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초4 올라가는 아이들을 만났다. 늦은 시간에도 밝은 모습이어서 다행이었다. 선생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격하게 웃어주니 말하는 나 역시 신바람이 난다.
한껏 흥분해서 오버하는 아이도 있고, 또 의젓하게 그걸 제어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빛깔을 뽐낸다. 그것을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인가가 내 과제다.
80분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선생님께 앞으로 바라는 점도 좋고, 첫날 수업 소감도 좋고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세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몇몇 아이들 뒤로 한 아이가
"선생님 나이가 많다고 들어서, 수업이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재미있어서 다행이에요."
나이 많은 선생님.... 재미...
하긴 어쩌면 곧 내가 처음 가르친 제자들이 학부모가 될 수도 있으니 나이 많은 선생님이 분명 맞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경험이 쌓여서 경륜이 생기는 장점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 아이들 특성을 잘 파악하는 능력으로 발현되어야 하는데, 전체를 꿰뚫는 시야를 갖어서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반면 나이가 많다는 것은 과거의 편한 방식에 익숙해져서 변화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는 점점 멀어져서 요즘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가수가 무엇인지? 게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래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함께 할 수 없고 만날 옛날 타령만 하는 어른이 되기 쉽다.
나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아이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지 않으려는 그냥 내 신체 나이를 살면서 아이들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일종의 갑질이 나이 많은 선생님과 어린 학생의 간극을 더 벌려 놓는 것이다.
재미있어 다행이라는 아이에게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나도 친구들이 잘 받아줘서 재미있게 수업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공부라는 것이 사실 별로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속 시원하게 앞으로도 재미있는 수업을 하겠다고 약속해줬더라면 좋았겠지만, 큰소리 탕탕 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다수 사람들은 공부가 재미있기보다는 그냥 참고 열심히 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이 많은 사람이라서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텐데... 솔직히 아이들의 관심사를 내 관심사로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게임, 유튜브, 아이돌은 너무 어렵다. 그냥 지상파 TV로 대동 단결했던 세상은 참 쉬운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