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Ump라는 이름을 쓰는가

중재자,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들

by TheUmpire

내가 ‘Ump’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KBO 심판학교를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그전까지 나는 심판이라는 직업이 축구나 농구처럼 ‘레프리(Referee)’라고만 불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야구와 테니스만은 ‘Umpire’라는 단어를 쓴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Umpire’라는 단어 속에 심판이라는 의미와 함께 중재자(arbiter)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설명 때문이었다.

(실제로 umpire는 라틴어 *“non-peer(중립적인 제3자)”*에서 파생된 단어라, 판정보다 ‘중재와 조정’의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나는 매우 오랜기간 유명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BackEnd Platform PM 업무를 오래 해오며 수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중간을 조율하는 일을 해왔다.

갈등을 줄이고, 서로의 관점을 정리하고, 51:49의 아주 미세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내 직업이자 일상이었다.


세상은 그런 역할을 크게 드러내 보상하지 않지만, 그 중간의 공백을 메우는 사람이 없을 때 발생하는 손해를 나는 누구보다 많이 봐 왔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 역할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며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야구의 ‘Umpire’라는 단어는순히 규칙을 판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복잡한 흐름 속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중재자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특히 심판학교에서 들었던

“세상에 절대적인 100:0의 판정은 없다. 대부분은 51대 49의 미세한 차이로 결정된다.” 라는 말은 오랜 시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철학은 내가 PM으로 일하면서도, 지금의 내 본업을 진행하는 등 모든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때도, 그리고 지금 야구를 분석하고 연구할 때도 가장 큰 기준점이 된다.


이후 나는 모 야구 커뮤니티에서 심판 자격을 바탕으로 규칙과 판정을 설명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때 사용하던 닉네임이 바로 ‘엄파이어’였다.

운 좋게도 그 닉네임 덕분에 조금 알려지기도 했고, 그 이후로 개인적인 삶에서도 자연스럽게 ‘엄파이어’를 사용해왔다.


게다가 군 출신이었던 나는 'Ump'가 내가 좋아하던 H&K UMP 기관단총과도 우연하게 스펠링이 겹친다는 점이 재미있었고, 마치 나의 두 세계(군 생활과 야구)가 이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큰 개인적인 이유

‘Ump’라는 이름 뒤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발음이

내 아내의 이름과 비슷해 내게는 가족을 떠올리는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다.


론적으로 ‘Ump’라는 이름은 내 야구 인생만을 담은 단어가 아니라 나의 직업·성향·경험·가치관·관계·삶의 태도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이름으로 글을 쓰고 연구하고 기록하려 한다.

세상의 수많은 51대 49의 경계에서 좀 더 나은 판단을 돕는 사람, 상황을 안정시키고 의미를 연결하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은 기준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그 역할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름이기에 나는 지속적으로 ‘Ump’를 닉네임으로 사용하고있다.

작가의 이전글야구 분석가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