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분석가는 무엇이며 나는 어떤 야구분석가가 되려 하는가
야구를 분석한다는 말은 흔히 “경기를 잘 본다”, “데이터를 읽는다” 정도로 이해되지만, 실제로 야구 분석가라는 역할은 그보다 훨씬 넓고 깊다고 생각한다.
야구 분석가는 경기를 보는 사람도, 기록을 읽는 사람도, 규칙을 아는 사람도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서로 연결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즉, 야구 분석가는 야구 경기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해석하는 번역자인 것이다.
분석의 가장 첫 단계는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일이다.
같은 장면이라도:
투수가 왜 이 구종을 선택했는지
타자가 왜 이 공을 놓쳤는지
수비 위치가 왜 거기였는지
벤치가 왜 그 타이밍에 교체했는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다.
사실 모든 ball by ball을 모두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큰 변곡점이 온 부분에 대해서는 분석, 설명을 해보려 한다.
즉, 큰 변곡점을 마주한 분석가는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넘어서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 분석가는 또한 야구 데이터를 통해 반복되거나 의미있는 내용과 구조를 찾는 사람이다.
타자의 존 선택 패턴
투수의 카운트별 구종 비율
수비 셋업의 경향성
팀 운영의 장기 주기
1년 144경기를 보는 팬들은 사실 선수출신들로만 구성된 덕아웃에서 보지 못하는 각 선수들의 강점과 약점을 느낌적으로 알게되는데 사실 그것들이 무의미하다고 치부하기엔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록 자체가 아니라, 기록 뒤에 숨어있는 의도·습관·전략의 흔적을 읽어내는 능력을 지속 키워 독자들에게 설명하고자한다.
나는 전문기록원까지 수료했고 실제로 기록을 수행 해본 사람이라 이 영역에서 강점이 보다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석가의 역할 중 가장 간과되지만 중요한 부분, 그리고 내가 가장 자신이 있는 부분이 바로 규칙에 대한 이해다.
야구는 규칙이 전술을 만들고, 규칙이 리스크를 만들고, 규칙이 심리와 선택의 속도를 바꾼다.
나처럼 심판학교 일반 + 전문 과정을 모두 이수한 후 약 2,000경기 이상을 판정해본 경험이 있는 분석가는 규칙을 아는 수준이 아니라 규칙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을지, 해설에서는 설명해주지 않는 느낌적으로 아는 부분들을 설명해줄 수 있다. (분명 설명이 필요한 부분인데 구단도 KBO도 추가적인 설명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팬들의 알 권리에 조금도 도움되지 않는 행위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설명을 통해 판정·오해·논란의 본질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어떤 한 구단의 팬이지만 그 팬심을 넘어서 오해와 논란을 키우고 분란을 양산하는 일을 자제시키고 줄여보는 일을 해보려한다.
야구는 단일 사건의 합이 아니라 흐름의 운동이다.
갑자기 경기 분위기가 달라지는 순간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변곡점이 되는 순간
덕아웃이 아주 미묘한 타이밍에 움직이는 이유
선수의 페이스가 무너지는 조짐
이런 흐름의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심판만이 볼 수 있는 선수의 호흡·루틴·움직임 속도 변화 같은 미세 신호들은 나처럼 현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만이 캐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야구 분석가는 바로 이 흐름을 해석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야구 분석가는 해석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해석이 아무리 정확해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분석을 안하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규칙은 왜 그렇게 적용되는지
어떤 선택이 흐름을 어떻게 바꿨는지
데이터가 어디까지 말하고 있는지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그날의 야구가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이것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야구 분석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티볼 지도해보는 등 체육활동 지도의 경험이 있기에 어렵고 복잡한 규칙을 보다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일반인, 또는 야구인들에 비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노력해보려한다.
야구 분석가는 "사건(현장) – 기록(데이터) – 규칙(구조) – 흐름(맥락) – 의미(전달)"
이 다섯 개의 층위를 연결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심판학교 일반/전문, 일반/전문 KBO기록원 수료
약 2,000경기 이상의 아마추어 경기 심판 경력
수백 경기의 기록 경험
7개 초등학교 티볼 지도 경험
15년간 매일 프로야구를 시청하며 분석했던 루틴
이 모든 경험을 가지고 야구 분석가라는 역할의 일을 시작해보려한다.
물론 이 분석을 공감하는 사람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있겠지만 적어도 말도 안되는 해석으로의 다툼을 줄여보고 모두가 보다 발전적인 야구를 향한 시선을 갖을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하고 그를 통해 나 또한 함께 발전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