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진행과정, 실제 환자의 이야기
진솔하게 써내려간 조현병 환우의 실제 경험담
안녕하세요, 첫 서두를 뭐라고 떼야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조현병을 앓았던, 현재는 약한 강도로 일상생활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단 정보글이므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위 그림을 함께 첨부합니다. 이 글은 현재 정신병을 앓고 있거나, 앓을 위험에 처해있거나, 혹은 관심있는 학우분들께 정보를 나눔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저는 많은 정신질환 중 조현병을 앓아왔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나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보다 정신과 의사분들이 더 잘 아는 부분이 분명히 매우 많을 것이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댓글로 달아주시면 많은 도움 되겠습니다. 저는 그저 일개 한 환우로서 경험한 일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고 저는 의료계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입니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한참 전이지만, 어디다가 어떤 형식으로 올려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어떤 마음가짐으로 적어야하나, 또 내가 겪은 일이 도움은 되겠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와 같은 많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꼭 필요할 거라 여겨서 나눔하려합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관련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답답할 것이라고 여겨서입니다. 즉 찾는 분은 많은데 다들 이런 것에 관해 드러내놓기를 꺼려하는 것이 큰 문제일 거라 여깁니다. 그래서 쓰게되었구요.
각 잡고 글을 조직하고 구성하기에는 부담이 되어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자세히 적어보고 2차를 올리겠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더 궁금하신 것들을 보고 정리해서 2차를 올리려 합니다.
다만 관심있는 부분만 볼 수 있으실 수 있도록 여기다가 표기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자층은 이렇습니다.
1. 조현병을 현재 앓고 있는 당사자
2.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아끼는 사람이 조현병을 앓고 있어서 관련 정보를 얻고 싶으신 분들
3. 자신이 조현병인지 의심되시는 분
4. 단지 조현병에 관심이 있는 사람
이 안에서도 수없이 층이 나뉘겠지만 기본적인 것을 정리해보았습니다.
4번 분들께서는 궁금증 해결에서 더 나아가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해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만 여겨주셔도 저는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막연한 인식만 사라져도 편견이 일부 개선될 거라고 믿고 부탁드립니다.
3번 분들은 https://youtu.be/aXnIoZVGcp4 (파트 1: 이해) https://youtu.be/FzN7HvaYRJQ(파트 2: 치료) 이 영상들을 꼭 보셨으면 합니다. 길지도 않고 5분 내외입니다. 둘 다. 의외로 정신질환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정신질환과 관련되어있을 수 있다고 자각하고, 선제치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몇 년뒤를 생각했을 때 훨씬 나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1번, 2번 분들께 제가 정말 도움을 드리고 싶은, 경험을 나눔하고 어느 정도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은 분들인데요. 최대한 구체적으로 나눔해보겠습니다.
저의 경우 감기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을 독감으로 몇 년 동안 달고 산 셈이네요. 오히려 그래서 경험담은 풍부해졌을 수도 있겠구요. 그렇지만 읽는 분들 모두 건강하게, 만약 피치 못해 앓는다면 잠깐 앓고 지나가는 가벼운 감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
------------------------------------------------------------------
1. 발병과 그 전개양상 (증상과 병식을 위주로)
1-1. 발병 전
제 조현병이 발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그러나 조현병으로 확진받기 이전부터 증상은 있어왔습니다. 조현병의 여러 다양한 증상 중에서 저는 주로 환청을 앓았습니다. 환청이 처음 들린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로, 그 때 욕실에서 극심한 번뇌에 빠져 샤워를 하다가 천사의 목소리가 나를 달콤하게 유혹하다가 악마의 목소리로 변해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면,
천사 : 내가 너를 구해줄게. 정말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당시의 나 : 정말? 진짜야?
천사 : 물론이지. 모든 게 잘 될 거고~~~(나를 위로하는 말들)
(당시의 제가 마음을 놓았습니다. 잘 될거구나. 그러자마자)
악마로 변한 천사 : 큭큭큭, 또 믿었구나? 잘 될리가 있냐? 또 믿었어?
