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회의는 안전하신가요?

우리가 바꾼 회의의 온도

by 양선생


우리 어린이집은 매주 월요일, 회의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회사든 학교든, ‘회의’라는 단어엔 다소 무거운 기운이 함께 따라오는 듯합니다.
무언가를 평가받고, 지적당하고, 혹은 내가 그날의 질책 대상이 될까 걱정하는…
저 역시 교사 시절엔 그랬습니다.

‘제발 오늘은 내가 아니길.’
마음속으로 빌면서도, 누군가가 지적받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보다도 먼저 안도감이 스쳐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장이 된 나는 다짐했지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주도하는 회의만큼은 더 나은 교실을 위한 대화가 되도록,
진짜로 필요한 이야기만 하도록,
무엇보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요.

하지만 원장이 되어 회의를 이끌다 보니,
그 다짐은 어느 순간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왜 또 이게 안 되었죠?”
“누구 담당인지 아시죠?”
“저번주에도 했던 말 입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제일 싫어하던 그 회의를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교육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회의도 결국엔 ‘아이 잘 키우자’는 잔소리로 흘러가곤 합니다.
칭찬보다 지적이 많고, 제안보다 지시가 많아지는 시간.

그나마 위안이랄까, 저는 “금요일엔 회의하지 않기” 같은 소소한 규칙을 정해 스스로 회의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회의 말미엔 “화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것도 결국 회의가 불편하다는 걸 인정하는 방식이었지요.


어느 날 유아교육 연수에서 들은 한 문장이 제 가슴을 톡 건드렸습니다.


“구글과 삼성의 공통점은 내부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와 부모가 행복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실의 분위기는 교사의 얼굴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2주 만에 열린 회의,
그날 저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거리를 들고 회의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 전에 교사들의 얼굴부터 찬찬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들~ 오늘은 칭찬 한마디씩 하며 시작해볼까요?”

순간, 정적.
서로 눈치를 보는 공기가 감돌았습니다.
그러다 한 선생님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고, 작은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김 선생님을 칭찬하고 싶어요.
교실 환기에 들어가면 매번 교구가 새롭게 바뀌어 있고,
버려진 박스나 우유팩으로 만든 놀잇감들이 다양하게 채워져 있어서 놀랐어요.
정말 열정과 창의력이 대단하세요.”

그 말 한마디가 물꼬가 되었습니다.

“저는 박 선생님을요…”,
“아, 저는 이 선생님이요…”

교사들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색했던 미소는 어느새 진짜 웃음이 되었고,
심지어 사이가 어색했던 두 교사 사이에서도 자연스러운 칭찬이 오고 갔습니다.

그 사이 저는 회의 중 전해야 할 메시지도
‘칭찬에 곁들여’ 자연스럽게 전달했습니다.

“○○ 선생님이 등원하는 아이를 밝게 맞이해주시니, 현관이 늘 포근해요.”
“그래서 입구도 더 정돈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를 지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개선의 힌트를 나눌 수 있었고
50분의 회의가 어느새 지나버렸습니다.

마지막엔 이렇게 말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회의는 누구 칭찬할지 미리 생각해오셔도 좋아요.”

그날의 회의는 끝났지만,
무언가가 새롭게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의는 여전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는 선택입니다.
지적 대신 관찰된 칭찬, 불만 대신 건설적인 제안,
그리고 사람을 위하는 말 한마디가 회의의 본질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의 하루가 교사의 기분에서 시작된다면,
교사의 하루는 그를 바라보는 리더의 시선에서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뜻하게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배운 안전하고 행복한 회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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