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복수
신기하게도 내 감정 속에 얽혀 있던 악한 고리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은 아주 소심한 복수일지도 모르겠다.
혼자됨을 즐기는 것.
혼자여도 충분히 즐거워지는 것.
그리고 조금은 유연하게 대응해 보는 것.
그동안 남편이 중심에 서 있던 나의 인생을
조금 한쪽 구석으로 밀어 넣어 본다.
대신, 내 감정의 구석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벗들을
조금 더 중앙으로 끌어와 본다.
유쾌하고 진솔한 친구를 만나고,
책 속의 작은 글귀를 만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제법 잘하는 무용을 하고,
쓰다 말았던 글들을 다시 꺼내어
조금씩 이어 써 내려간다.
이틀째, 남편은 소파에서 자고 있다.
나는 언젠가 그가 다시 내 옆에 누울 것이라 생각하며
베개를 나란히 놓아 두었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의 베개 위치를 바꾸었다.
내 베개 위에 남편의 베개를 포개어 놓았다.
그리고 그 베개를
외로운 밤을 견디게 해 줄
책 읽기 좋은 쿠션으로 만들어 보았다.
내 인생의 완벽주의에서 조금 벗어나 보니 마음이 한결 느슨해졌다.
어쩌면 남편도 어떤 변화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남자로서 자신의 매력을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수년 동안 나만 바라보며 살아왔으니 잠시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젊은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상상 속에서라도
다른 여인을 품어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남편이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심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풋)
생각해 보면 그의 생각까지,
그의 상상까지 내가 막을 필요는 없을 텐데.
그의 마음까지
내가 감옥처럼 가둬 버린다면 그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뛰쳐나가고 싶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의 마음에 자유를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대로 단단해지기로 했다.
그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은
상대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중심에 두는 연습을 한다.
아주 소심하지만 확실한 복수처럼.
혼자여도
잘 지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