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는 없다] 독서 후 에세이 쓰기 수업
학생과 독서논술 수업을 했다. 책은 《착한 소비는 없다》. 수업 시간에 다뤘던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이 논술문을 작성했다. 청소년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주제였다. 학생은 서론부터 결론까지 논리적으로 구성된 글을 써왔다.
“환경 캠페인, 일상 속 실천, 정책 참여. 이 세 가지가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글은 안정적이었다. 발표도 매끄러웠다.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뭔가 중요한 걸 놓친 느낌.
“잘 썼어. 근데 책 내용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학생은 멋쩍게 웃었다. 자료를 찾아 근거를 풍부하게 제시하라는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학생에게 책에서 다룬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실현 가능성과 효과성이 높은 방안을 고르게 했다. 예를 들어 패스트 패션 문제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옷을 덜 사고, 더 오래 입고, 필요 없는 옷은 나누거나 바꾸는 것. 학생은 나름대로 고민 끝에 비행기 이용과 불필요한 소비 얘기를 꺼냈다.
“비행기 이용이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 보세요.”
“소비 문제는요? 우리가 사는 물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학생은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청소년의 삶과 거리가 먼 예시나 내용이 튀어나왔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네가 다니는 학원 근처에서 간식을 사 먹는 습관 같은 걸 떠올려봐. 그런 생활 속 소비 문제로 바꿔 써보면 더 현실적일 것 같아.”
“어… 그러면 편의점 간식 대신 도시락을 싸가는 걸로요?”
학생은 다시 펜을 들었다. 글의 방향이 조금씩 잡혀갔다. 소비 문제와 환경 문제를 연결 지으며,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학생의 글은 완성되었다.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은 큰 변화를 경험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법, 설득력 있게 논리를 펼치는 법, 그리고 자신의 삶과 문제를 연결 짓는 법. 이 모든 걸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는 생각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이번 수업이 학생에게 그런 출발점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