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이름 만나기

타이포잔치 2023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새로운 질서 그 후

by 예원

꾸준히 전시를 찾아다닌 지 8개월 정도 지났다. 이전에도 많은 전시를 봤지만, 유럽을 다녀오고 나서(정확히는 나이젤 피크의 책을 찾아다니기 시작하고 나서) 전시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차이가 생겼다. 전시를 보고 나왔을 때 그 잔상이 사라지지 않고, 경험과 지식 아니면 어떤 영감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 취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 의식적으로 관심을 더 쏟다 보니 이제는 슬슬 눈에 익은 작품이나 이름, 단체 같은 것들이 들어온다. 얼마나 짜릿한 순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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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직전에 다녀온 타이포 잔치에서 그 느낌을 특히 많이 느꼈다. 어떤 전시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갔던 건 아니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포니의 시간> 전시에서 '새로운 질서 그 후'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고 난 뒤, 근황을 찾아보니 타이포 잔치에 참여했다길래 다녀왔다.


타이포그래피의 나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작품의 구성이 다양했다. 시각적인 문자만이 아니라 들려오는 소리, 청각의 요소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생각보다 인터랙티브 아트가 많았던 점도 흥미로웠다. 전시의 초입,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들 사이에서 새로운 질서 그 후의 작품을 바로 만나볼 수 있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에서 처음 접했던 대체 텍스트에 관한 작품이다.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위해, 이미지를 설명해 주는 글이나 문구. 타이포 잔치에 전시되는 작품들의 대체 텍스트를 입력해 놓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웹페이지의 형태를 띤다. 어떤 작품은 이렇게 잊고 있던 일상의 중요한 지점을 이따금씩 상기시키는 기능을 한다. 대체 텍스트에 관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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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이름을 또 만났다. 나이젤 피크의 책을 찾으려고 방문했던 수많은 서점 중 하나인 더 북 소사이어티의 팝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느 미술관 속 서점, 아트숍과는 다르게, 전시 섹션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팝업이 마음에 들었다. 더 북 소사이어티를 처음 방문했을 때도 새로운 질서 그 후의 민구홍민구 님의 책을 집었는데, (구매하지는 않았었다) 익숙한 작은 책을 펼쳐보니 역시나 익숙한 이름이 쓰여있었다. 책 뒤편에는 만원이라 쓰여있었는데 계산대로 가져가니 9천 원이 됐다. 기분 좋은 소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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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이름들과 다르게, 공간은 아주 새로웠다. 잔치가 진행됐던 문화역 서울 284를 처음 방문했던 날이었다.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가, 특히 복도나 계단이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같았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도 병원을 개조하고, 문화역 서울도 서울역사를 개조한 공간이어서 그런가. 공공시설으르 개조해서 문화공간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 안에서 이뤄지는 행사는 되게 공공의 특성을 띠는... 시청에서 진행할 것 같은 행사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첫인상이 꽤 마음에 들었다.




새로이 확장한 분야에서 알게 되는 이름들은, 탐색을 꾸준히 이어가는데 좋은 원동력이 된다. 원동력이라기보다는 도움 정도가 맞는 것 같기도. 어쨌든 더 많은 이름을 알게 될 때까지 열심히 확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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