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인간관계라는 것은 참 묘하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문득 어제 일이 떠오른다.
자칭 미녀 삼총사와 함께 커피숍에 앉아 있던 시간이었다.
커피잔이 식어가던 어느 순간,
우리는 창가에 놓인 커다란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화분이 생화인지 조화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분 가까이로 다가갔다.
잎을 살짝 만져 보고, 줄기를 살펴보며 각자의 추리를 내놓았다.
그때 김미녀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모든 잎이 진한 초록색이면 조화야.
시들시들하고 잎 끝이 노랗게 말라 있는 것,
그게 진짜 생화지.”
우리는 잠시 그 잎들을 바라보았다.
싱싱하고 완벽한 잎들은 어쩐지 너무 매끈했다.
그리고 유독 한 화분의 잎만
조금 축 처져 있었고 끝이 노랗게 말라가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였다.
그 순간, 내가 무심코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리 사람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이 이 나무처럼 시들어 가겠죠.
그래도 우린 진짜잖아요.”
내 말이 조금 멋쩍게 들렸는지
미녀들은 “오…” 하며 잠시 웃었다.
그때는 그저 웃고 지나갔지만
이상하게 그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
전화 통화를 하다가 또 한 번 인간관계를 떠올렸다.
기관의 회장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떠올리고,
자기와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떠올린다.
상황에 따라 잣대는 달라진다.
내 편이면 괜찮고 내 편이 아니면
어느새 흠집을 찾게 된다.
때로는 그 사람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 모든 일은 늘
“조직을 위한 일”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아래
나는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왼편인가, 오른편인가.
이 기관의 갓 초년생인 나는 말의 무게는 실로 가볍다.
그래도 내 안에는
이상하게 포기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
나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헤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는 사람.
서로를 끌어내리는 말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치켜 세워 주는 말을 하는 사람.
어쩌면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의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정의조차
내 기준에서 시작된 것일 테지만.
말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모든 공격을 감당할 만큼 큰 그릇은 아니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막상 말할 기회가 와도 시간에 쫓기다 보면
내 생각을 온전히 전하기가 어렵다.
다음 주 나는 어떤 위치에 서게 될까.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 될까,
아니면 중언부언하다 결국
하지 않느니만 못한 말을 남기고 돌아오게 될까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정리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해 보자.
내 생각을 조금 더 또렷하게 정리해 보고
이렇게 글을 쓰며
흩어져 있던 마음을 다시 정돈해 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을 위해
함께 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인간관계도
그 화분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완벽하고 반듯해 보이는 잎들은
가짜인것처럼,
조금 시들고,
조금 상처 입고,
조금은 불완전한 것들.
어쩌면 그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삶이고
진짜 인생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