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원조

by 구포국수

재벌


“일본의 원조 재벌(財閥, 자이바츠)”을 꼽자면 에도 시대 거상에서 출발해 메이지기에 가장 먼저 현대적 재벌로 변신한 미쓰이(三井)와 스미토모(住友) 두 집안을 ‘원조’로 보는 게 가장 일반적. 그중에서도 “전형적인 근대 재벌 모델”로는 미쓰이 재벌을 많이 예로 들어. 일본어 財閥(자이바츠) = 글자 그대로 “재산을 쥔 벌(벌집, 파벌)” → 영어로는 흔히 wealthy clique 정도로 번역. 한 가문이 지배하는 거대한 복합 기업집단 - 맨 위에 지주회사 + 자기 은행 + 여러 산업 계열사가 아래로 주르륵 붙어 있는 구조.


본격적으로 “재벌”이라고 불린 건 메이지~다이쇼~쇼와 전전(戰前) 시기. 한국의 재벌·대기업 집단과 비슷하지만, 전전 일본의 자이바츠는 지주회사 + 전담은행 + 산업회사들이 강하게 수직 통합된 ‘일가 소유 왕국’에 가까워. 스미토모(住友) - 연대기로 보면 제일 먼저 나온 집안으로 16세기 말~17세기 초 교토의 상인 집안. 창업자 스미토모 마사토모(住友政友, 전 스님 출신)가 1610년대 교토에서 서점·약방을 열고, 이 가족과 결합해 스미토모 가문이 형성.


미쓰이(三井)가 “근대적 재벌 시스템의 전형”으로는 원조로 간주. 미쓰이 다카토시(三井高利, 1622–1694)가 1673년 에도 니혼바시에 대형 기모노 도매상 ‘에치고야(越後屋)’ 오픈. 메이지 유신 뒤, 미쓰이는 미노무라 리자에몬, 마스다 다카시 같은 비(非)가문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국가의 근대화 정책에 맞춰 금융·무역·채굴·중공업에 공격적으로 투자. 브리태니커 등 서양 자료에서도 “미쓰이 재벌은 에도 시대 최강 상인 집단 ‘미쓰이家’를 뿌리로 한 대표적 자이바츠였다”고 설명.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연합군(GHQ)은 1945년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야스다 4대 재벌 해체 명령. 가족 지배 주식을 매각. 그러나 해체된 회사들끼리 은행·상호 출자·인맥을 통해 다시 뭉치면서, 전후 일본에서는 케이레츠(系列)라는 느슨한 기업집단 형태로 부활. 지금 우리가 아는 미쓰이 그룹, 스미토모 그룹, 미쓰비시 그룹 등은 옛 자이바츠의 후손이지만, 집안이 직접 지배하는 재벌이라기보다는 은행·무역회사 중심의 “상호지분 네트워크”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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