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미리 예약을 하자고 했지만
결국엔 나는 12월이다.
5년 전, 동갑인 우리 부부는 마흔이 되면서 건강검진을 시작했다.
둘 다 처음으로 수면 위, 대장 내시경을 했다.
둘째 어린이집을 보내고 큰아이 학교를 등교시키고 우리는 비장하게 검진을 받았다.
마지막 수면 내시경을 받을 차례가 되자,
남편은 나에게 먼저 하라며 자기가 나를 지켜 줄듯이 들여보냈다.
정말 스르륵… 내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일어나서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남편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온 남편,
하도 안 일어나서 간호사가 깨워서 나왔단다. 게다가 나는 대장에서 용종을 두 개나 떼내었는데 남편은 깨끗하게 검사만 하고도 깊은 숙면을 취하시고 나왔더랬다.
두 번째부터는 혹시나 있을 비상시를 대비해 각자 날짜를 잡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시간이겠지만 부모 둘 중 한 명이라도 연락이 되는 것이 좋을 듯해서였다.
올해는 2년 전 받았어야 할 검진을 한해 미뤄 작년에 받았어서 하반기에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래서 12월에 나의 검진이 예약되었다.
작년 대장내시경 시 먹어야 하는 약으로 밤새 고생했던 나는 이번해엔 위내시경만 했다. 작년이라 너무 가깝기도 했고 첫해에 있었던 용종이 작년에는 없기도 해서였다.
그저 내 몸이 건강한가만 확인하러 가는 것인데도 왠지 검진받기 전에는 좀 긴장이 된다.
그래도 올 한 해는 운동도 열심히 했으니 별 문제없겠지. 내심 나의 인바디 결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 검진 결과표가 택배로 오늘 아침 도착했다.
결과를 쭉 내려가다 보니 작년엔 안 보이던 소변 검사에서 나오는 백혈구 이야기(뒤에 설명을 보니 소염제나 항히스타민 복용으로 있을 수 있는 수치였다. 비염으로 항히스테민을 복용하고 있다)가 나오더니 콜레스테롤 수치에 문제가 있었다.
정말 생각지 못했던 콜레스테롤.
올해 봄까지는 걷기를 하며 식사를 잘 챙겼었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나서부터 혼자 식사를 챙기는 것이 여간 귀찮았다. 어떤 날은 낮에 혼자 라면을 먹기도 하고 아이들과 자주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빵과 과자도… 하지만 이런 간식은 워낙 내가 좋아했던 것이라 아주 극적으로 양이 늘어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간헐적 식사를 한다고 저녁 식사 시간을 이른 시간에 마치긴 했으나 먹는 음식들의 질이 좋지 못하다고 최근 들어 혼자 꺼림칙하게 생각은 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결과가 지금 당장 나의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결과를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되었다.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이 있어야 아직 어린아이들도 돌보고 나도 돌본다.
지금이라도 나의 건강을 위해 식단도 신경 써보리라 다짐하며 도서관에 들러 책을 대출해 왔다.
건강하자!
모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