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세이
불고기덮밥 먹을래?
오늘도 어김없이, 냉장고 문을 열며 생각한다.
불고기덮밥 먹을래?
띠리릭~
'지금 불고기덮밥 만들어 주려고 기획 중'
'ㅋㅋㅋㅋㅋㅋㅋ'
'나 불고기덮밥 좋아해'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 내 친구는 머리가 좋다. 그리고 한번 뭔가를 하면 제대로 해내는 친구라 이번에도 엄청난 업무량을 온전히 다해내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친구의 차석이 미국행 이후 남겨진 2주 동안의 업무가 혼자 다 떠맡겨진 것이다 이전에 예고는 있었지만 힘들 것은 뻔한 일 2인분의 일을 온전히 해낸다는 것은 책임감 없이는 못 할 일이다.
퇴근 후, 집 근처 동네마트에 들렀다. 친구가 장 보는 덴데,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소불고기 2팩, 소불고기양념 한 병, 한라봉 요구르트와 요구르트까지 샀다. 양념에는 사과, 배가 갈아 넣어진 것을 확인하였다.
더운 날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왔다. 양푼에 고기를 담고 양념을 넣었다. 냉동고에서 대파 썰어 넣은 것을 넣고 비닐장갑을 낀 채로 주물럭거렸다. 통에 담아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친구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요구르트를 건넸더니 이를 닦았단다. 나 혼자 요구르트를 먹고 소불고기 재운 거를 주었다. 요리된 거를 주고 싶었지만, 늦은 시간이라 밥은 먹었을 거 같고 금방 요리된 것이 맛있으니까... 게다가 엄마가 옆에서 복잡하다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냉장실이 꽉 차 있었다. 담날 요리해 먹으라며 주었는데 그다음 날 내가 전화했을 때 친구는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 불에만 볶으면 되는데 그 힘도 없이 쓰러져 잔 것이다.
불고기덮밥 한 그릇은 비록 한 끼의 식사지만 우리의 소중한 우정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동안 만나도 음식점과 카페만 갔던 게 생각난다. 둘 다 싱글이고 맨날 사 먹기만 했다가 만든 것이었다. 음식점보다 맛없으면 안 될 텐데... 불안하다. 내일 저녁, 맛있게 먹는 친구를 보며 영원한 우리의 우정을 확인할 것이다.
엄마와 불고기덮밥을 먹으며 낯익은 얼굴 하나가 스친다. 그때도 그 마트에서 소불고기랑 재료를 샀다. 전 남자 친구가 차사고 나서 빚 갚느라 공사장 전전할 때였는데 그때 불고기덮밥을 해줬다. 공지영의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속 불고기덮밥을 흉내 내어 만들어 주었다. 공사장 동료들이랑 먹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모자랐다고 했다. 충분히 더 만들어 줄 것을... 헤어지고 생각하니 좀 아쉬워진다. 맛있게 먹었을까 설레고 불안했다.
그게 1년 전의 일이다. 사랑 때문에 헤어졌다면 많이 아쉬웠을 거 같다. 지금은 담담해졌다. 예전 일이지만, 그 또한 나의 인생 속 한 페이지 이 아닌가. 나에게 Hang in there!(잘 버텨라)라고 말하고 싶다. 옛 남자 친구와의 한때의 찰나였다면, 친구와의 우정은 영원에 가깝다. 불고기덮밥이 사랑의 매개였다면 그 순간만큼은 뜨거웠지만, 친구와 나누는 불고기덮밥은 매주 마시는 한 잔의 카페라테와도 같이, 꾸준하게 진행되는 일어공부와도 같이 안정적이다.
격변하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굳건히 지켜지는 우정이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힘든 순간마다 내 옆자리를 지켜준 친구가 소중하고 좋다. 한 그릇 불고기덮밥처럼 말이다.
혹시 힘든 일이 있으신가요? 불고기덮밥 드실래요?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꾸밈없는 한 끼 식사처럼 변치 않는 우정 나눠보실래요? 소박한 제주의 삶 속에서 큰 울림이 되어 퍼지는 것 같다. 진정한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