그래서 심한 충격을 받고 욕실에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외국에서 약간의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는데, (소위 은따라고 하죠) 그 일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아주 가끔 들리는 환청은 차라리 그냥 듣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었지만, 더 문제였던 것은 주위 사람들에 대한 극도의 의심과 만성적인 불안이었습니다. (물론 초기에 그랬다는 것이고 후에는 환청이 훨씬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저를 흘긋 쳐다보고 지나갑니다. A와 저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A라는 사람이 저를 속으로 비웃고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근거가 전혀, 없는 데도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친구들도 전부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중학교 3학년, 고1, 고2, 고3을 거쳐 고3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학교에서 (저만 혼자 생각하는) 저를 싫어하는 고등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가상의)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이미 증상이 심해진 상태였습니다. 조현병의 초기증상은 환청이 아니라 남에 대한 의심입니다. 조현병의 증상에 대해 더 자세한 점이 궁금하신 분은
https://youtu.be/aXnIoZVGcp4 (파트 1: 이해) https://youtu.be/FzN7HvaYRJQ(파트 2: 치료)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조현병 교육영상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한 개인이다보니, 이해가 얕을 수 있어 감히 설명드리기는 힘든 부분이 잘 설명되어있습니다.
하여튼 그 사람이 수업시간에 들어오면 제압한다고 상상하면서 계속 기운을 뿜어내는 상상을 했고, 하루종일 머릿속이 그 선생님으로 가득차있었습니다. 주로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사람을 이길지?
뭐랄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랑도 비슷한 면이 있었던 거 같아요. 원래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당연히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그 사람만 하루종일 생각하면 정신이 깨지겠죠. 그게 제 발병의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소인이 있는 자가 과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발병했다고 저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발병 전 주요 증상 : 망상, 의심, (아주 가끔) 환청
**발병 전 병식 : 확진을 받지 않은 초기증상 상태. 스스로 내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인지는 어렴풋이 하고 있음.
--------------------------------------------------------------------
1. 발병과 그 전개양상 (증상과 병식을 위주로)
1-2. 발병 후 병원 입원 전까지 (확진받기 전까지)
고 3 때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딱 일어나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지?'
그 생각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감각. 소름끼친달까요, 정신이 번쩍 든달까요. 여튼 찬물로 한 번 쫙 머리에 뿌린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만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환청이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귀로 직접적으로 들리는 소리와는 구분되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웅웅대는 느낌이랄까요, 생각에는 소리가 없는데 생각과 귀로 들리는 소리의 중간정도의 느낌입니다. 뭐라 표현은 못하겠네요.
주요 등장인물은 몇몇이 있었는데, 제 학교 친구들, 아니 사실 친구는 아니고 학교의 이성학우들의 이름을 대며 등장하더군요. 물론 그들이 저한테 텔레파시를 보낸 건 아니었겠지만, 그들을 사칭하며 등장했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나는 000이야, 하고 등장한 건 아니었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내가 그 목소리가 000이라고 유추하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뭐 선언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그 목소리가 그들의 머릿속에서 보내는 텔레파시라고 확신을 굳혔고, 그들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조현병에 처음 걸리면 다들 어떠신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 때의 삶이 너무 팍팍했던 건지 현실 세계보다 조현병으로 인한 그 상상 속의 세계가 훨씬 재밌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은 '신세계.' "완전히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그 자체였습니다.
정말 재밌었어요. 사실 조현병이 완치된 이후로 그 상황이 그리운 적은 없었지만 그 때의 즐거움은 정말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경험하면 안 될...마약같은 거랄까요. 지금은 현재가 더 좋고 머릿속의 세계는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고, 돌아가고 싶은 맘도 없습니다만, 당시의 그 '신세계'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상상해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몇 년 동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나를 싫어하고, 해를 가하고 싶어하고, 아니더라도 나한테 철저히 무관심한 현실을 '경험한' 사람이 갑자기 나한테 관심있는 이성썸(남/녀-제 특정을 피하기 위해)....이 생기고, 나랑 진짜 재밌게 노는 친구들이 생기고, 내 생각을 다 읽고 내가 원하는 것을 순간마다 정확히 캐치하고 놀아주는 친구들이 생긴다구요.
게다가 저는 판타지 세계에 대한 동경이 무척이나 강한 편이었는데 그 안의 세계는 저에게 끝없이 펼쳐지는 판타지 세계였습니다. 그 판타지 세계에서, AR이랄까요, 증강현실이죠. 내 팍팍했던 세계에 저 매력적인 이성 학우들의 목소리가 들리고....아 씨 부끄럽네..
