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부업으로 시작해서 중고책방까지 차린 이야기

방 한 칸에서 시작한 중고책 부업이 중고책방이 되기까지, 다년간의 기록

by 유노혜미

방 한 칸에서 시작한 중고책 부업으로 중고책방 차린 이야기


프롤로그


"이 부업은 누구나 '딸깍' 클릭하면 월 1천만 원 벌 수 있습니다."


SNS를 켜면 너도 나도 이렇게 외치던 때가 있었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런 문구에 현혹되기 쉽다. 나도 집에서 '딸깍' 누르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환상이 깨지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양한 부업들로 매출 성과를 냈던 내가 일한 만큼 정직하게 보상이 되는 '중고책 부업'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세상에 '노력 없이 돈을 버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2년, 방 한 칸에서 중고책 부업을 하던 두 아이 엄마가 이제는 낡은 중고책방으로 출근한다. 오래된 상가 지하라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허름하다.


나는 이곳에서 콘텐츠 창작도 하고 교육도 한다.

앞으로 중고책도 팔고, 공간을 대관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될 것 같다.


꿈꾸던 공간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1. 여보, 딱 100만 원만 더 벌고 싶어!


2019년, 큰 아이가 크게 아프고 나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양가 도움 없이 워킹맘으로 두 아이 육아하기는 어려웠고 맞벌이 부부였음에도 그동안 모은 돈이 크게 없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건강해졌지만 상실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가방끈이 길고 전문직이었던 나에게 남은 것은 '주택담보대출'과 '경력단절'이라는 2가지 단어였으니까.


다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취업을 해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워킹맘.

육퇴하고 남편과 배달음식에 맥주를 곁들이며 드라마 보는 게 낙인 사람.


그게 내 모습이었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방황하는 사이 통장 잔고는 빠르게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대출 상환하는 날은 성큼 다가왔다.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만 기다리던 그때는 딱 100만 원 정도 더 벌고 싶었다.


뭐에 홀렸는지 갑자기 서점에 가고 싶었다. 서점에 가서 생전 가보지 않았던 경제/경영 코너에서 멈추게 되었다. '경제적 자유'라는 달콤한 문구가 담긴 부동산 도서였지만, 읽어보니 자기경영에 관한 책이었다. 아, 나는 그동안 뭐 하고 살았던 걸까? 이런 기본적인 금융 지식도 배우지 않고 학교 공부만 열심히 했었구나.


그때부터 경제적 자유라는 문구에 꽂혀서 부동산과 주식 공부를 하면서 투자를 시작했다. 아이 유모차를 끌고 아파트 임장을 다니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투자 내용을 블로그에 매일 기록했더니, 비슷한 사람들과도 친해진 상태였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현금흐름을 위한 '부업'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블로그로도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있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회사 밖에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낸 걸까?


IMG_2836.jpeg


2. 방 한 칸에서 시작된 기적


누구나 월 1천만 원 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 문구에 현혹되어 다양한 부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방 한 칸에서 노트북 한 대로 사부작 한 일들은 10가지가 넘는다. 중간에 실패한 부업도, 성과를 낸 부업도 있었다. 하지만 월 1천만 원을 벌려면 내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노트북 한 대로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영상 속의 모습처럼 편하게 돈을 버는 일들은 없었다. 특히 아이 둘을 육아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큰 부업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날마다 고객 CS에 시달리고, 경쟁자들에게 치이던 쇼핑몰의 마진보다 중고책 부업이 훨씬 효율이 좋았다.


같이 시작했던 온라인 쇼핑몰로 억대매출을 내기도 했지만 결국은 '중고책 부업'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10~30% 마진에서 플랫폼 수수료와 세금을 내고 나면 순수익이 적었다. 반면 중고책 부업은 주 1회 수거만 해도 마진이 70% 정도가 되니 내 손에 쥐어지는 순수익이 꽤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쇼핑몰 정산 시기의 부재를 중고책 부업이 채워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서울대 박사과정을 병행했다. 우울감에 빠져있던 주부가 조금씩 시도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부업 규모도 점점 커졌다.


