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미술책방 '작가와의 담담한 대화' 를 비롯한 많은 미술 서점들
유럽 여행 5번째 도시,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비엔나로 향하는 저녁 비행기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뭘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한인민박에서 만난 분께서 강력 추천하셨던 루이비통 재단을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루이비통 재단 자체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지 않은데,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잡고 있는 건 미술관 옆의 아트샵에서 본 책이다.
나이젤 피크(사실 작가도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됐다)의' when the landscape became the shpape of a room'
아트샵의 가장자리 선반 제일 끝에 놓여있던, 나이젤 피크의 일러스트와 영문 시가 담긴 책이었다. 당시 시발비용이 너무 많았던 나에게 30유로가 넘었던 책은 아주 비싸게 느껴졌다. 살지말지 긴 고민 끝에 책을 다시 내려놓고 파리를 떠났다. 비엔나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파리에 두고 온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책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비엔나 서점들을 돌며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책이 입고된 곳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책을 찾는 여정은 계속됐다. 책을 핑계로 예술서점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예술의 여러분야 찍먹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예술 전문 서적(특히 영문 서적)이 가득한 곳은 사실 쉬운 공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괜히 책의 표지를 보여드리며 혹시 이 책이 있나요?를 묻고 나면 그 공간에 조금 더 머물러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달까.
그렇게 찾아갔던 서점 중에 한 곳이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책방이었다. 역시나 그곳에도 책은 없었다. 미술책방을 다녀오고 두달쯤 지났을 때 책방에서 아티스트북에 관한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내가 찾는 책이 아티스트북인지도 모르겠고, 예술 서점들에서 만난 책들을 이리 저리 훑어보고는 있지만 어떤 것을 느끼면서 책들을 마주해야하는지 아직까지는 낯선 상태였다. 그래도 책을 핑계로 방문하는 예술서점들은 항상 설렜기에, 또 마침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일단 냅다 신청해보고 있었기에, 책을 찾고 있던 사연을 담아 신청했다.
북토크는 참여 작가분들이 제작한 아티스트북, 전시 도록과 책 추천 위주로 진행됐다. 예술서점들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설렘을 작가분들의 말로써 다시 마주하는 듯했다. 이유성 작가님의 도록 중 한권을 소개해주셨는데, 표지 색감부터 마음에 들었던 책 속에는 낱장의 종이가 엮인 형태가 들어있었다. 종이의 파편을 모아보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말이 너무 반가웠다.
토크가 모두 끝나고 Q&A 때, 항상 낱장의 종이가 모인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질문을 전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듣고, 토크의 마무리에 진행자 차현지 작가님께서 내 사연을 소개해주셨다. 어떤 관객분께서 파리에서 사지 못해 후회했던 책을 찾아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셨는데 어떤 마음인지 너무 공감한다고, 책을 만난 서점, 미술관의 특별함을 안다고. 눈을 마주치며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눈물이 날 뻔 했다. 그 순간은 정말 특별했음이 틀림 없는데, 뭔가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하고 가볍게 공간을 훑는 과정들이 의미있나 싶은 생각이 종종들었다. 사실 책은 핑계인건 맞지만... 어쨌든 작가님께서 공감해주셨을 때 내 사연이 되게 특별한 이야기가 된 듯한 느낌이 너무 진짜 너무! 행복했다. 작담이 모두 끝나고, 작가님께 내 사연임을 말하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날은 생일 전날이었는데, 혼자 집에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완벽한 전야제였다!
이외에도 책을 찾는 여정에 얽힌 소중한 이야기는 더 많다. 어쩌면 책을 사지 않았던 이 선택이 더 마음에 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