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은 정말 해피한 걸까?

by 해안 강민주

해피엔딩은 정말 해피한 걸까?


해안 강민주


예전의 나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먼저 펼쳐 보던 사람이었다.


눈물과 오해가 아무리 길어도

결국은 끌어안고 웃는 장면,

햇빛이 쏟아지는 결말을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었다.


시련은 지나가고,

고통은 보상으로 바뀌며,

행복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그렇게 버텼는지도.


요즘의 나는

그 믿음이 조금 불편하다.


해피엔딩이라는 말이

누군가 정해 놓은

인생의 모범답안처럼 느껴진다.


반듯하고,

보기 좋고,

남들에게 설명하기 쉬운 결말.


우리는 왜

끝내 잘되어야만 안심할까.

왜 실패한 이야기,

덜 정리된 관계,

찜찜한 감정은

결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할까.


행복이라는 말은

누군가 오래전에 지어 둔 옷 같다.

잘 다려져 있고,

구김 하나 없고,

사진 찍기 좋은 이야기.


그런데 그 옷을 입고 서 있으면

이상하게 숨이 가빠진다.


‘잘 살아 보이는 나’는 또렷해지는데

진짜 나는

자꾸만 안쪽으로 밀려난다.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의

해피엔딩을 축복해주고 싶지 않은 날도 있고,

때로는 지옥엔딩을 바랄 만큼

마음이 고결하지 못한 날도 있다.


그 마음 역시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증거일 뿐이다.


그러기에

누군가의 눈물이고 상처였던

나에게도

해피엔딩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그러나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내가 진짜로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완전히 화해하지 못해도,

완벽히 용서하지 못해도,

끝내 박수받는 결말이 아니어도.


삶은 정해진 시간만 상영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다.


누군가 대신 편집해 주지도 않는다.

음악이 깔리며

모든 오해가 정리되지도 않는다.


그저

구겨진 하루를 입고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간다.


나는 이제

반짝이는 마지막 장보다

오늘을 버텨낸 문장 하나가 더 좋다.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


끝을 모르기 때문에

오늘은 더 진짜이고,

결론이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은 더 또렷하다.


혹시 당신도

요즘,

해피엔딩이라는 말에

조금 지쳐 있지는 않은가.



* 밀리의 서재 에세이 공모전에

조심스레 마음을 올려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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