방 한 칸에서 시작된 나의 가게 덕분이다. 나는 이걸 작은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KakaoTalk_20260225_093856376_01.jpg


3. 남의 집에 방문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안 보는 책 수거해 드립니다."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올렸더니 일주일이 안되어 '첫 문의'가 들어왔다. 그땐 대단한 마케팅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신기하면서도 막상 걱정이 되었다.


'책 견적 계산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남의 집에 방문한다니,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하지?'

'무거운 책을 내가 옮길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괜한 걱정이었다. 벨을 누르니 선한 인상을 가진 고객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도 미리 빼두셔서 옮기는 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꼼꼼하게 살펴보니 새 책 같은 책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검수를 하는 동안 고객님은 와서 보지도 않으셨다.


약간의 현금이 담긴 봉투를 건네면서도 금액이 적다고 할까 봐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무거운 책을 다 옮겨줘서 고맙다고 음료수 한 병을 쥐어주던 첫 고객님. 운 좋게도 나의 첫 중고책 수거는 성공적이었다.


남의 집에 방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KakaoTalk_20250224_144725412_06.jpg


4. '엄마, 이제 나 1시에 끝나.' 작은 사무실을 얻은 이유


부업을 시작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의 병은 재발하지 않았고 씩씩하게 자랐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아이도 엄마도 모두 처음 신입생이 되는 날이다. 오늘따라 연약하고 작던 아이가 멘 책가방이 어찌나 커 보이 던 지, 입학식에 빠진 물건은 없는지 여러 번 체크하면서 혼자 유난을 떨던 엄마였다.


엄마, 이제 나 1시에 끝나!


안 그래도 중고책은 수거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재 하나를 다 중고책으로 채우고도, 거실이며 아이방까지 책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남편은 원룸이라도 얻자며 나를 설득했다.


내가 사는 판교는 월세가 많이 비싸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아주 저렴한 월세가 올라온 것이었다. 게다가 아이 학교 바로 앞이었다. 분명 이건 하늘이 도와주셨다.


그동안 이런 행운을 경험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나? 아마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도하기도 전에 나는 늘 '지금 상황'이 안된다며 회피했었다. 그런데 움직여야 무슨 일이든 일어나긴 하는 것이었다.


작은 사무실 덕에, 나는 아이 학교를 보내는 시간 동안 더 많은 중고책을 가져올 수 있었다.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png


5. 사무실 얻은 지 1년 만에 책방을 차린 날


여기 어때? 넓고 가격도 괜찮은 것 같아.

당근마켓을 보던 남편이 갑자기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평수가 큰 허름한 지하 건물이었다. 지금 사무실 규모를 넓히자는 것이었다. 책이 너무 많아서 더 가져오고 싶어도 못 가져오는 상황이니 생각한 것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낡았는데, 그날은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자마자 마음에 둔 그곳을 덜컥 계약하게 되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까. 막상 계약하고 나니 손 볼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업체에 맡기면 수천만 원 견적이 나올 것은 분명했다.


남편과 나는 추운 겨울날 고생을 도전하기로 한다. 전부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거미줄이 쳐져있던 샹들리에 조명 덕분인지, 그날따라 더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AI 덕분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나도 Ai로 간판 로고를 만들고,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앞으로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줄어들 것 같다. 가벽을 세우고, 조명 시공을 하고 당근 마켓에서 저렴한 가구들을 가져다 두니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기 시작했다.


IMG_5289.jpg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 다시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또 할지도 모르겠다. 막상 완성되기 시작하자 참 감정이 묘했다.


몇 년 전 중고책 수거를 해오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는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냥 해보자고 작게 시작한 것들이 쌓여서 책방이 되었다.


아마 내가 처음부터 크게 시작했다면, 망해서 무언가 다시 시작하기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월 1천만 원 문구를 따라 부업 사기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행동하는 사람이었기에 어떤 일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처음에 중고책으로 부업을 한다니까 그게 돈이 되냐고 묻던 친구가 생각난다. 몇 번이고 되묻던 그 친구는 아직도 중고책을 시작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중고책방에서는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까? 지금도 참 고마운 중고책 부업이 되었다.


고마워 중고책!


팬타스토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