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조현병에 대해 상당히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이 단 한 번도 가까이할 일 없는, 뉴스에나 종종 나오는 그런 희귀하고 이상한 질병이라고만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사람, 그 병에 대해 더 알아가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저 나랑은 관계 없는 일, 하고 치부해버린다.
나의 어린 시절도 비슷했던 거 같다.
중학생이던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의 언니가 정신질환에 걸려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몹시 크고 뚱뚱한 체격, 말을 잘 하지 못하고, 소리 지르듯이 무언가를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
옷은 너저분하고, 티셔츠는 목 부분이 다 늘어나있었으며, 이 사람이 뭔가 '정상인과 다르다'라는 걸 알기는 정말 쉬웠다.
나는 본능적으로 안색을 굳혔고, 혐오의 마음이 내 안에서 싹터올랐다.
그리고, 내 인생에는 저런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친구는 너무 괴롭겠다, 이런 마음들이 스쳐지나가듯 올라왔던 거 같다.
그 당시의 나는 상당히 편협한 사람이었어서, 얼굴이 못 생기거나 왕따를 당하던 친구, 너무 뚱뚱해서 놀림거리가 되던 친구 등, 학생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약자-즉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무시하고, 경계했다.
주도적으로 따돌린 건 아니었지만 나랑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는 만능인 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고 무지했었다고 생각한다.
날 모두가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항상 좋아해주는 친구들도 있었고, 항상 자신만만했다.
그런 내가 조현병에 걸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내게 조금 편집증적인 면모가 드러난 것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간 나는 첫 비행기 탑승장에서부터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으며, 적응은 당연히 힘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나를 유혹하는 환청의 목소리를 가끔씩 들었고, 속으로 우리 방 아이를 저주하느라 온 시간을 다 썼고, 그 저주는 다름 아닌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눈치채기는 너무 어렸다.
속으로 상대를 해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고, 그런 상상을 들키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나로부터 어두운 기운이 풍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이 나에게 잘못한 건 없었다. 그냥 서로 어울리기에는 너무 결이 다른 -모범생과 놀기 좋아하는 일반적인 중학생-이었을 뿐.
게다가 그렇게 벽 치고 음울하게 다니는 데 어떻게 말이라도 걸겠는가.
하지만 당시의 나는 계속해서 힘들었다. 상대가 나를 해하려고 작당하고 있다는 상상, 나를 다들 너무 미워하고 있다는 상상 등... 누가 봐도 편집증적이었다.
실제로, 현재 내 병명란에 편집증적 조현병이라도 적혀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에 그런 기질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 집으로 복귀한 나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고, 권태감과 무료감이 나를 덮쳤다.
학교에 있는 시간은 괴로웠고, 집에 있는 시간은 권태로웠다.
방어기제인지 몰라도 집에 오면 학교 생각은 깨끗히 없애버렸다.
그러고 나면 남은 생각도, 남은 괴로움도, 남은 즐거움도 쾌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무 그 자체였다.
점점 자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자살을 하려니 내 재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료해서 자살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내 재능이 너무 아깝다. 나는 세상에 와서 아무것도 펼쳐보지 못했는데, 지루해서 죽기에는 내 재능이 너무 아깝다. 라고 생각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평소 읽던 책 중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현 시점 기준 오래된 책이다)을 읽고, 작가에게 만나달라 메일을 보내고, 결국 365권 프로젝트를 제안받아 실행하기 시작했다.
뭐라도 이뤄보고 싶어서 일단 눈에 잡히는 365권 프로젝트, 일 년동안 자기계발서, 평전, 자서전 등을 읽는 프로젝트를 한 것이었다.
100일 정도에 걸쳐서 쉬는 시간 부모님 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 다 쪼개 쓰면서 책을 읽었다. 총 110권 정도 읽은 것 같았다.
그런데 드는 생각. 이거 해서 작가 만나면 그 뒤엔?
내 인생을 위해 뭐가 더 중요한지 고민한 결과, 중3 겨울방학 때부터 서울대를 목표로 달리기로 했다.
뭔가 이루고 나면, 이 아픔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새로운 삶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새로운 삶은, 서울대 합격과 동시에 조현병 환자라는 삶이었다.
새롭긴 하다. 그래.
-2부에서 서울대를 목표로 달리는 삶부터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