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들이키며 나도 모르게 외쳤다.
"크아~아 시원해"
"시원하지? 역시 여름엔 맥주야."
내가 추천받은 건 기린 생맥주였다. 차가운 생맥주의 목 넘김이 좋았다. 무언가 독특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상상하던 여름날 시원한 생맥주였다.
2025 제주식품대전 with 맥주축제 참여차 방문했던 서귀포 여미지 식물원 행사장은 이미 더위로 잠식되어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뿜어져 오는 · 열기가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서귀포시... 세상에 그 더위 속에서 , 모자도 없이 아는 사람도 없이 서 있다가, 문득 그제야 전화를 걸었다.
"파트장님, 저 고**인데요. 행사장 왔어요."
"이제야? 이제야 왔어?"
"네. 버스 타고 · 지금 도착했어요."
옆쪽에서 하얀 머리의 그녀가 다가온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내 시선을 끈 하얀 웨이브다. 튀지 않는 성격의 차분하고 소탈한 그녀는 파마는 해도 염색은 안 한다. 파트장이다.
가까이 다가간 내게 그녀가 말한다. 땀 한줄기가 등을 흐른다
"나 너무 더워서 여기 그늘에 있어."
"돌아다니면서 맥주 마시면 되는 거죠?"
"돈은 내야지. 근데 너무 비싸진 않는 거 같아."
맥주 한 잔을 사기 위해, 메뉴를 고르고 돈을 치르는 사이 핸드폰이 울린다. 계산부터 하고 핸드폰을 보니 파트장의 문자다.
'우리 먼저 해산해요 좋은 시간 되세요'
''고맙습니다..."
맥주축제에 와도 맥주 한 잔 나누지 못하다니 아쉬웠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어느새 난 파트장에게 내뱉고 있었다.
16시 42분. 너무 이른 해산이라 생각했지만 살인적인 더위로 나 역시 꼼짝달싹 못하고 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동료들과의 맥주 한 잔은 포기했다. 너무 더웠다. J언니부부를 기다려야 했다. 서귀포에서 맥주축제한다고 서귀포에서 뭉치자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다. 6시 약속, 더 앞당길 순 없다는 그녀의 말에 혼자서라도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잔을 들이켜 본다. 배고프단 생각에 한우버거세트를 시켜 먹어보지만 먼가 시중 버거와 다른 빵과 고기 맛에 얼마 먹지 못한다. 역시 난 비싼 한우버거보단 새우버거가 더 잘 맞는다. 감자튀김은 먹을만했다. 큼지막한 소금이 알알이 박혀있어 제법 맛이 좋다. 너무 짜진 않고 소금을 나름 잘 뿌렸다. 감자 씹히는 맛이 좋다. 그런데 주위에서 개미가 몰려든다. 테이블 위로는 물론 양말 위까지 기어오른다. 질겁하고 털어내고 죽이고 죽음을 앞둔 혈투를 벌인다. 집에까지 개미들을 가지고 갈까 봐 바짝 겁이 나 개미를 털어내고 죽이고 또 죽인다. 그러다 가방 속 양산 생각이 그제야 났다. 양산을 펼치고 개미를 털어낸다. 그제야 더위를 조금은 막아냈단 생각에 조금은 뿌듯하다.
언니와 형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양산을 접고 애써 웃어 보였다.
언니 부부는 투덜댔다. 나도 너무 더웠다.
형부가 맥주, 바비큐 그리고 버거세트를 사고 자리로 돌아왔다. 맥주 한 컵을 더 마셨다. 더위 속 전사라도 되듯이 그 더위 속에서 맥주 한 컵은 시원하긴 했다. 가수들이 자작곡을 불렀다. 나름 좋았다. 서귀포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란 생각에 박수까지 쳤다. 언니부부는 나름 기대가 컸는지 투덜거렸다.
"바비큐는 삶기는 잘 삶았는데 아가씨도 먹으니 잘게 썰어달라고 했는데 안 썰어줬다, 비닐장갑이 없다, 너무 많다."
형부는 요리사였다. 언니는 동사무소 팀장이지만 작가를 꿈꾸고 있다.
요리테마로 한 에세이가 언제고 나올 것이었다.
언니는 더 있을 필요가 없다며 그만 먹고 집에 싸가지고 가자고 했다
.난 어떠냐면 생맥주라도 한 컵 더 들고 노래를 즐기고 싶었다. 카페에 들르자며 일어선다. 언니가 일어서서 가다 내게 말했다.
"한우버거가 맛없다고 왜 말 안 했어?"
카페에 가서 일이야기, 힘든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시간은 그나마 좋았다. 오랜만이었고 배불렀지만 아아가 들어갈 자리는 있었나 보다. 스타벅스 아아 맛은 상상 그대로였다. 언니는 뜨아를 시켜 형부와 나누어 마셨다. 언니가 사준 아아는 달지는 않았고, 시원하고 맛있었다. 8시가 다되어서 일어서 언니차를 탔다. 새 차였다. 실내가 꽤 넓었다. 언니네 친정인 강정을 지나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언니에게 문자를 남겼다.
'내 말에 한걸음에 달려와줘서 고마워. 나는 나름 좋았어. 형부가 사준 바비큐도 ,· 언니가 사준 아아도 좋았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