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같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에 살고 있을까?
문에 들어서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가
"아휴! 죄송해요..선생님 커피 안 드신다는 것을 깜빡 잊고 지난 주에 제가 그만..오늘은 우엉차를 끓였으니까 꼭 드시고 가세요."
죄송하고 감사했다.
인생을 살면서 몇가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일에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만날 때마다 나에게 커피를 권하는 분도 계시다. 물론 따뜻한 마음으로 권한다. 다만 내가 커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늘 잊을 뿐이다.
지난 주 학부모가 검은 액체를 잔에 담아 주셨다. 무엇인지 물어보기 그렇고 해서, 커피인지 아닌지 불확실해서 그냥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고 왔는데...학부모는 그게 신경이 쓰였나보다.
드립커피인지 한참 정성을 들여 내놓은 것인데 내가 손도 안대었으니 어쩌면 서운하게 여길수도 있을텐데...내가 커피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오히려 미안해했다.
그 사람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왜 이 좋은 것을 안 마시냐고 타박을 줄 수도 있다. 세상 그렇게 살지 말라고 충고를 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가 나름 성숙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거기에 있다. 식당에 가서도 메뉴는 늘 통일해야 했고, 자기 방식이 좋다고 아랫사람, 어린 사람에게 권유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때로 그런 유별난 사람들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을 치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불편과 비용을 치룰 여력이 없었던 과거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사회는 바뀌었는데 아직 사람이 바뀌지 않은 경우가 좀 있다. 사람이 바뀌기 쉽지 않지만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에 또 맞춰 사람도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커피 마시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커피 안 마시는 일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참 좋은 커피를 많이 마시다보니 커피 안 마시기도 쉽지 않다.
담배도 안 태우고, 커피도 안 마시니 잠시 쉬는 시간이 맹숭맹숭하다.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이들이 한없이 부럽다.
난 앞으로도 그냥 지면서 살거다.
왜? 아무 이유없이 그냥....
우엉차가 참 따뜻하고, 고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