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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Nov 01. 2023

소와 말의 아들 키우기!(上)

나는 아들 하나 키우고 있어. 내 친구들도 아들 하나씩은 키우고 있지. 내 아들은 초6이고 내 친구들도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키우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내 친구들은 아들 사교육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어.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지??? 


말이 먹는 값비싼 여물과 사료를 송아지에게 먹이면서 "빨리 달려!!!"라고 다그치고, 채찍질한다고 송아지가 말처럼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왜 소를 말처럼 키우려고 하지? 그게 말이 돼?("그게 말이 돼"는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인 것 같음ㅋㅋㅋ) 비싼 여물과 사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송아지를 낳지 않는 소들도 많아. 

소는 소처럼 키워야 하고 말은 말같이 키워야 하는데 왜 다들 소를 말처럼 키우는지 모르겠어. 자기 아들이 말인지 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것도 모르니? 너는 소야? 말이야? 네가 소면은 네 아들도 소고, 네가 말이면 아들도 말인 거지. 그 아들은 누가 낳았는데? 네가 낳은 거 아니야? 

너는 어렸을 때 공부하는 것 좋아했니? 너도 싫어했잖아. 그러면 당연히 아들도 공부하는 거 싫어하겠지. 누굴 닮았겠니? 너를 닮았지 누구를 닮았겠니? 당연한 거 아니야? 너도 하기 싫어했던 공부를 왜 아들한테 닦달하며 시키냐고. 그런다고 송아지가 커서 말이 되겠니? 말도 안 돼!("말도 안 돼"는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거 같음ㅋㅋㅋ)


너의 자식들은 네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네가 싫어하는 걸 싫어해. 네가 싫어하는 걸 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 네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집에서 몽둥이로 때리니까 공부를 했었지. 그리고 그놈의 승부욕과 라이벌 의식 때문에 나도 공부를 열심히 했었어. 그리고 꽤 잘했었지. 그래서 내가 말인 줄 알았어. 하지만 어른이 되어 보니 내가 소더라고. 우리 아버지도 소거든. 아버지는 자기는 소이면서 나를 말처럼 키우려고 했어. 그래서 나도 말인 줄 알고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했는데, 말은 무슨~ 그냥 쪼금 빨리 달릴 줄 아는 소였던 거야. 


우리 아버지는 수도, 난방, 설비 일을 하셨었지. 나는 지금은 욕실리모델링 일을 하고 있어. 아버지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은 내가 '소'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어. 내가 옛날에 말이라고 생각하며 달렸던 시기도 있었지만, 빨리 달릴 수 없는 소가 말처럼 달리려고 하니 너무 힘들어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 다시 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거야. 지금 소처럼 살고 있다 보니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 역시 소는 소처럼 사는 게 행복한 거야. 그래야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도 낳고, 병도 안 걸리고, 자기 수명 다할 때까지 살 수 있는 것이지.

내 아들은 소일까? 말일까? 당연히 소겠지. 말이 안 되는 거야! 난 어렸을 때 놀기를 좋아했어. 혼자서 놀기, 친구랑 같이 놀기를 아주 좋아했었지. 내 아들도 초6인데 놀기를 아주 좋아해. 아니 놀기만 좋아하지. 휴대폰과 PC로 혼자 놀기도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농구하고 축구하고 모험 즐기면서 노는 것을 좋아해. 당연히 나를 닮은 거겠지. 공부? 공부를 굳이 억지로 시키지는 않아. 다행히 학교는 잘 다녀서 마음을 좀 놓긴 했어. 나처럼 소가 될 녀석을 말처럼 키우고 싶지는 않아. 어렸을 때는 풀밭에서 뛰어놀아야지. 언제 놀겠어? 내 아들은 소인데, 말처럼 경마장에서 채찍질하며 경주를 시키면서 키우고 싶지는 않거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사들 보면, 이종범-이정후(야구선수), 손웅정-손흥민(축구선수), 허재-허훈, 허웅(농구선수), 여홍철-여서정(체조선수), 태진아-이루(가수), 김용건-하정우(배우), 허장강-허준호(배우), 최무룡-최민수(배우)를 보자. 아빠가 하는 일들을 아들도 하게 되잖아. 그래서 소는 소처럼, 말은 말처럼 키우는 게 맞아. 단, 개처럼은 키우지 말자. 생각 없이 키우지는 말자는 말이야.


말은 구조적으로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진화했고, 소는 힘이 세도록 진화한 거야. 그런데 힘 좋은 소가 말이 되려고 경주마 훈련을 한다? 물론 조금 빨리 달리는 소가 될 수는 있어도 말이 될 수는 없는 법! 내 자식들의 자식들의 자식들도 다 소가 되는 거냐고? 그렇지. 소가 되는 거지. 그런데 언젠가는 말을 낳을 수도 있어. 어떻게 하면 되냐고? 암말을 배우자로 맞아들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암말을 배우자로 맞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가능하게 하려면 예쁜 암말이 당신에게 올 수 있도록 힘세고 멋진 소가 되어야 해!


소는 소처럼 키워야 하고 말은 말처럼 키워야 해. 그렇게 해야 네 아들 송아지도 어른이 되면 멋지고 행복한 소가 될 수 있어. 하지만 소를 말로 키운다면 나중에 행복하지 않은 소가 되고 말아. 사춘기 중2쯤 되면 말 안 듣고 반항하는지 알아? 소들이 송아지를 망아지라고 생각하면서 키워서 그래. 말이 멋지고 좋아 보이겠지. 세상에는 말이 많을까? 소가 많을까? 당연히 소가 많잖아. 동물 사회에는 말보다 소가 많이 필요하거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식을 키우도록 하자!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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