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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관한 사회적 환상들

연약(軟弱)한 것은 선(善)하다는 환상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은유적으로 자주 표현된다(Wendell, 1996). 특히 질병을 가진 여성 은 대개 무력하고, 순진하고, 순수한 대상으로 고려된다(Sontag, 2001). 질병과 장애를 가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녀가 가진 야망에 대해 잘 드러내지 못하게 하였으며, 그녀를 사회적으로 위축 시키기도 했다. 이것은 그녀의 삶에 대한 열정을 주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김수현은 20대까지 주위 선생님들로부터 자신의 이력서나 연구계획서를 보고 ‘보기보다 열정적이다’라는 이 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기억한다. 또한, 그녀는 성당이라는 공간에서 만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성경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신의 가장 훌륭한 모습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도록 강요한다고 느 꼈다. 연구참여자의 내러티브는 기독교가 아픈 사람을 도덕적인 관념으로 해석하고자 하고, 질병 과 장애를 얻은 사실에 관해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Sontag, 2001). 그녀는 자 신이 가진 약함을 통해 선한 교훈을 전달하는 데 동참해야 하는 존재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강 한 거부감을 느꼈다. 연구참여자는 특별히 종교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비장애인들 이 장애인에게 가진 고정관념을 발견했다. 그것은 장애인은 신이 허락한 특별함을 감사히 받아들 여야 하고, 더욱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장애를 신비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생각한다.


내 가족은 모두 천주교인이고, 나는 성당에 다니면서 오랫동안 성경공부 모임을 했었다. (지금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어릴 적에도 지금도 성경공부 모임에 내가 아프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같이 성당에 다 니는 사람들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스무 살이 넘어서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나의 마음을 조금 들여다보기 시작 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속상했다. 성경공부라는 것을 하면서 성경책을 열심히 읽었다. 나는 내가 다른 이유, 그래서 마음이 슬퍼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나만 아픈 게 나는 억울했다. 나는 그 이 유를 종교에서 찾으려고 했다.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그 대답을 해줄 수 있 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 주일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하나님께서 병이나 장애를 허락해주신 것은 주님의 뜻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것을 통해서 주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쓰임 받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내가 아프다는 사실에 그런 대단한 이유라도 있어 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떤 쓰임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인지, 나는 또다시 찾 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찾으면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살아 갈 이유이길 바랐다. 그런데 나는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아픈 이유 가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이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성경공부 시간에 나왔을 때, 나는 사람들은 그냥   아픈   것이지, 거기에 어떤   커다란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나는 사실 그때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부정하는 내가 이상하고 나쁘다고 했다. 나는 사람들이, 성경이라는 책의 권위를 빌어서, 나에게 착하기를 강요한다고 느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들에게 너나 잘   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적이 있었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아픈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길 바랐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 다. 나는 내가 아프다는 것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미안해하고 싶지 않고,어떤   큰 의미를 찾고 싶지도 않다. 내   삶의 모든   과정에 내   질병이 있지만, 나는 그것과 무관하게 또한 내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고, 그것을 하는 데있어서 꼭    하나님이 주신 내 질병의 의미를 찾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해도, 그것이 내 질병과 장애를 하나님께서 주신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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