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하루의 감동
그날은 제게 꽤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오신 치과 원장님들과 팀들이
저희 치과의 인비절라인 시스템을 배우러 모인 자리였죠.
교정치료의 흐름, 시스템 운영, 환자와의 관계에 대해
한참 강의 중이었는데—
그분이 오셨습니다.
처음 뵌 건 몇 년 전,
50대 후반이셨던 그분은
치아의 불규칙함을 오랜 시간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치과 문을 열고 들어오셨었죠.
“제가 지금 이 나이에 교정이 가능할까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조심스럽지만 확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에요.
건강한 의지가 있다면,
그 치아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인비절라인 교정.
치열은 점점 가지런해졌고,
그분의 표정도, 말투도,
어딘가 달라졌습니다.
교정치료가 끝났을때,
미소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치과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달까요?
며칠 전,
강의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진료실 밖에서
그분이 갑자기 오셨다는 실장님의 말에
잠깐 당황했습니다.
“유지관리 정기검진 예약 문자 받으셨다고 하시는데요… 오늘 날짜가 아니에요.”
알고 보니,
오후 2시라는 시간만 보고
그만 날짜를 착각하신 거였어요.
무려 1주일 일찍 치과에 오신 거였죠.
환자분도 당황하시고,
저희도 조금 놀랐지만—
그 순간 제 마음에 살짝 울림이 있었습니다.
‘아, 이분은 치과 문자를 보고
망설임 없이 한걸음에 달려오셨구나.’
교정치료는 끝났지만 정기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제는 너무 잘 알고 계시는구나.
치아교정을 하시며
단지 예쁜 치열만 얻은 것이 아니라,
건강을 향한 감각,
치과를 향한 믿음,
스스로의 삶을 더 돌보는 마음을
얻으신 거였구나.
진료실에 계시지 않아도
그분이 내민 그 마음에
저는 잠시 멈춰서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치과는 대체로
두렵고, 피하고 싶은 곳일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가가고 싶은 공간이 될 수도 있죠.
그날,
그분의 헷갈린 발걸음이
그저 실수가 아닌
정성의 표현이었다는 걸 알기에,
저는 그 모습에
조금 감동했고, 조금 다짐했어요.
치아 하나하나가 가지런해질 때,
그 사람의 마음에도
건강한 리듬이 깃들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변화에
치과가 조용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다음 주,
진짜 예약된 그 날,
그분은 다시 오실 겁니다.
이번에는 날짜까지 정확히 확인하고 오시겠죠.
하지만 저는 그날보다
오늘, 미리 찾아오셨던 그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오신 그 마음에
오늘 저는 조금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사람에게, 삶에게
작은 변화로 닿고 있다는 걸.
2025년 12월 21일
안성 치아쌤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