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족, 그리고 나를 위한 치료 철학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집니다. 오늘도 치아쌤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벌써 18년째 서울 안성을 오가는 출근 길에 늦지 않게 가려면 이 때 일어나야 하죠.
치과의사로서, 구강용품회사 대표로서, 인비절라인 강연자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이 모든 역할을 한 몸에 안고 살아가는 나는 매일 ‘균형’이라는 단어를 되새깁니다.
치과의사로서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환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요즘 환자들은 예전과 다릅니다. 인터넷과 SNS 덕분에 정보가 넘쳐나고, 치료 옵션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합니다. “꼭 치아교정 해야하나요?”, “이거 떼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낯설지 않습니다.
저는 늘 대답합니다.
“치아는 한 번 깎으면 다시 자라지 않아요. 최대한 자연치아를 지키는 게 가장 좋은 치료예요.”
이것이 바로 최소 치료, 즉 미니멀 인터벤션(minimal intervention) 철학입니다. 예전에는 충치가 보이면 무조건 파내고, 넓게 깎고, 크라운을 씌우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질병의 원인을 먼저 관리하고, 조기에 발견해 예방적이고 보존적인 치료를 우선합니다.
특히 치아 사이에 공간이 있거나 치아가 틀어져 있는데, 치아를 깍아서 치료하려고 하는 환자분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빠르게는 되지만 내 치아를 다 깍아서 아스팔트 처럼 갈아엎어버리는 거죠.
급속교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치료를 권하는 치과의사도 안타깝습니다. 과연 본인의 가족이라면 그럴수 있을까요?
또한 초기 충치는 불소도포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치료가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치아를 덜 삭제하고, 생체친화적 재료로 치료하는것이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치료가 예방치료입니다.
칫솔질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 칫솔질을 잘하는 것이 충치와 잇몸질환을 피할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습관이라는 안내가 필요합니다. 환자들은 본인들이 뭐를 잘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본인의 구강을 잘 알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시스템 , 즉 저희는 구강카메라 촬영으로 환자분들께 적나라한 치아를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현미경으로 세균도 검사하구요.
이렇게 보여드리면 습관이 바뀌는 분들이 진짜 많아요. 그냥 말로만 "칫솔질 잘하세요" 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고 환자분들은 뭘 어떻게 잘 해야하는지 모릅니다. 보통은 본인들은 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이런 진료 철학은 환자 중심의 진료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환자가 이해할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하고, 치료의 장단점과 대안을 설명하며,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합니다. 환자가 자신의 구강 건강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짜 ‘좋은 치과의사’라고 믿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솔직히 말하면, 과잉진료의 유혹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환자가 불안해하면 더 많은 치료를 권하고 싶고, 최신 장비와 재료를 쓰면 비용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나는 늘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합니다.
내 딸이 충치가 생겼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치료할 것이고, 내 남편이 치경부 마모증이 있다면, 치아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환자에게도 더 좋은 재료가 있다면 당연히 권해드리고 선택지를 드립니다.
제가 하는 치료가 주로 치아교정과 예방치료입니다.
지금은 고3인 제 딸도 초등학교 6학년때 예비교정, 본교정 2번의 교정을 했었고, 저희 조카는 10살인데 최근 인비절라인 퍼스트 치료를 마쳤습니다.
“교정치료를 안 하는게 치아에 좋은거 아닌가요?” "인비절라인이 좋은 치료가 맞나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는 환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가족도 하는 진료임을 설명합니다.
이런 진료 방침은 환자와의 신뢰를 쌓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치료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합니다24. 이런 신뢰는 단골 환자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료실을 벗어나면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입니다. 저녁이 되면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고, 가족의 식단을 챙기고, 때로는 구강용품회사 대표로서 회의에 참석한다. 인비절라인 강연자로서 강의를 다니기도 하죠.
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끔은 진료 일정과 아이의 학교행사, 회사 미팅이 겹쳐서 한쪽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환자와의 신뢰,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낼때는 휴대폰을 멀리 두고, 진료실에서는 환자에게 온전히 집중합니다. 회사 업무는 그 외 사간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친절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오늘 하루는 충실히 살지만, 그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큰 흐름에 맡기고 그 결과는 받아들이면서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2025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최소 치료만 권하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며, 나 자신을 돌보는 삶.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돌보는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지 늘 마음에 새기며, 치아쌤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2025년 5월 11일
치아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