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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Sep 30. 2021

다니엘 크레이그의 아쉬운 작별인사

[리뷰] ‘007 노 타임 투 다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아쉬운 작별인사

코로나 19 여파로 한없이 개봉이 밀렸던 기대작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드디어 개봉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대만 컸던 탓일까. 막상 만나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반가움보단 아쉬움을 더 크게 남기고 막을 내렸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운명이 우릴 다시 만나게 했군. 너의 적이 나의 적이라니”


숙적 블로펠드(크리스토퍼 왈츠)를 처단하고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피로 얼룩진 삶을 뒤로한 채 행복을 꿈꾸던 그는 다시 한번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전 세계를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 제임스 본드는 MI6에 복귀해 팀원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한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는 가장 강력한 적의 등장으로 죽음과 맞닿은 작전을 수행하게 된 제임스 본드가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시리즈로, 라미 말렉과 라샤나 린치, 레아 세이두, 벤 위쇼, 아나 디 아르마스, 나오미 해리스, 랄프 파인즈가 출연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코로나 19 여파에 의한 오랜 기다림 덕분이었을까, ‘007’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총열 시퀀스와 음악이 흐르는 순간 약간의 전율이 일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은퇴작이자, 시리즈로서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니 만큼, 영화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으리라는 기대가 넘쳤다.

영화의 시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오프닝 시퀀스는 강렬한 이미지를 연이어 쏟아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묘함과 기괴함을 넘어 두려움까지 자아내는 하얀 가면과 클래식 카로 펼쳐지는 카체이싱 총격 신은 팬들의 기대와 바람을 충족시켰다.

특히 ‘007’ 시리즈의 상징, 본드카 DB5를 비롯해 여러 본드카가 등장한 것은 오랜 팬의 향수를 불렀고, 빌리 아일리시의 몽환적인 주제곡, 한스 짐머의 클래식과 세련됨을 동시에 갖춘 음악은 박수를 불렀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그러나 영화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다. 입맛을 한껏 돋웠던 가니쉬(음식의 모양을 좋게 하는 장식)와 달리, 정작 중요한 영화의 메인디쉬는 아쉬움만을 남겼다. 전형적인 소시오패스 빌런은 진부하고, 마지막까지 유사한 그림이 재생산 되는 액션 시퀀스는 지루함을 부른다.

본디 단순한 이야기 구성에 화려함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프랜차이즈 작품이니,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단함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시대 흐름을 의식해 억지로 구색을 맞춘 티가 역력한 캐릭터 구성은 되레 신경을 건드린다.

예컨대 제임스 본드의 자리를 채운 새로운 007은 흑인 여성인데, 결국 병풍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여러 여성 캐릭터가 영화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분량만 소소하게 챙길 뿐, 별다른 활약은 없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물론 본래 ‘007’은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인 프랜차이즈 스파이 무비일 뿐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활용은 비록 의도와 반대될 지라도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아닌 여성과 유색 인종에 대한 혐오를 재생산 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오랜 팬들의 반가움을 부를 요소와 오프닝 시퀀스가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남지 않았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거대한 스케일이 눈 앞을 가득 채우지만, 화려함을 넘어 환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작품이 쏟아지는 요즘, 그것 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긴 어렵다.


개봉: 9월 29일/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감독: 캐리 후쿠나가/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라샤나 린치, 레아 세이두, 벤 위쇼, 아나 디 아르마스, 나오미 해리스, 랄프 파인즈/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러닝타임: 163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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