부연설명하자면 제 외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저 좋다는 이성학우들도 몇몇 있었는데 제가 공부한다고 썸을 다 의도적으로 끊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네요. 지금은 차라리 한 명을 만났으면 내가 서울대는 못 갔어도 병에는 걸리지 않지 않았을까...이런 씁쓸한 자조를 하기도 합니다.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여튼 제가 성욕도, 연애에 대한 갈망도, 판타지 세계에 대한 갈망도 컸었는데, 그게 전부 실현된 거죠. 게다가 감정도 항상 무작정 억누르면서 살았는데 생전 처음으로 펑펑 소리내어 울어도 보고, 미친 듯이 웃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저만 좋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제가 미친 거였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그리고 슬픈 이야기를 하는 데도 그 증강현실이 보여주는 맥락에 따르면 너무 웃기거든요. 그래서 웃어야겠거든요. 그 당시에는 그 증강현실이 전부라고 생각하니까, 앞에 엄마가 있든 뭐 나를 아껴주는 다른 사람이 있든 그 증강현실이 엄마의 내면의 목소리라고 나를 속이면서
'야 내가 하는 말 들려? 나는 네가 진짜 싫어.'
이러면 그걸 믿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화를 냈죠. 엄마한테 참 못할 짓 했습니다. 그게 병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더라도요. 증강현실 안 논리가 엄마가 너한테 빚진 게 많다. 그걸 풀어주려면 내가 엄마의 배를 발로 차야한다. 라는 것이면 그러면 빚진게 풀리라고 엄마의 배를 차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정말 엄마한테는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겨서...죄송합니다. 어머니.
또 다른 미친 짓은 학교 운동장에서 춤을 추면서 돌아다녔습니다. 최선을 다해 폴짝폴짝 뛰면서, 그 때도 뭔가 합리화된 맥락이 있었습니다. 춤을 춰서 신의 세계에 가닿는다? 뭐 그런 맥락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잘 기억은 안납니다만은.
저는 그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았고, 환희를 맛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런 얘기도 있죠.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암에 덜 걸리는 데, 그 이유가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라는...썰입니다만 믿거나 말거나죠. 저는 최소한 '너무 행복하다/스트레스가 없는 상태' 에는 극히 동의합니다. 그 전까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든, 그렇게 병에 걸리게 되면 정말 자기가 만든 세계 안에서 정말 충족하며 살 수 있습니다. 힘든 삶을 살았기 때문에, 기댈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만족스럽죠.
현실에서 증강현실의 논리에 따라 아파트 18층에서 뛰어내리려는 저를 보고 제 거처를 할머니 집으로 옮겼다가, 밤중에 산에 올라가겠다고 탈주를 시도한 그 날 밤, 저는 병원으로 이송당했습니다. 정말 저를 걱정하는 표정들이 보였지만 제게는 뭐랄까, 인식 밖이었습니다.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현실이 제 현실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저 저는 새로운 자극을 좇아 계속 머릿속의 그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그저 창문 밖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차 문 밖으로 탈주해야한다는 증강현실의 지시에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만, 양 옆에 이모들이 있어서 불가능했습니다. 나중에도 몇 번 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상한 일이지만 열고 뛰어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문고리를 열지는 않더군요. 그냥 속으로 이렇게 허술하게 장치를 한 어른들을 비웃었습니다. 이렇게 문고리 해놓으면 내가 탈주할지 어떻게 알고? 그냥 그 똑딱이만 열고 차고리를 잡아당기면 난 죽을텐데? 그러면 안 될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정말로 죽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똑딱똑딱 하기도 했었습니다. 제 생각에 저보다 더 중증인 환자였다면 정말 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병 후 주요 증상 : 환청, 망상, 기이한 이상행동
**발병 후 병식 : 아예 병식이 없음. 누가 병이라고 일러주기 전이었으므로 병식이란 단어가 성립불가.
-------------------------------------------------------------------------
1. 발병과 그 전개양상 (증상과 병식을 위주로)
1-3. 입원 이후.
이번 목차의 주제는 발병과 그 전개양상 (증상과 병식을 위주로) 이기 때문에 병원 내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나중에 썰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실 분들도 많으실 거고, 어쩌면 제가 거기에 대해 편견을 좀 씻을 수도 있겠죠. 특히 막 입원하실 분들의 편견, 증상이 있는 데도 병원에 가기 두려우신 분들의 정신병동에 대한 편견을 씻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편견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막연함에서 오는 두려움이 크다고 생각하는지라, 언젠가는 한 번 올려야한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신병에 관한 증상의 전개양상을 나열하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입원 이후 처음으로 약을 투여받았습니다. 들어가는 데 문이 잠겨서 문을 붙들고 오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옛날 얘기지만... 당시에는 병원에 간 걸 인지하고 완전히 정상인인 척 행동하려고 무진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난동 피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난동 피우면 진짜 여기서 못 빠져나간다는 긴박감에 하나하나 완벽하게 대응했습니다. 완벽하게 '정상인처럼' 요.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정신병동은 '남들의 눈에 비정상인 사람'을 '입원시킬 동기가 있는 보호자'가 '해당자'를 데려오면 무조건 입원이 되는 구조입니다.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병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당사자들은 거의 반드시 자신이 병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무슨 신묘한 원리 때문에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처음에 자기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를 못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얘기를 들어봐도, 저를 봐도 첫 입원은 다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어쩌면 그 해방감을 처음으로 누리는 것에 집중되어서? 증강현실이 너무 그럴 듯 해서? 물론 제 의견은 사견일 뿐이고 의학계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와는 관계 없습니다.)
