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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단 Apr 06. 2020

커뮤니티 론(論)

* 이 글에서 커뮤니티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포털 사이트 카페와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등의 인터넷 공간을 뜻합니다.

   

1. 커뮤니티의 성장


Community, 곧 공동 사회를 뜻한다. 모임, 동아리 등 공통된 문화를 가진 집단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디지털 시대라는 말도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요즘 사회에서 다시 커뮤니티가 떠오른다. 혹자들은 개인 기기와 정보 통신, sns의 발달로 공동체 문화의 해체를 예언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SNS와 개인 기기는 오히려 인터넷 상에서 엄청난 결집력을 보이는 개인들을 응집시켜 커뮤니티의 시대를 열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건 곧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의 시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기존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공간’을 위주로 구성되었다. 전통적인 커뮤니티는 예술인들이 모였던 ‘살롱’, 취미에 따라 대학교의 ‘동아리방’, 좀 더 지역사회로 나아간다면 반상회 ‘주민센터’나 ‘노인정’이 있다. 더 넓게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는 커뮤니티 공간에는 광화문 광장이 있다. ‘공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는 공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면대면 소통은 가능하지만 그 규모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새로운 시대의 커뮤니티는 공간의 제약이 없다. 물론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 대신 ID를, 그리고 말 대신 댓글로 소통한다.


그럼 인터넷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는 플랫폼다. 기존에 존재했던 인터넷 상의 카페나 클럽 커뮤니티는 이미 오랫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축한 베테랑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더불어 그들은 그들의 공간을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들의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이들뿐만 아니라 유튜브, 개인방송 등 콘텐츠 플랫폼들은 새로운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등장하여 인터넷 커뮤니티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인터넷 상에서 각자의 취미나 생각을 표현하고, 그곳에서 생겨난 서사를 다시 재생산한다.

‘서사’를 만들어내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면대면 소통을 하는 것과 같은 실시간 반응과 댓글은 커뮤니티 내의 응집력을 강화하고 정보 교류 등의 역할을 한다. 더하여 생산된 서사를 외부에 전달하여 다른 커뮤니티와 도 집단 간 소통을 하기도 한다. 검색 엔진과 연관된 카카오톡의 검색 서비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지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버튼이 생겨난 이후 사람들은 다른 인터넷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폰을 소지한 대부분이 갖고 있는 카카오톡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커뮤니티의 조회수는 예상 범위를 넘어선다. 더하여 그들이 다루는 이야기 역시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 커뮤니티와 취향의 분화


지금까지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에 대해 다루었다. 커뮤니티는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폐쇄적인 집단이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는 점차 그 지위를 높여, 카카오톡의 검색 버튼과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커뮤니티의 원래 특성을 유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신입 회원에게 아직은 배타적이다.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비정기적이다. 따라서 기존 회원과의 ‘소통’에 있어서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커뮤니티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회원 모집을 위한 홍보를 하고, 환영회 등으로 신입 회원을 동화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또한 커뮤니티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한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마음에 든다면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면 되고, 만약 아니라면 자신과 맞는 또다른 커뮤니티를 찾아나서면 된다. 만약 기존 회원들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글과 댓글로 활동을 이어간다면, 이는 분란의 씨앗이 되고 ‘제명’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지만 오프라인 커뮤니티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곳이 되어간다.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개인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커뮤니티를 찾아가고, 결국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의 군집을 위에서 보면 여러 기준으로 나누어진 지도처럼 보인다. 


여기서 문제가 생겨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고 생산적 논의를 이루는 톨레랑스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나 가능하다. 회원이 몇십 만에 이르는 커뮤니티들은 압도적인 회원수와 카카오톡 노출로 하나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하나의 ‘의견’이 아닌 ‘여론’이 되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커뮤니티가 여타 의견에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자정 작용을 거치면, 결국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세계에서 취향의 분화는 곧 다른 취향에 대한 배척이다. 


