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엄마소들은 아들인 송아지에게 최선을 다하지. 말이 먹는 값비싼 여물과 풀들을 모아 아들송아지에게 먹인다. 어떤 엄마 소는 아들이 씹지 않고 삼키기만 해도 될 정도로 엄마들이 씹어서 입에까지 넣어주고 있어. 그리고 송아지를 여럿 나으면 좋은 명품 여물을 먹일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하나 또는 둘만 낳고 있어. 엄마소와 아빠소는 아들송아지가 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자기희생도 감수하고 있지. 아들 송아지가 맛없다고 먹지 않으면, 억지로 라도 말의 비싼 사료를 먹이고 있어. 그리고 송아지는 유치원 가기 전부터 달리기 연습을 하기 시작하기도 해. 다른 어린 망아지나 송아지를 경쟁해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달리기 연습을 시킨다. 송아지가 조금 빨리 달리기라도 하면, 엄마소는 "역시 우리 아들은 빨리 달리는 말이었어"라며 자부심을 갖지. 그리고 다른 소들에게 자랑을 한다. 우리 아들 연습경주에서 1등 먹었다고. 그러면 다른 소들은 그것을 부러워하면서 자기 아들소를 닦달해 달리기 연습을 시킨다.
엄마소와 아빠소 대부분은 자기 아들 송아지가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자기 아들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래서 말들이 가는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말들이 많은 경마장 근처의 외양간으로 이사를 가고 있어. 그 외양간은 왜 그리 비싼거야! 서로 그곳에서 살겠다고 하는 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그리고 경마장에서 아들 송아지가 잘 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 엄마소와 아빠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들 송아지에게 몰빵하고 있어. 아들송아지는 그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며 달리기 연습을 하게 돼. 답답함과 스트레스로 인해 송아지들끼리 집단폭력이나 따돌림, 변태 같은 범죄들도 많이 늘고 있잖아.
아들 송아지는 자신이 말인 줄 알고, 하루종일 달리기 연습만 하고 있어. 말과 경주해서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뛰는 연습을 하고 있지. 말과 같이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다 보면 망아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달리는 송아지녀석도 가끔 있지. 대부분의 송아지는 엄마소와 아빠소가 가져다주는 비싼 여물 먹으며 오로지 하는 것은 달리기 연습만 한단 말이야. 할 줄 아는 것은 달리기 밖에 없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송아지들은 이렇게 크고 있어. 오로지 말처럼 달리고만 있단 말이야.
엄마소와 아빠소는 아들송아지에게 달리기만 하라고 강요하고 있어. 말과 경주에 나가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경쟁이 되지 않아. 송아지니까. 송아지와 망아지는 어릴 때에는 뛰는 속도가 큰 차이는 없어. 엄마소들은 자기 아들 송아지가 다른 소들과 달리 아주 특별한 망아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재검사도 해보면서 경주마가 되어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꿈을 꾸게 돼.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엄마소와 아빠소는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 경주마가 되어 우승하는 꿈을 아들소가 이루어주길 바래.
소가 말보다 빨리 달리는 것은 쉽지 않지. 그러다가 아들송아지는 어른이 되어서야 자기 자신이 소라는 것을 알게 돼. 하지만 그때까지 말처럼 비싼 사료를 먹고 달리기 연습만 했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다른 소들처럼 힘쓰는 방법도 모를뿐더러, 쟁기질도 못하고, 어디에 좋은 풀이 있고, 여물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엄마소와 아빠소가 가져다주는 풀만 먹으며 달리기 연습만 해서 그렇게 된 거야.
경주마가 되지 못한 어른이 된 아들 송아지는 엄마소와 아빠소가 구해 주는 여물을 먹으며 근근이 살게 돼. 아들소는 독립할 나이인데도 엄마 아빠의 외양간에서 계속 살고 있지. 할 줄 아는 일이 없는 거야. 이젠 달리기도 필요가 없어. 물건을 조금 나르면 값싼 여물을 주는 일들은 처다도 보지 않게 되지. 지금까지 말이 먹는 비싼 여물을 먹고 컸는데, 하찮은 물건 나르기 같은 일을 하며 값싼 여물을 먹을 수 있겠어? 엄마소와 아빠소도 아들이 위험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 혹여라도 다른 소들이 그런 일을 하는 자기 아들소를 보기라도 한다면 어떡해!
아들소는 자기 자신도 엄마소와 아빠소에게 의지 하는데, 다른 암소와 어떻게 결혼을 하겠어. 이제 초원에는 점점 송아지를 낳지 않는 소들이 많아지면서, 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 기후 위기로 좋은 풀들을 구해오기 힘들어지고, 엄마소와 아빠소들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어. 점점 소들의 수가 줄고 있어서 일할 소들이 없단 말이야. 구제역이 퍼져 소들이 대량으로 도살당할 때보다, 더 많은 소들이 줄어들고 있어.
이젠 엄마소와 아빠소가 할아버지 할머니 소가 되면, 젊은 소들이 여물과 먹이를 구해주고 돌봐줘야 하는데 이젠 젊은 소들이 많지 않아 지금 어린 송아지들이 앞으로 힘들겠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