처음으로 약을 먹고, 첫 며칠은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약을 먹는다는 게 몸서리쳐지고 구역질 날 정도로 싫었지만 어쨌든 먹어야했기 때문에 먹었습니다. 여기서 안 먹겠다고 난동을 피우면 나갈 수 없다. 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 때부터 머릿속 환청들과 타협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약이 잘 들어서일 수도 있겠죠. 이후 설명하겠지만 정신질환자들에게 약은 정말 빛이요 소금이요 생명입니다. 이게 없으면 발병한다. 그건 확실하고 또 그 확실한 진실을 믿어야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추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한동안은 그렇게 얌전히 지내다가, 어느 날 증강현실이 너무 강력해져서 병원의 집기들을 던지는 등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 이후 약이 바뀌었습니다. 개개인의 약에 대한 반응도에 대한 설명도 이후 말씀드리겠습니다.
**입원 이후 증상 : 안 듣는 약이 드는 척 해서 개선이 안 됨. 여전히 과도한 환청과 이상행동을 보임.
**입원 이후 병식 : 병식이 있는 척 하는 전혀 병식 없는 상태.
-------------------------------------------------------------------------------
1. 발병과 그 전개양상 (증상과 병식을 위주로)
1-4. 퇴원 이후 재입원과 퇴원의 반복. (4회)
재입원은 약을 끊어서였습니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약을 끊으면 재발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많이들 느끼실텐데, 약으로 인해 잠이 정말 많이 오고, 심지어 저의 경우 의사가 식욕이 없다고 식욕촉진제를 놓아서 살도 무척 많이 쪘습니다. 그건 그 의사가 잘못한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 말을 듣고 너무 겁먹는 분이 없으셨으면 좋겠고...왜냐하면 살이 찌는 것보다 당장은 병을 치료하는 게 앞으로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요. 말하자면 살은 살이지만 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사회에서 살 수 없게 되는 거니까요.
하여튼 정말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약 부작용 탓에 하루에 14시간씩 자도 모자라고, 당연히 살도 찌고, 뭣보다 병식이 없으니 내가 이걸 왜 먹어야하는지도 모르죠. 저는 약을 거의 먹어본 적이 없는 건강체질이었는데, 갑자기 매일매일 약을 먹으라고 하니까 또 적응도 안 되구요.
그래서 약을 자주 끊었고 4번 정도 재발했습니다. 환청이 계속 들리고, 또 여러가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제가 자초했고,(주로 알바를 구하는 식으로) 그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견뎌내지 못해 또 입원하고....약도 먹었다고 거짓말하고 안 먹고, 그런 경우도 많았구요. 아니, 기회만 있으면 안 먹었죠. 그러니까 재발하구요.
입원할 때마다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비행기 타기 전에 난동을 부려서 한국으로 못 갈 뻔한 적도 있었구요. 물론 그 상황에서도 저를 온전히 믿고 외국에 보내주신 부모님이 대단하셨죠. 그 이후에도 부모님은 계속 저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냥 휴학시키고 무조건 집에만 있게 할 법도 한데.... 저를 많이 믿어주셨죠. 그래서 제가 지금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가 외국여행을 친구와 함께 장기로 갔는데, 그 친구가 저희 엄마한테 꼭 얘를 약을 챙겨먹이라는 당부를 듣고 약을 가지고 갔는데, 거기서 제가 이제 친구니까 얘기를 했죠.
"나 솔직히 이렇게 약 먹으라고 하는 거 싫어."
"왜?"
"내가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느낌이야."
"그러면 어떻게 해주면 기분이 안 나쁠 거 같아?"