3. 커뮤니티와 여론, 언론의 몰락



'여론'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상, 커뮤니티와 언론의 관계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을 형성하는 주체는 언론이었다. 정언유착, 경언유착은 이제 옛말이다. 정치와 경제계는 언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어졌다. 더이상 대중들은 언론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와 언론의 위치가 뒤바뀌고 대중들의 심리를 변화시키는 방아쇠는 영화였다. 천만 관객을 기록한 ‘내부자들’과 ‘베테랑’은 이전까지 언론의 문제로 지목되었던 정언유착, 경언유착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녹여냈고 대중들은 이에 공감했다.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와 “어이가 없네.”를 들은 대중들은 언론을 ‘기레기’로, 재벌들을 ‘금수저’로 인식하게 되었다. 


언론 대신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이끄는 개인의 성장으로 시민들은 언론처럼 권력 감시의 역할을 맡는 자체적인 시놉티콘을 만들었다. 자신의 구독자와 커뮤니티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사실상 언론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개인과 개인이 모인 커뮤니티가 자체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되자 언론은 힘을 잃었다. 존재 의미를 잃은 언론은 더이상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사회 현상들을 주목하는 역할만을 맡는다. 정치인은 뉴스라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었고 기자들은 그들을 편집하는 PD가 된다.


언론이 힘을 잃자 가짜 뉴스의 문제가 나타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개인과 커뮤니티는 언론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은 사실을 전달할 의무도 없고 보는 사람들 역시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해야한다. 애초에 가짜뉴스가 언론의 문제라면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나 정정보도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는 그저 소통의 자유가 펼쳐지는 인터넷의 공간일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를 규제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중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진실인지도 모르는 서사를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재생산한다. 


4. 커뮤니티와 이익


커뮤니티의 성장은 문화적 현상이다. 시대 흐름의 장기적인 예측과 전망, 그리고 시대 정신을 논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알아야한다. ‘문화’는 팩트와 통계가 아니라 흐름으로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인 추상적 집합이기 때문에 문화는 경제 등 여타 사회 현상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를 염두에 두고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와 이익에 대해 살펴보자. 앞서 커뮤니티의 성장과 여론, 그리고 이에 따른 언론의 몰락에 대해 어느정도의 상관관계를 짚었다. 역사적으로 사람이 모인 플랫폼은 돈이 된다. 유튜브가 왜 성장하는 지, 그리고 막대한 돈을 끌어오는 지 생각해보자. 간단하다, 동영상 플랫폼 중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플랫폼이 되었기 때문에 정치계에서 커뮤니티를 활용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하나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으며 정당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또다른 이익집단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이는 로비를 통해 언론을 포섭하는 것보다 리스크는 적고 리턴은 크다. 놀랍게도 이미 많은 커뮤니티가 각각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대변한다. 앞서 설명한 커뮤니티의 취향에 의한 배척과 자정 작용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꼭 특정 정치나 사안이 아니더라도 정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커뮤니티 내에 확산시켜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집단을 만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 커뮤니티에 등장한 가치와 주제들은 아직 신선하지 않다. 이웃 국가에 대한 호불호나 특정 지역에 대한 호불호 등 한국 현대사에서 단골처럼 등장했던 소재들이 커뮤니티의 정치 논쟁에서 주로 등장한다. 아직 정치계 양강 정당에서는 커뮤니티의 성장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세대에 따른, 성별에 따른 가치관 분화와 그들의 여론을 짐작할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여론이 매일 몇 천개씩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정리하자면 개인주의 미디어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엄청난 힘을 비축 중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미래의 비전과 정책을 세울 기업 임원이거나 정치인이라면, 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를 꼭 고용하길 바란다. 실시간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당신에게 영업 이익과 지지율을 안겨줄 것이다. 


소셜타임즈

2020.04.06

by 소나단


이미지 출처 : 서대문구청, 카카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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