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다가 부산행

여행에세이

by 파란진실

부산은 남동생이 사는 곳이다. 막연히 '대도시겠지' 생각만 했는데, 가보니 서울 다음가는 규모에 헉 소리 나더라. 관광지마다 서울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면 그 위상이 진짜 실감 나. 동생이 학원 때문에 바빠서 같이 못 다닌 덕분(?)에, 나는 책 한 권 달랑 들고 여기저기를 탐험했지. 책에 적힌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정도였지만, 진짜 열심히 돌아다녔다. 가고 싶은 몇 군데만 딱 정해두고 나머지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었어. 뭐, 나는야 타고난 뚜벅이니까!

우선 백년어서원에 들렀는데, 헐, 딱 문을 닫았지 뭐야? 주변 인쇄소를 싹 다 뒤져 혹시나 책을 구할 수 있을까 했지만, 거기서 발행한 책은 찾을 수 없었다. 몇 미터 떨어진 카페에서 한가로이 책을 펼쳤어.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 '이라는 책이었는데, 독서통신교육으로 대리만족하려 접했던 책이었거든. 다른 관광 책자와는 차원이 다른, 뭔가 '멋'이 있는 책이었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거리에 진열된 책들을 발견했지 뭐야? 역시나 그 서점에서 내놓은 책들이었고, 옆에 계시던 아저씨 소개로 위층까지 올라가 책 구경을 했다. 아래층 카페와 이어진 동호회 같은 곳이라 그런지, 책 선물도 후하게 챙겨주셨고 나도 몇 권 더 샀다. 이 책들을 통해 관광지에서 절대 얻을 수 없는, 진짜 부산 토박이들의 삶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거든.

사랑하는 남동생이 사는 곳이라 그런가, 낯선 곳인데도 참 편안했다. 낯선 이방인들을 포근하게 맞아주는 부산, 부산은 그런 도시였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고 항공편도 제주보다 훨씬 많더라. 제주도에 살던 나에게는 엄청난 대도시였지.

그중 남동생이랑 같이 먹었던 피자가 제일 기억에 남아. 하단역 근처 피자몰이었는데, 부산에 두 곳이 있었고 지금은 한 곳이 문을 닫았다고 들었어. 하지만 남아있는 그곳은 활기가 넘치고 분주했다. 수십 가지 피자가 진열되어 있어서 이것저것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지. 맛은 말할 것도 없이 환상적이었고! 제주에 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데, 아쉽게도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몇 주 전에 메종 글래드 제주에서 먹었던 뷔페도 그 맛은 흉내 내지 못했던 것 같아. 다양한 재료들과 소스들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맛의 향연에 푹 빠졌다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범어사에도 다녀왔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을 가진 곳이었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었지만, 버스를 타고 갈 수는 있었다. 가족들이 절에 다녀서 그런지, 우리 식구 모두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남동생의 추천으로 방문하길 잘했어.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는 시간엔 못 갔지만, 상상 속에서 그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볼 수 있었다. 상상 그 이상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어.

마지막으로, 다대포 해수욕장 분수대가 설치된 넓은 광장에도 들렀다. 광장 곳곳에서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 울려 퍼졌는데, 처음에는 웅장한 클래식, 그다음에는 가요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규모도 크고 그만큼 사람들도 많이 모여들었지. 멋진 분수쇼를 구경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 기획했는지는 몰라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이번 부산 여행에서 나는 책에서 볼 수 없는, 어쩌면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정(情)'을 제대로 느끼고 왔다. 사람들 사이의 정, 그리고 가족의 정까지. 그 정은 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았고, 찾을 수도 없었지만, 분명 그곳에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부산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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