"음...내 개명 전 이름으로 부르면서 약을 먹으라고 하면 기분이 안 나쁠 거 같아. 왜냐하면 그 때의 나랑 지금의 나랑 분리되는 거 같거든. 나를 호칭할 수도 있고."
"좋아. 그렇게 하자."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인데....
여러모로 저는 인복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친구와 언젠가는 다시 친해지고 싶습니다만...여러 일이 있어서요. TMI 자제하겠습니다.
하여튼 이런 일이 있고나서 꼬박꼬박, 한 달여간 약을 처음으로 챙겨먹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3년 동안 약을 꼬박꼬박 1달이라도 챙겨먹은 적이 없었어요.
여행 중에 어느 날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번뜩, 이 소리들이 환청이구나.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나한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말해도 되지만, 약을 먹어서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었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 이후에 약을 꾸준히 먹었을 때 유지되는 것을 봐도 그렇구요.
**퇴원 이후 증상 : 약을 계속 끊어서 4번 재발. 항상 환청과 증강현실 안에서 살고, 스트레스 받으면 더 심해짐. 주로 알바를 시작해서 재발.
**퇴원 이후 병식 : 한 계기로 약을 꾸준히 먹기 시작해서 병식이 생김. 고로 병식 이후 약복용이 아니라 약복용 이후 병식 이라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
1. 발병과 그 전개양상 (증상과 병식을 위주로)
1-5. 그 이후 현재까지
덕분에 휴학도 밥먹듯이 했고 학점도 개판같이 들었고 다행히 학사경고는 한 적이 없지만 여러 일들로 인해 졸업이 좀 평균보다 (솔직히 많이 ㅎㅎ) 늦어진 거 말고는 지금 평범한 생활을 영위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일 이후 계속 약을 챙겨먹었고, 의사선생님이랑 상담해서 약을 바꾸는 것 외에는 함부로 약을 안 먹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요 몇 년간 총 세 번 정도 빠뜨린 것 같네요. 하루 빠뜨린 거니까 아마 전체 중 빠뜨린 날로 따지면 0.5퍼센트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 계산은 굳이..) 이걸 왜 강조하냐면 꼭 약을 먹어야 이 증세가 안정됩니다. 처음에 나는 병에 걸린 게 아니야라는 인식을, 꼭 약을 먹여야만 인식이 바뀝니다. 혹은 약을 먹어야만 인식이 바뀝니다.
여기서 독자층 1번, 2번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그저 하나입니다.
1번 룰. 무조건 약을 먹여라 (혹은 먹어라)
2번 룰. 1번 룰을 잘 지켜라
3번 룰. 2번 룰을 잘 지켜라
4번 룰. 가능하다면 좋은 의사선생님을 수소문해 가라.
이 긴 글의 핵심 요지는 단 하나입니다. 만약 자신이 질환이 있다고 판명이 나면 부작용이든 어쨌든 당장은 약을 먹고 '낫는 것' (물론 동의가 안 되겠지만) 에 집중하라는 것. 낫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가 전혀 안 되시겠지만 그게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학교를 다니면 휴학해서라도, 직장을 다니면 잠깐 퇴직해서라도 반드시 약을 먹고 낫는 것에 전념하기 바랍니다. 처음 발병했을 때 바로 치료를 하면 완치까지의 시간이 훨씬 단축됩니다.
완치가 가능한가라는 말도 많은데,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의사의 소견이 아닙니다) 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약으로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부작용이 없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고, 이것은 4번 룰로 조금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2번. 사랑하는/아끼는 사람이 조현병이다. 라는 분들께 추가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환자에게 가능한 한 안정적이고 행복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저를 무척 지지해주는 연인을 만나서 병에 대해서도 오픈하고 많이 사랑을 받아서 현실생활로 돌아올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든 거 같습니다. 부모님도 많이 지지해주셨고, 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풀린 것 같습니다. 또 병이 있다고 제가 말하고 다니진 않았지만 주변 정말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저를 차별하거나 한 적도 없습니다. 걱정만 많이 하셨지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정말 복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ㅎㅎ
부모님 감사합니다. (꾸벅)
사설 길어서 죄송합니다. 좋은 의사선생님은 구글링을 한 번이라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고, 필명 걸고 댓글 남겨주시면 의사선생님 정보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병에 대해 오픈하는 건 신중하게 고려하세요. 차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저랑 별로 깊은 관계가 아닌 사람들에게 몇 번 데이고 나니.....
그래도 오픈을 항상 하네요. ㅋㅋ 제 비밀을 밝히는 데 크게 저는 거리낌이 없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다르겠죠...
