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line
얼마 전, 20대 초반의 여자 환자분이 치과에 오셨습니다.
앞니는 많이 삐뚤어 있었고, 아래턱과 치아가 함께 앞으로 나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상담을 진행한 끝에, 양악수술 없이 치아교정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치료 계획을 세우며, 저는 늘 그렇듯
치아 배열만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마일 라인’입니다.
웃었을 때 치아가 어떻게 보이는지,
윗니가 입술 사이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아랫니는 드러나지 않는지.
그 사람의 미소가 가장 예쁘게 완성되는 지점을
교정의 중요한 목표로 삼습니다.
그래서 인비절라인 치료를 할 때
저는 인비절라인에서 제공하는 스마일 포토와 스마일 비디오라는 앱을 사용합니다.
환자가 직접 웃는 모습을 촬영하고,
그 미소 그대로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은 투명교정이기에 가능한,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단계입니다.
그날도 저는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분의 미소를 최대한 살려주고 싶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잘 웃어주셔야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좀처럼 웃지 못했습니다.
입을 살짝 벌리기도,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쑥스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 저는
조금 더 웃어보시라고,
몇 번이나 다시 부탁했습니다.
그러다,
그분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치아 때문에… 웃어본 적이 없어서요.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나는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분을 어떻게 하면 수술 없이 도와줄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치아를 움직여야 할지,
어디까지 개선할 수 있을지.
‘잘 치료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지만,
정작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는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분에게 ‘웃어달라’는 말은
단순한 협조 요청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말은,
그동안 감춰왔던 상처를
그대로 마주하게 만드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치아가 삐뚤다는 이유로
사진 찍는 걸 피하고,
사람들 앞에서 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입을 가리고 웃는 게 익숙해진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는 방법’은
배워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과연
치아만 보고 있는 치과의사는 아닌가.
기능과 결과만을 앞세우며
환자의 마음을 뒤로 미뤄두고 있지는 않은가.
교정은 치아를 움직이는 치료이지만,
사람의 자신감과 기억을 함께 건드리는 치료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교정 시작 자체가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그날 나는 환자분의 눈물 앞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치료는 계속될 것입니다.
아마 이분의 치아는 점점 가지런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웃는 연습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치아를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의사’ 이전에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치과의사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치료 계획보다
내 마음을 먼저 고쳐야 했던 날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누군가에게 다시
“웃어주세요”라고 말해야 할 때,
그 말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
잊지 않으려 합니다.
미소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임을
그날, 나는 배웠습니다.
2026년 2월 8일
치아쌤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