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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렌치 Jun 09. 2023

깡다구로 돌파하기   

코로나 위기에 해외 구직전선에 뛰어들다   

외국인으로서 해외에 거주하며 취업하는 과정은 마치 황무지 땅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

언어 장벽과 문화 장벽 등 하나하나 뚫어 나가야 할 관문이 매우 길고 험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내가 좋아하는 단어인 '깡다구'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영어로는 tenacity, 불어로는 ténacité.


나와 같은 경우 가족을 꾸리게 되면서 다시 프랑스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때가 한참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떨던 시기였다.

한국에 있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왔기 때문에 다시 무를 수가 없는 결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을 채용하기로 했던 곳도 코로나 위기로 인해 기존 직원들까지 반강제적으로 휴직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결국 채용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당시 프랑스 내에는 외출금지령을 비롯하여 자택근무 권고까지 내려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어린아이를 데리고 일자리와 거주할 집 하나를 구하지 못하는 정말 힘들고 막막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무엇이든 너무나도 절실했던 그때, 해당 지역에 있는 한 학교의 한국 문화교실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기존에 있던 한국인 교사가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떠나게 되면서 그나마 몇 명 안 되던 중학생들도 해당 수업을 듣지 않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내게 온 기회라고 생각했다.

학교에 전화를 걸고 답장이 올 때까지 여러 번 이메일을 보냈으며, 학교 교감선생님과 면담할 수 있는 자리를 기어코 만들고야 말았다.


그러나 교감선생님은 반신반의한 표정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시고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해주셨다.

"당신이 지금 한국 문화수업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그 수업에 얼마나 많은 중학생이 방과 후 수업으로 신청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어쩌면 아무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불확실한 수업에 어떻게 학교가 투자를 하겠느냐, 상황이 이렇기에 당신의 이력서에 맞는 대우를 해주기도 어려울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앞으로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이 수업의 운명이 달려있다."


그래서 교감선생님께 "이 학교의 한국 문화교실을 반드시 살려내고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수업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디서 그런 포부가 나왔었는지 확신과 열정에 가득 차 이런 깡다구 있는 말을 하고 말았다.


첫 수업, 내 교실에 들어왔던 중학생은 4명이었고 (그래도 4명이라 얼마나 감사했었는지!) 국제무역 전문학사 1학년 학생들은 의무수업으로 한국문화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이후 3년이 지나 방과 후 수업으로 내 수업을 신청한 중학생 수는 총 5배가 늘었으며, 학생 수가 많아져 반을 나누어 두 교실을 맡게 되었다.

또 국제무역 전문학사 학생들과 교수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아 이제는 영어도 가르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일을 시작으로 현지 헤드헌터로부터 제안을 받아 내 전문분야를 살려 프랑스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캠퍼스 내부 정원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 어떤 기회가 생겼을 때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것 같거나 혹은 자격조건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언어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경력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등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대다가 시작도 못해보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깡다구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충분히 그 자리에 자격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앞으로 프랑스에서 겪은 경험들과 언어와 문화 장벽을 넘어가는 과정들을 조금씩 글을 써서 공유하고자 한다. 내 경험담이 프랑스에서 혹은 외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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