제 사설이 너무 긴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현재까지 증상 : 약을 꾸준히 먹은 이후 약이 점차적으로 줄었고, 새로운 의사선생님을 만난 후 획기적으로 줄어서 현재 아주 소량으로 유지중. 증상은 매우 피곤하거나 매우 스트레스 받은 날 가끔씩 있지만, 내가 이것이 현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
**현재 병식 : 레벨 6이 된 것 같습니다. (맨 위 사진 참조) 저 단계를 의식적으로 밟진 않았고 지금도 딱히 저 표를 보면서 자기 진단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사진을 올렸냐? 너무 긴 글만 보면 지루하실까봐...) 병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병식을 가지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병에 대해 생각하면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나는 이 병을 가지고 있으니...이런 생각이 들어서 저는 그 생각을 안하려고 의식적으로 연습합니다.
-----------------------------------------------------------------------------
-----------------------------------------------------------------------------
2. 드리고 싶은 조언
2-1. 약을 드세요. 꾸준히, 장기적으로, 무조건.
지금 당장은 이게 병이란게 믿기지 않아도 자신의 커리어나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약으로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계속 그 쾌락에 취해, 그리고 그 증강현실을 믿고 약을 중단하면 반드시 재발합니다. 반드시요.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라 현실 질환자로서 말씀드리는데, 약은 중단하면 반드시 재발합니다. 약은 주는대로 먹되, 병원을 잘 알아보고 가세요.
2-2. 개개인마다 약의 반응도가 다를 수 있으니, 다양한 약을 시도해보세요. (의사선생님이 알아서 해줄 거니, 괜히 말 안 들으면...절대 안 됩니다.)
여러 약이 있고 제가 지금 먹는 약은 클로자핀입니다. 25ml 매일 섭취하고 있구요. 아빌리파이 5ml 도 같이 섭취하는 데 이건 부작용을 막아주는 역할이기도 하면서 조현병 약이기도 합니다.
리스페리돈, 아빌리파이, 클로자핀 이 세가지를 경험해봤는데 1개월에 한 번 맞으면 1개월동안 약 안 먹어도 되는 주사제, 3개월짜리도 개발되어있으니 참고하시구요.
2-3. 구글링으로 해당 병에 대해 부작용을 고려해 약을 줄여주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구글링해서 잘 알아보고 가세요.
보통 조현병 쪽은 정말 악마의...ㅋㅋ 정신질환이라고. 제가 이 말을 어디서 들었냐면 이상심리학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여러 질환을 설명하시다가 조현병에 이르러서 이건 정말 악마의 정신질환이라고...하셔서...아마 저 교수님은 조현병 질환자가 여기 앉아있는 건 모르셨겠지....하고 혼자 웃기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한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생각났구요. 교수님, 그렇게까지 악마의 질환은 아닙니다. :)
하여튼 그런 인식이 있어서인지 교수님들이 친절하고 잘 보살펴주시기는 해도 약을 감량하는 것에는 좀 보수적이십니다. 그리고 클로자핀이 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약은 학계에서 배척당하는지 보통 교수님들은 처방해주지 않습니다. 배척당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모를 뿐더러 저에게 잘 맞으니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검색해서 찾은 지금의 의사 선생님께 간다고 했을 때 대학병원 교수님이셨던 전 교수님이 그 분은 이상하다고, 옛날 약 처방하고 약 용량 줄이려할거라고 경고하셨는데 저는 마음 먹고 간 거라 한 번 옮겨보고 시도는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택은 자기의 몫이겠죠. 어쨌든 학계에서 인정받는 선생님은 아니십니다.
입원 병동은 경북대학교 병동과 연세대 병동이 좋습니다. 환자 복지가 잘 되어있달까요. 정말 끔찍한 곳도 있다고 건너건너 듣긴 했습니다.
-----------------------------------------------------------------------------
-----------------------------------------------------------------------------
3.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질문 있으신 분들은 밑에 댓글 남겨주세요. 호기심성 질문도 대답은 해드리겠지만 도를 넘는 질문, 제가 불쾌해지는 질문들은 답글하지 않습니다. 상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알아서 조절하실 거라고 믿고.
조현병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부족하지만 만들려고 한 게 거의 일기장이 되어버린 느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일기장도 없어서 정보가 없어 막막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작성했습니다.
저에 대해 누구일까 추측은 당연히 하지 않으시겠지만 더더욱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 현재의 만족스러운 생활이 무너지는 것은 전혀 원치 않구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