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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an 07. 2022

알코올에 빗댄 인생 예찬 영화 ‘어나더 라운드’

[리뷰] 본격 음주 권장 영화 ‘어나더 라운드’ 알코올에 빗댄 인생 예찬

영화에 취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영화 ‘어나더 라운드’를 관람한 직후 느낀 감정은 몽롱함과 즐거움이었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맺음을 하는 이 영화는 스크린 너머로 알코올 향을 풍기며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관객에게도 취기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자신감 없는 고등학교 교사 마틴(매즈 미켈슨)과 동료 토미(토머스 보 라센), 니콜라이(마그누스 밀랑), 피터(라르스 란데). 네 사람은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늘 취한 상태를 유지하자 수업도 즐거워지고 생기가 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엉뚱한 실험을 통해 학생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고 여기게 된 네 사람. 음주를 통해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던 이들은 점차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일상이 위태해진다. 인생의 바닥에서 비로소 문제를 깨닫게 된 네 친구는 각자 마주한 진실과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나아간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감독 토마스 빈터베르크)는 무료한 일상에 열정을 되찾기 위해 알코올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선 네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모든 인간은 혈중 알코올 0.05% 농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를 유지하면 창의적이고 용감하게 된다’는 실제 이론을 소재로, 영화는 지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할리우드 리메이크 제작이 확정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리메이크작의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속에서 술은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곤 한다. 술은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 사회를 파괴하는 원흉으로 자주 지목된다. 그러나 술은 우리 인생의 윤활유가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바로 그런 술의 입체적 면모에 빗대 인생을 그렸다. 음주가 주는 축복으로 시작해 흥미를 돋우던 ‘어나더 라운드’는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삶의 파도를 알코올을 통해 비추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일지, 각자의 자리에서 권태와 우울함을 느끼던 네 친구는 술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약간의 음주로 생겨난 여유와 자신감은 딱딱하고 지루하기만 하던 매일을 변화시킨다. 영화는 그렇게 술이 선사하는 황홀함을 그리며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생기를 잃어가던 네 중년이 점차 알코올을 통해 열정을 되찾을 때, 영화는 청춘과 꿈, 사랑에 대한 풍부한 고민을 자아낸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허나 정말로 술이 주는 기쁨에만 집중했다면 이는 영화라기보다 주류 회사의 광고 영상이 됐으리라. ‘어나더 라운드’는 네 친구가 술로 인해 자제력을 잃어가는 과정 역시 빠짐 없이 그리며 술이 드리우는 인생의 빛과 그림자 모두를 담았다. 술로 인해 고양감을 느끼던 네 친구가 급격히 추락할 때, 관객은 인생의 절망을 엿보게 된다. 이를 통해 영화는 단순히 음주 예찬에 머물지 않고 보편성을 획득한다. 균형감 있게 그려낸 술과 인생의 솔직한 대담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그들이 스스로를 포용하고 내일을 향해 용기 있는 걸음을 시작할 때, 영화는 술에 대한 예찬을 넘어 인생을 향한 찬가로 승화한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던 것은 영화의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완성도 높은 캐릭터 덕이 크다. 하지만 매즈 미켈슨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터다. 매즈 미켈슨은 어쩌면 한없이 가벼워만 보일 수 있는 영화에 진실성을 더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비춰보도록 하는 강력한 마력을 발휘했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 스틸. 사진 엣나인필름


유럽 아트 영화라 하여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116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술자리에 함께한 듯 순식간에 지나간다. 알코올을 즐기지 않는 관객일지라도 영화에 공감하기는 무리가 없다. 술에 대한 애정을 넘어 인생을 향한 예찬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이유다. 매즈 미켈슨이 이끌어가는 한바탕의 재즈 댄스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영화에 흠뻑 취해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개봉: 1월 19일/ 관람등급: 15세관람가/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출연: 매즈 미켈슨, 토머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수입·배급: 엣나인필름/러닝타임: 116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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