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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Oct 26. 2022

어려워도 어떻게든 수업해요!

돈이 없으면 / 안 쓰고

옷이 없으면 / 기워 입고


......


가난해도 / 어떻게든 살아요.


임길택 시인의 [재중이네를 보니]라닌 동시의 일부이다. 


온라인 독서교실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다.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한 아이의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 소리는 들리는데, 그 아이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일방적인 강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대화식 수업이다 보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접속을 해보기도 하고, 오디오 테스트를 해봐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카톡 단체 보이스톡이 생각났다. 실제로 써 본 적은 없었지만 서둘러 단톡방을 만들고 그룹콜을 찾았는데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다행히 한 아이가 그룹콜을 걸어와서 ZOOM 오디오는 모두 끄고, 화면은 ZOOM으로 대화는 카톡 그룹콜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그 전 수업에서도 다른 문제로 당황했었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이 권정생 창작동화집 '짱구네 고추밭 소동 / 웅진출판'인데 몇몇 아이가 길벗 어린이의 그림책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읽고 왔다. 원래 책에는 '짱구네 고추밭 소동' 동화를 비롯해 모두 열다섯 편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두 아이는 달랑 한 편만 읽고 온 상황이었다.


두 아이에게 다음부터는 책을 구할 때 꼭 출판사까지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제대로 책을 구해 읽어온 아이들에게 선택 기회를 주었다.


"원래 웅진출판 책으로 하기로 했으니 예정대로 진행하는 방안 1번과 두 아이가 한 편만 읽어 왔으니 그 아이들도 수업을 원활히 참여하기 위해 동화 한 편으로 수업을 하는 방안 2번 중 선택해"


아이들이 모두 2번을 택해서 애당초 준비했던 수업안은 뒤엎고 즉석에서 새로 수업을 진행했다. 원래 수업안은 여러 작품을 비교하며 권정생 동화 특징을 찾아보는 활동이었다. 6.25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작품, 가난하지만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등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활동은 나중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함께 읽으며 직유법에 대해 알아보고, 소쿠리와 자배기 그리고 녹두자갈밭 등 낯선 어휘 공부를 했다. 또한 문장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는 활동과 주제문 찾기 활동을 했다. 


줌 스피커가 고장이면 / 카톡 그룹콜로 이야기 나누고,


책을 잘못 읽고 왔으면 / 수업안을 바꾸고,


........


어려워도 / 어떻게든 수업해요.


어떻게든 살아는 가겠지만 그 삶이 기쁨이 넘치기는 힘들 것이다. 재중이네처럼 할머니와 단 둘이 어떻게든 살아가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


어려워도 어떻게든 수업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는 미리 미리 더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 더 질 높은 수업을 할 수 있고, 모두의 만족감도 높아질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재중이네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수업을 만들어 간 우리 자신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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