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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Aug 14. 2019

영화 엑시트 1000만 출구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영화 엑시트는 완벽한 히어로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찌질함 가득한 주인공을 내세워 웃음과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는 엑시트 영화 관람을 한 지극히 개인적인 평입니다. 스포는 없습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엑시트'는 이날 오후 누적 관객 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14일만이다. '엑시트' 인기 몰이의 비결은 무엇일까?
        

'엑시트' 200만 돌파를 감사하는 두 주인공의 인증 샷ⓒ cj엔터테인먼트

 
나는 원래 '나랏말싸미'를 보고 싶었다. 7월 24일 개봉 당일 휴가를 떠나 2일 복귀해보니 100만을 넘기지도 못하고 폭망하는 상황이다. (손익분기점 350만 추정)
 
그래서 꿩 대신 닭으로 선택한 영화가 '엑시트'이다. 사실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지난 설 명절 '극한직업'처럼 포복절도 할 만큼의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킥킥 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의 긴장감은 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스릴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인공 용남과 의주를 연기한 조정석과 임윤아의 찌질함이 저 멀리 있는 히어로가 아닌 생생한 우리 주변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감의 폭을 키웠다.
        

취준생 용남의 찌질함이 우리 주변의 일상이라 낯설지 않다. 베테랑 연기자 고두심의 자연스런 연기가 편안하다.ⓒ cj엔터테인먼트

 
만날 취업 시험에서 떨어져 천덕꾸러기 신세인 취준생, 취업은 했으나 갑질 당해야 하는 신입사원 등의 현실은 요즘 젊은이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뚜렷이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살짝 버무린 사회 의식도 의미 있다.
주인공 용남과 의주의 로맨스도 과하지 않다. 무엇보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찌질하고, 때로 영화같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서 현실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드론과 같은 신세대의 흥미를 영화에 적극 끌어들인 점도 돋보이는 점이다.
 
그리고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 중견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를 바탕으로 기본을 깔아준 점도 칭찬할 만하다.
 
까메오로 출연한 배우들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다른 영화들이 대부분 아역 연기자들의 활약에 오히려 어른 연기자들이 주눅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엑시트의 경우 아역 연기자들의 발연기가 어색해서 옥의 티라고 지적할 수 밖에 없다.
 
꼬마 연기자가 '요즘 나 당 떨어진단 말이야.'와 같은 대사는 웃음을 계산한 연기였으나 1도 웃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요즘 한일관계와 맞물려 태풍의 눈으로 부상해서 엑시트와 흥미로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쇼박스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가 요즘 한일 갈등과 맞물려 태풍의 눈이 된다면 '엑시트'는 천만 관객으로 출구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13일 기준 '봉오동 전투'는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엑시트'와 박스오피스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도 보았는데 공들여 찍은 영화라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다. 영상도 좋고, 연기도 뛰어나고...다만 너무 무겁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유해진이 나와서 그 무거움을 좀 가볍게 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해진 마저 함께 무거웠고, '명량' 보다도 더 '국뽕'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휴머니티와 영화적 재미가 제대로 살지 못해서 오히려 '엑시트'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극중에서 용남은 "제발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한 번만."을 기도했다. 취준생들이 그런 기도 없이도 맘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은 올 수 없는 것일까?
        

성남에서 시작된 청년기본소득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 경기도

 
요즘 우리 사회는 '기본소득' 논의가 한창이다. '청년 기본소득'이 그 기도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청년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조금은 더 준비하고,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도로서 해결하기 보다는 사회제도로서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각종 자연 재해 뿐 아니라, 핵 방사능 그리고 한일관계 등 재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상황이지만, 용남과 의주 같은 남을 구하고,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그나마 재난 앞에서도 우리는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엑시트, 천만 관객을 향한 출구를 꼭 찾기 바란다.
   

태그:엑시트조정석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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