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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Dec 10. 2022

회원님, 운동 40분 더 하셔야 하는데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한참을 고민했다. 오늘도 헬스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주말에도 당연히 문을 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곳에 가야겠다는 의지가 매일 생기는 건 아니다. 사실 헬스장에 도착해서 운동을 하는 것보다 헬스장에 가기 위해 갈아입을 옷과 물통을 챙겨서 가방 안에 넣고 운동화에 발을 끼워넣고 헬스장까지 가는 걸음이 더 귀찮게 느껴진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늘도 헬스장에 가기로 한다. 가서 런닝머신이라도 밟아야 이 무료한 주말 오후를 그나마 보람있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헬스장 락카룸에 도착해서 신발을 갈아신고 운동복으로 환복하고 내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런닝머신 쪽을 봤는데, 세상에. 주말 낮에 헬스를 즐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동네였나 싶었다. 우락부락한 몸을 반 넘게 드러낸 옷을 입고 쇠질을 열심히 하는 남성 분들부터 7kg 아령을 번쩍번쩍 드는 여성 분들, 그리고 나같이 헬스장에서 대여해주는 옷을 입고 런닝머신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여기에 동참해서 런닝머신을 타고 있자니 고등학교 때 저녁시간에 밥을 먹고 나서 회전초밥처럼 운동장을 걷던 때가 생각이 나면서 지금은 컨베이어 벨트 위를 걷는 공산품 같단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백수인 나야 공산품처럼 벨트 위를 빙빙 걸어도 체력이 남아난다지만,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주말 약속이나 늦잠, 집콕 휴식을 반납하고 헬스장에 나온다는 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우리 동네에 나같은 백수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쇠질과 런닝으로 칼로리를 태우고 득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삼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의욕없이 런닝머신으로 100kcal를 태웠고 사용법을 아는 운동기구들을 하나 둘씩 찔러보기 시작했다. 레그컬과 레그 익스텐션, 레그프레스로 허벅지를 예열하고 힙업 운동기구로 매일 5시간 이상은 앉아있어서 주저 앉으려고 하는 엉덩이 근육을 바로 찾아 세웠다. 그리고 체스트 프레스 기구를 하고 싶었는데 자리가 나지 않아서 예정에 없던 팔운동도 하게 되었다. 10kg짜리 아기자기한 바를 들고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3세트를 마치고나니 1시간이 조금 넘게 지나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했으니, 이 정도면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고 자부하며 백수는 샤워실로 향하려는데 한 남자직원이 나를 붙잡아 세우고 말을 걸었따.

"회원님, 지금 직원이 샤워실 청소중이라, 그때까지 운동 40분 더 하셔야겠는데요"



......

하... 그렇게 나는 전신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던 체스트 프레스 기구는 자리가 비워져있었고,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운동기구도 왠일인지 오늘만큼은 텅텅 비어있었디. 하는 수 없이 40분동안 없는 근육을 쥐어짜서 그토록 하고싶던 체스트 프레스도 4세트씩이나 하고 천국의 계단도 20분을 탔고 런닝머신도 다시 타며 40분을 꽉꽉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강제로 1시간 40분을 넘게 운동하는 열정을 얻은 나는, 과연 내일 내가 헬스장을 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며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집으로 왔다.



강제로 얻은 보람이지만 그래도 무기력하게 집에 퍼져있는 것보다는 뭔갈 하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뿌듯하다. 말재주가 없어서 뿌듯하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는데 내 자신이 쬐끔은 나은 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오늘 얻은 교훈>>

1.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무기력함이 찾아오면 행동을 바꿔보자

2. 헬스장 샤워실 청소시간은 //14시부터 40분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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