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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Jul 13. 2022

때로는 달달한 막대사탕이 필요하다.

[어린이 인생교과서/ 해냄주니어]를 아이들과 읽고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먼저 해야 한다. 난 설명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어떤 것이 있을까? 진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어린이 인생교과서]이다. 흔히 말하는 자기계발서 어린이 버전이다. 좋은 습관을 가져라!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아라! 자신감을 가져라!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목표를 세우고 살아라!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라! 등등 수많은 좋은 말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그 중 난 아이들과 '칭찬하라'편을 읽으며 즉석에서 서로를 칭찬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아이들 역시 급작스런 칭찬 요구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나 먼저 시범을 보였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그것도 ZOOM 화상으로만 만나는 사이이다보니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 


"땡땡이는 발표를 막힘없이 잘해요. 특히 자기 생각을 숨김없이 툭 터놓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땡땡이의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그 옆 핑핑이도 기대하는 표정이다.


"핑핑이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해서 재미있어요.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지만 뻔한 생각이 아닌 특별한 발표를 해서 늘 새로워요." 


내 칭찬을 들은 핑핑이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제 아이들 차례다. 내가 시범을 보여줬으니 내가 받을 차례다. 나 역시 과연 아이들 입에서 어떤 내 칭찬이 나올지 궁금했다. 칭찬꺼리를 못 찾는 것은 아닐지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땡땡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선배는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우리가 대답을 잘 못해도 기다려줘요. 그리고 대답 잘 못한다고 혼내지 않아요. 그 점을 칭찬합니다."


아이의 칭찬을 들으며 안도하는 마음과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 말대로 과연 난 잘 기다려줬는가? 사실 선생이라는 직업은 '인내'를 먹고 살지 않나 싶다. 기다려주는 것,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 그런데 제 성미에 화를 내거나, 주춤거리는 아이 대신에 자기가 물은 답을 스스로 답하고, 아이에게 맞지? 알겠지? 라고 '예'라는 대답을 강요하기 일쑤 아닌가? 그나마 내가 잘 기다려준다고 느꼈다니 다행이다 싶지만 나 스스로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생각한다.


핑핑이도 칭찬 행렬에 가세한다.


"이선배는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것을 많이 알려줘요. 그리고 이선배는, 이선배는.."

아이는 더 칭찬할 거리를 찾지만 쉽지 않은지 계속 "이선배는"을 몇 번 되뇌이다 결국 생각이 안난다고 한다.


선생이 할 일 중 하나가 아이들 지식의 확장이다. 또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하려는 일이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듯해서 핑핑이의 칭찬은 내게 값진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책에는 칭찬은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하는 사람도 좋다라고 했는데...직접 해보니 어떠니?"


난 사실 칭찬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칭찬 받는 것도 무척 쑥스러워한다. 오히려 칭찬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늘 부족한 점을 찾아 그것을 어떻게 보완해서 더 나아질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아직도 큰 틀에서는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오늘 아이들과 칭찬 나누기를 하면서 칭찬의 달콤함이 때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달달한 사탕이 기분을 좋게하고, 그 좋은 기분으로 세상을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늘 사탕처럼 달달할 수는 없으니 사탕에만 삶을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더불어 명심해야 한다. 그 명심이 지나쳐 달달함을 잊고 쓰디쓴 인생만을 살 필요는 없다.


오늘 만나는 이들에게, 막대 사탕 같은 달달한 칭찬을 건네야겠다.

by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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