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빨리 돋보기를 쓰게 될 줄이야!
어릴 때부터 유난히 시력이 좋았다.
그런데 나는, “난 도대체 왜 이렇게 눈이 좋아서, 안경을 못 쓰지?” 싶었다.
안경 쓰는 친구들이 너무 지적이고, 멋져 보였으니까. 그래서 알 없는 안경, 혹은 알은 있지만
도수는 없는 안경을 산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노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경, 정확히는 <돋보기>를 써야만 한다.
남들보다 노안이 빨리 찾아온 것 같다.
늘 컴퓨터로 원고를 써야 하는 데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쇼핑도 하고, 검색도 하고, 영상도 보고 많은 것들을 하다 보니-
화면 속 글자가 안 보여, 불편해 죽겠더라.
눈 뜬 장님이 따로 없었다.
그날도 인상을 쓰며 휴대폰을 보고 있자니,
남편이 제발 인상 좀 펴라고 했다.
순간, 안 되겠다 싶더라.
가뜩이나 나는 햇볕을 잘 못 보는 데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아이들한테 인상을 자주 써서
미간에 주름이 생겨있는데,,
이러다 스머프 속 “가가멜”같은 인상이 되지 싶었다.
노안이라는 걸 재빨리 인정하고, 하루 만에 안과와 안경점에 갔다.
내가 나이가 들고 있음을, 일찍이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40대로 들어선 뒤로 “나이가 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내 주변 대부분의 이들(남편을 포함)도 “예전엔 밤새고 놀아도 쌩쌩했는데,
요즘 나 왜 이러지?” 하고 인정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 모든 변화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마음 한편 쓰리고, 때론 처참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안경점에 가서, 최대한 돋보기처럼 안 보이는 안경을 골랐다.
(게다가 난, 아이들에겐 꽤나 "늙은" 엄마인데, 멋을 포기할 순 없지.)
돋보기를 쓰니, 세상이 밝아졌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싸나운 여자처럼 인상을 안 써도 되고,
이렇게 편한데, 나는 왜 진작에 돋보기를 안 썼던가!
하지만 돋보기라는 게
계속 쓰고 있는 건 아니라서, 며칠 쓰고 벗고 하다 보니…
“어디에 뒀지?” 하고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애들이랑 있다 보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이번엔 안경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선글라스에 달고 다니던 줄이 있긴 한데,
그걸 회사에서 달고 다니기엔 너무 화려했다. (호피 무늬다)
매일 밤 애들 옆에 누워서 검색을 한 끝에, 드디어!! 내 마음에 드는 걸 찾았다.
내 기준, 가장 심플한 디자인에 땀을 흘려도 색 변색이 적은,
우리 아기들 팔찌와 목걸이 소재로 익숙한 것. 이거다!
돋보기를 쓸 때나 안 쓸 때, 주야장천 안경줄을 목에 걸고 다닌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 왜 갑자기 안경이야?라고 물을 때면
당당하게 “이거 돋보기야.”라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이걸 보고 “패션템이야?” “멋지다!”라는 사람도 많다.
나는 앞으로도 나의 노화를, 나의 쓸쓸한 변화를 애써 감추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금도 내 목에 걸려있는 돋보기처럼.
그래야 삶이 편해진다.
6살, 9살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안경이 멋져 보인다며 자기들도 안경을 사달라고 했다.
엄마의 안경이 '돋보기'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말이다.
아니, 안다 한들— 그게 뭔가? 싶을 나이니까.
(얘들아 엄마가 많이 늙었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