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환청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내 무의식? 신? 신의 대리인?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망상?

by SOM

나는 조현병을 앓고, 병식이 생긴 이후부터 떨어지지 않는 고민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궁금증이다. 내게 들리는 환청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저 어-아-이런 소리면 모르겠는데, 너무 뚜렷히 나와 다른 자아가 있는 듯하다.


특히, 고등학생 때의 환청은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다른 동급생 이성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나는 몇 년동안 이 것을 사실로 믿어의심치 않았었다.


추후 약을 먹고 병식이 생기고, 병식을 통해 내 환청이 병임을 알게 된 이후 이 환청이 소개한 급생 이성친구에게 연락해 네가 진짜냐 라고 물었고,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호의 어린 도움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아무튼, 이 존재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타당한 가설이 있다.


이 친구가 나의 무의식에 억눌린 어떤 자아라는 가설이다.


너무 억눌려있던 나머지, 나의 일부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자아.


예를 들어, 내가 처음 조현병에 걸렸을 때 나는 너무 많이 웃었다.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웃음.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웃는다던가 하는 일들.


밖에서는 그저 웃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사실 그건 내 상상 속에서 너무 웃긴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십 여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우리만의 드라마를 써내려가며 그 안에서 깔깔 웃고 떠들었다.


재미있었다. 그 때까지는 평생 못 해본, 연애도 해보고 말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내가 당시에 서울대를 포기하고 연애를 했다면 이런 병에 걸리지 않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그만큼 그 때 그 상상 속에서 했던 연애는 실감나고 재밌었고 유쾌했고 너무너무 짜릿했다.


행복했다. 그 시절까지의 나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 상상 속의 삶이 경험해본 가장 재밌고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학교에서는 별로 친구랑 깊게 사귀지 않았고, 사실 사귀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 망상 속의 친구들이 너무 달콤했다.


그래서 위와 같은 가설이 나온 것이다. 어쩌면, 내 억눌린 무의식이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튀어나온 것이 아니냐는 것.


그리고, 현재의 내 입장은 이렇다.


현실에서 나를 보호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려 애쓰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정신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서로 침범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만약 침범케 한다면 그것은 명확한 의도와 목적이 있어야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참 긴 여정이었다.


아무튼간에, 지금 행복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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