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vol.1 도서 리뷰
아트인사이트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vol.1 도서 리뷰
#0 아트인사이트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이 책은 문화예술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의 첫 번째 공동저자 프로젝트의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다룬 책이다. 총 38명의 문화 애호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오래도록 고민하고 차분하게 글로 풀어낸 결과물을 하나하나 만나볼 수 있었다. "좋아함"이라는 하나의 공통 주제에서 뻗어 나간 글들은 모두 다른 곳에 다른 모양으로 도달했다.
책 소개글을 마저 읽고,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에서 지금까지 함께해 온 다른 에디터들의 생각을 찬찬히 읽어본다. 늘 웹 상에서 마우스를 넘기며 읽어왔는데, 책장을 넘겨 종이 위에 새겨진 활자를 보는 “책” 형식의 아트인사이트라니 분명 느낌이 색다르다. 차례를 먼저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바꿀 거야>로 이어진다. 내가 아트인사이트를 접하고 활동하며 겪었던 다양한 과정들이 있는 것처럼, 모두가 각자의 시기에서 겪은 내밀한 이야기를 글로 접해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며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도 스스로 정의 내리고, 결국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까지, 이 책에는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 내가 좋아하는 것
- “내가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뭘까요?”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기타를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밤새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그럼에도 누군가 뭘 제일 좋아해라고 물어보면 “그냥 특별히..”라고 대답하던 소년은 단순히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밝히는 게 부끄러운지 숨겼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싫어하는 게 생기더라.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그래서 더 말하기가 힘든가 봐. 무언가를 좋아하면 필연적으로 싫어하는 게 생기니까. 그래서 더 숨겨야지.”
- 나를 좋아하는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中-
다들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일까, 유난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한 그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1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기록은 단순히 취미나 취향을 넘어, 내가 좋아하기 위해 겪어온 고민과 노력의 시간까지 포함한다. 사진을 좋아하던 첫 페이지의 저자의 셔터 소리와 연필과 종이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림을 그려온 달려온 누군가의 이야기, 술과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날 매료시켰다. 그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분명 한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과정을 거쳐온 이야기가 활자만으로도 생동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돈 많이 벌어서 사계절 다 여름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
- 그리고…여름이었다 中-
14명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읽다 보니 2018년 여름, 처음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쓰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적어도 좋다는 말에 이끌려, 나는 가사를 적었다. 그 당시에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고, 관찰한 것들이나 다른 무언가 들을 감상하며 느낀 소감을 적으며 내가 느낀 것은 이 과정에서 피어나는 열정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글 자체도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그 바탕에서 나타난 결과물들이 나를 이루는 무언가가 된다는 게 뿌듯했다.
#2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를 설명할 단어와 문장들이 생기는 것.”
“내가 '어떠한 것을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나의 취향을 완성해가는 조각이 된다. 이유보다 그 존재가 더 선행하는 셈이다.”
- 음미의 미덕 中-
글 말미에 달려 있는 작가 소개글을 보니 모두 각자 좋아하는 것들로 다채롭게 채워져 있었다. 예술 장르부터 시작해 정확히 어떤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쨌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각자의 삶 중심과 주변부에 존재함으로 그 존재를 스스로 이루기도 하고 설명할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어쩌면 사회에서 통용되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거나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기에 충분히 가치 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꼭 거창한 행동이 필요한 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어설픈 위로만으로 상대에게 당신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 나에게는 그게 바래다주는 발걸음이다. … 이 비효율적인 발걸음을, 나는 사랑한다.”
- 내가 사랑하는 비효율 中-
더하여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사랑에 대한 글을 한창 쓰던 어느 때,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어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뭐지?' 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 책에서는 나를 좋아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직설적인 가사와 짜릿한 사운드의 힙합이 가끔은 당당하지 못한 내 모습을 바꿔주기 때문이다. 긴장되는 상황을 마주하기 전,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을 만큼 볼륨을 크게 키우고 힙합 음악을 한곡 듣는다. 그렇게 나는 힙합을 좋아하게 되고, 힙합을 듣는 나의 한 부분을, 그리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통해 변화된 나 자신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용기. 좋아하는 일을 실행할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 … 우리는 그렇게 행하려는 과정 속에서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첫 번째 방법, 날 사랑하기 中-
#3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바꿀 거야
- “계속해서 좋아하다 보면, 분명 우리의 삶을 바꿀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난다.”
“무언가를 좋아할 때, 세계는 확장된다. 바다에서 시작된 내 세계는 자연으로,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으로 이어졌다. … 실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지속하는 마음, 이것이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방식이다.”
- 그럼에도 지속하는 마음 中-
나아가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는 이 책으로 각자의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꺼내놓고 소통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관계가 쌓이고 좋아하는 새로운 것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계속 좋아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나를 둘러싼 세계가 변하게 될 것이다. 그것 역시 각자의 방식대로. 나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가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쌓아갈 수도 있고, 업이나 삶의 지향점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만 마무리 짓는다면, 너무 더운 한 여름에 바깥에 오래 꺼내 놓은 밍밍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함이 생기지 않을까 …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찾은 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려고 하는 나는 나를 응원한다.”
- 돌고 돌아 내게 스며들어준 '영화' 中-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어 한다. 좋아하는 것에 진심으로 임하고, 노력해간다면 한 사람의 삶을 오랫동안 책임지는 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환상이 깨질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것을 찾아 수없이 고민한 그 사람에게는,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자신과 몇 날을 밤새가며 대화를 나눠온 사람에게는 환상이 깨지는 순간마저도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좋아하는 것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나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중에 하나는 업이 되기도 하였고, 하나는 오랫동안 지속할 취미가 되었다. 오늘은 이 글을 마무리 짓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의미와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아야겠다. 타인의 이야기를 읽고, 얻은 영감으로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는 모두 각자의 좋아하는 것을,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를 설명할 문장을 쓸 때 활용되기도 하고, 나의 업이나 취미가 되어 나의 삶을 구성하기도 한다. 또 하나, 그것들이 나에게 가져다 준 큰 변화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는 이 책으로 각자의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꺼내놓고 소통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는 모두 각자의 좋아하는 것을, 각자의 좋아하는 방식을 응원하며, 언젠가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5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