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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ul 16. 2021

‘워스’ 결국 필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

[리뷰] ‘워스’ 결국 필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마이클 키튼과 스탠리 투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워스’가 국내 개봉 소식을 전했다.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실화를 소재로, 영화는 남겨진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피해 보상금이 아닌 이해와 공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영화 '워스' 포스터. 사진 (주)미디어소프트필름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펜타곤에 여객기가 충돌한다. 전대미문의 비극 앞에서 정부와 의회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보상 기금 마련을 시작하고, 협상 전문 변호사 켄(마이클 키튼)은 자청해 누가 얼마를 받을지 기준을 정해야만 하는 특별위원장 자리를 맡는다.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을 둘러싸고 수많은 반대 의견은 물론 정부의 압박과 부딪히게 된 켄. 그는 과연 남겨진 이들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영화 ‘워스’(감독 사라 코랑겔로)는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운영을 맡게 된 변호사 켄이 주어진 시간 안에 피해자들을 설득해 보상 기금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9·11 테러 이후 있었던 실제 보상 기금 마련 과정을 소재로, 영화는 오는 21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

9·11 테러 피해자 보상 기금 운영 실화를 소재로 제작됐다는 영화 ‘워스’. 이 작품의 원제는 ‘What Is Life Worth’다. 인간의 생명과 삶이 돈이라는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 영화의 목적이 제목에 그대로 담겼다.

영화 '워스' 스틸. 사진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영화는 엘리트주의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냉혈한 변호사 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집에서도 정장을 입고, 클래식과 오페라를 즐겨 들으며, 오디오의 이름 조차 ‘엘리트’인 그는 협상 전문 변호사로, 언제나 사람들의 인생과 삶을 돈이라는 가치로 환산해 합의를 이끌어왔던 무수한 역사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켄이기에 피해자 보상 기금 운영 기준은 역시나 미흡하다. 기존 법규를 바탕으로 보상 기준을 마련하지만, 피해자 개개인의 사연은 무시한 채 일정한 공식에 따라 보상금을 책정한 그의 결정에 정부와 서민, 부자 모두가 불평을 쏟아낸다.

이야기의 흐름이 반전되는 것은 켄이 유가족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나서부터다. 언제나 피해자 및 유가족과 상담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맡겨뒀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그네들의 아픔을 마주하고 마련된 대책이 진정 그들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영화 '워스' 스틸. 사진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이후 남겨진 이들의 사연을 일일이 들어보며 그들을 위한 방법을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한 켄. 그런 그의 진심 어린 노력은 유가족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켄이 마련한 보상 기금 운영 방안에 하나 둘 동의 서명을 보낸다.

영화는 그렇게 관객에게 우리의 삶과 생명을 통계와 숫자로 치부하며 특정 공식에 의해 기준화할 수 있는지 묻는다. 돈이라는 가치가 인생의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인지, 남겨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보상금에 불과한 것인지 묻는 과정을 통해, 점차 마모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인간성에 회복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워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감동을 자아낸다. 단순히 특정 감독의 바람이나 상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간성을 회복했던 사연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렇기에 ‘워스’는 2001년 이후 20년이 지나 전 세계적인 대재앙이 들이닥친 지금,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희망을 갖도록 한다.

영화 '워스' 스틸. 사진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이어 영화는 결국 거대한 재난의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이 돈이 아님을 역설한다. 돈은 부차적인 도구에 불과할 뿐, 그들을 위해 사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진심을 전하는 것만이 위로가 될 수 있다 말한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집세를 내고, 밥은 먹는 것은 돈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돈은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하고,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금 샘솟게 하지 못한다. ‘워스’는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이해와 공감, 연대와 사랑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2001년 당시 피해자들의 아픔이 생생히 전해진다. 끝내 사회, 경제적 위치에 따라 목숨 값 역시 달라진다는 비루한 현실과 서로를 향한 경계와 의심, 비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혐오의 시대가 적나라하게 들춰졌다. 마이클 키튼과 스탠리 투치가 빚어낸 인간성 회복의 결실이 코로나 19로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한 우리 사회에도 치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개봉: 7월 21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사라 코랑겔로/출연: 마이클 키튼, 스탠리 투치, 에이미 라이언, 테이트 도노반, 수노리 라마나단, 로라 베난티, 탈리아 발삼, 크리스 타디오/수입: ㈜미디어소프트필름/배급: 씨나몬㈜홈초이스/러닝타임: 11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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