카이도(東海道) 53개 역참을 따라 달렸기 때문에 역참제(역전) + 릴레이 이미지가 겹치면서 “역전 마라톤”이라는 한국식 번역이 나온 것. 이후 전국 각지에서 학교·직장팀 에키덴이 생기면서, 지금은 일본에 100개 이상의 에키덴 대회가 있어.


에키덴은 신년·연말 TV 특집으로도 크게 다뤄져서, 일본에서는 “국민 스포츠 이벤트” 급 인기. “혼자”가 아니라 “팀”인 마라톤. 개인 마라톤은 자기가 죽도록 뛰고 끝이지만, 에키덴은 “내가 못 뛰면 뒤 주자에게 미안하다”, “이 타스키를 다음 사람에게 꼭 넘긴다”는 팀 의식이 강해서, 드라마성이 훨씬 커. TV 중계에 최적화되어 도로 한 바퀴만 도는 게 아니라 도시·시골을 길게 가로지르는 코스, 팀 순위가 계속 바뀌는 그림이 예쁘고 스토리를 만들기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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