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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스트 Mar 24. 2022

달리기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달리기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법

3,6,9 단위로 권태기가 온다고 했던가요?

연애도, 직장도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 지루한 순간들만 남게 됩니다. 직장 3년 차가 된 시점에는 지루함과 함께  잘리지는 않지만 위치가 비정규직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존감마저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열심히 살았지만 내가 바라던 일이었을까?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받는 급여에 비해 많은 일을 하는 것 같고, 왜 나만 찾아 질문을 하는지 모든 일에 불평불만이 가득했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일요일 저녁만 되면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뤘던 나날들을 보냈죠.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던지 어느 일요일에는 몸이 움직이지를 않아 하루 종일 누워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려는데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아 심하게 놀랬습니다. 그 당시에는 병원에 갈 기력도 없어서 그냥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죠.. 스트레스였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 몸이 굳었던 것은 마음이 굳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있다 보니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몸이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물을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고, 당장 생각나는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누워만 있다 보니 답답해서  " 걷고 싶다, 그리고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하루 종일 푹 쉬고 나니 저녁쯤 되니 커디션이 돌아왔고. 무기력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상황 속에서 답답했던 나머지 생각했던 걷기라도 해 봤습니다.

저녁을 먹고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밤에 가로등만 켜진 채 몇몇 사람들이 걷고 있었습니다. 씩씩하게 걷고 운동하던 사람들 속에서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터덜터덜... 한 3바퀴를 걷고... 4바퀴를 걷다 보니 조금씩 팔을 흔들기 시작하면서 씩씩하게 30분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가볍게 걷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음날이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출근하는 일이 조금 괜찮아지기도 했죠. 그렇게 일요일 저녁을 걷는 시간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달려보고 싶어서 경보, 러닝의 비슷한 자세로 달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3바퀴, 두 번째는 4바퀴.. 최대가 5바퀴였습니다. 조금씩 더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목표를 바꿨습니다.

30분을 달려야겠다. 속도가 얼마나 되든 30분을 쉬지 않고 달려보기로 마음을 먹고 계속 달려봤습니다.

그 30분이 처음에는 1km 당 8분 30초 ~9분대 였는데 거의 걷는 속도와 비슷했으니 달리기는 아니었지만 운동을 안 하던 저에게는 달리기와 마찬가지였습니다.

" 나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의미 부여를 하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게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운동장에서 30분 달리기를 했습니다. 기록도 단축되고 무너져 있던 자존감도 회복됐습니다. 덕분에 일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어떤 일을 하던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쓸모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일에 대하 불평을 그만뒀습니다.


저의 생각을 바꿔준 무기력의 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여기서 깨달은 건 무기력을 마주하고 바라봐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빨리 벗어나려고 하기보다 그 상태 그대로 내려놓고 느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요. 어쩔 수 없이 사람은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만 바닥을 찍고 밖으로 나갈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삼국지에서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복 속에 화가 있고, 화 속에 복이 있다"

좋다고 좋은 것만 바라보지 않고 나쁘다고 나쁜 것만 바라보지 않도록 위로 해준 대사이기도 했습니다.

무기력이 찾아왔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기력 속에서도 행복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까지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 후에 노력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못해도 괜찮습니다. 시도하고 멋지게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그래!! 나는 30분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처럼요.


그냥 아주 작은 일이더라도 시작해보고, 그 일에 대해 의미부여를 해보세요.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한다면 당신의 삶은 조금씩 변할 겁니다. 꼭!!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것부터 꾸준히 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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