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노루벌 해피하우스

by 해안 강민주

봄을 기다리는 노루벌 해피하우스


해안 강민주


노루벌 해피하우스,

1월의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손님은 딱 한 번,

그마저도 1층에만 잠시 불이 켜졌다.


그런데도

가스비 이십오만 원,

전기세 이십만 원.


차가운 숫자들이

눈발처럼 내려와

식지 않은 마음 위에 쌓인다.


사람들은 묻는다.

비어 있는 공간인데

왜 조금 더 저렴하게

내어주지 않느냐고.


나는 웃으며 넘기지만

돌아서는 발끝에는

설명하지 못한 마음이

얇게 얼어 있다.


가끔은

친한 이들에게 손해를 감수하며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서늘한 말 한마디에

속이 먼저 금이 간다.

깨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 부서진다.


해피하우스는

칠십 평의 온기를 품은 집.


겨울에는 난방으로 숨을 데우고,

여름에는 냉방으로 땀을 식힌다.

불이 켜진 시간만큼

고지서는 말없이 몸집을 키우고,

나는 그 숫자 뒤에

내 시간을 덧붙인다.


그리고 또 하나,

돈으로는 적히지 않는 노동.


해피하우스를 감싼 천 평의 땅,

야외 캠핑장과 차고지 포차,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정원.


풀을 베고,

낙엽을 쓸고,

비를 맞으며 천막을 묶고,

해가 기울 때까지

혼자 남아 불을 끈다.


지난여름,

풀을 베다 눈을 다쳐

세상이 물속처럼 번졌고,

말벌에 쏘여

병원의 하얀 복도를

세 번이나 천천히 걸었다.


그때마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 갔지만,

돌아오면 또

문고리를 먼저 잡고 있었다.


일에 치인 몸은

밤마다 낡은 문처럼 삐걱거리고,

의사는 말했다.

사람의 몸도 기계처럼

수명이 있으니

아껴 쓰라고.


나는 그 말을

한참 동안 품고 다녔다.

하지만 아끼는 법을 몰라

오늘도 해피하우스를

한 바퀴 돈다.


벽마다 스민 손때,

창문마다 맺힌 계절,

정원의 바람까지

내가 흘려보낸 시간의 결이다.


쉽게 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내가 울던 날의 공기와

버티던 날의 땀이

함께 스며 있으니까.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자기 삶을 다시 다독일 수 있기를.


나는 아무도 모르게

두 손을 모은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노루벌 해피하우스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숨을 고르며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어쩌면

봄보다 먼저

내 마음이

이 집을 놓지 못해

먼저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늘 그러하듯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도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 나를 부러워할 정도로 잘 나가기도 하지만,

잘난 척하더니 쯧쯧 소리를 들을 만큼

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